가방단과 가후단, 선인가 악인가?

작성자 :  dolf 2007.08.21 11:37
카메라, 특히 SLR이나 DSLR 커뮤니티에 보면 '가후단', '가방단'이니 하는 정체불명의 용어가 꽤 많이 튀어 나옵니다. 가후단은 삼국지에 나오는 모사, 가후를 추종하는 세력...일리 없죠! 가방단은 가방끈이 긴 사람들의 이너 서클...이 아니죠!

이 정체불명의 용어는 '가격후리기단'과 '가격방어단'의 약자로서 카메라의 중고 가격을 떨어뜨리는 세력 또는 중고 가격을 높이거나 유지하려는 세력을 가리킵니다. 카메라 커뮤니티에서 중고 가격이 유지가 된다는 메인스트림 카메라 브랜드는 어김없이 가방단이 활동하며, 카메라 제조사가 가격을 내리거나 사용자가 게시판에 싸게 중고 제품을 내놓으면 가후단이라는 비난을 듣게 됩니다.

다른 중고 시장에서는 보기 드문 카메라 커뮤니티의 가방단과 가후단, 과연 이들의 존재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그들의 존재와 활동이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지 딴지를 한 번 걸어보고자 합니다.


■ 아무 물건이나 가방단/가후단을 낳지 않는다?!

여러분은 '세탁기 가방단'이나 '냉장고 가후단'이라는 말을 들어 보셨나요? 들어본 사람이 이상할겁니다. 이들은 가방단이나 가후단이라는 세력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꽤 간단한데, 세탁기나 냉장고는 중고 거래가 활발하지 않으며 한 번 사면 망가질 때 까지 쓰기 때문입니다. 이 말을 뒤집으면 자주 기기를 바꾸며 중고 거래가 활발한 물건이 가방단과 가후단을 낳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고 거래가 활발하다고 가방단/가후단을 낳는 것은 아닙니다. PC 부품은 중고 거래가 자주 발생하지만 가방단/가후단이 거의 없다고 해도 좋습니다. 그 이유는 PC 부품은 개인간의 거래보다 중고 전문 업체를 이용한 거래가 많으며, 제품의 브랜드 가치가 낮아서 특정 브랜드나 제품에 목을 매다는 충성 고객이 드물기 때문입니다. 개인이나 동호회 차원에서 가격을 조작(?)할 수 있는 여지가 그만큼 낮고 그러한 일을 할 만큼 열혈 사용자도 없으니 가방단/가후단이 생길래야 생길 수 없습니다. 자동차는 특정 브랜드나 모델의 충성도는 높지만 개인간 거래보다는 중고차 업체를 이용한 거래가 대부분인 만큼 커뮤니티 내 중고 거래에서 나름대로 조심하는 수준에서 끝나게 됩니다.

결국 개인 사이의 거래가 대부분인 카메라나 게임기 정도가 가방단/가후단을 낳게 됩니다. 그나마 게임은 커뮤니티 내에서 게임기 정도만 가방단/가후단이 생기며 게임 타이틀은 중고 거래는 게임샵을 거치는 것도 많아서 가방단/가후단의 대표 브랜드(?)는 역시 카메라, 특히 DSLR 분야가 됩니다.

다시 한 번 위 글을 요약하면, 가방단과 가후단을 낳을 수 있는 상품은 다음과 같은 조건이 필요합니다. 또한 이들 조건을 만족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DSLR 시장 정도 뿐입니다.
- 사용자의 제품 보유 기간이 짧을 것
- 사용자 사이의 중고 거래가 매우 활발할 것
- 반대로 전문 업자를 이용한 거래는 개인 거래보다 훨씬 적을 것
- 특정 브랜드(제품)에 대한 충성도가 매우 높을 것
■ 가방단/가후단의 가치(?)

DSLR을 사는 사람 가운데는 의외로 사진보다는 기계에 집착하는 사용자들이 적지 않고, 이들은 카메라를 샀다 곧 중고로 팔 생각을 항상 갖고 있습니다. 이들 가운데 '열혈' 사용자들이 가방단이나 가후단으로 바뀌기 쉽습니다. 사실 굳이 가방단/가후단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산 물건의 중고값이 빠르게 떨어지길 바라진 않습니다. 더우기 중고 가격이 쓰는 물건의 '가치'라고 믿고 있는 사람들에겐 더욱 그러겠죠. 가치(Value)라는 것은 여러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눈으로 보이는 것은 가격일 테니까요.

가후단은 조금 특이(?)한 예인 만큼 먼저 가방단의 행동 양식과 그 행동으로서 얻는 이익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방단은 '카메라의 가치는 중고가격이다'는 신념(?) 아래 움직입니다. 또한 자신이 카메라를 중고로 팔 때 더욱 많은 돈을 받아 손실을 줄이려고 하는 조금은 이기적인 마음도 들어 있습니다. 이것은 사람이라면 크건 적건 갖고 있는 생각입니다.

가방단은 자신의 카메라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이러한 행동을 합니다.

- 낮은 가격으로 중고 제품을 내놓는 사람에 대한 '응징'(비난, 욕설 등)
- 자신의 카메라에 대한 극찬과 타 모델에 대한 깎아내림
- 중고 가격 유지를 위한 커뮤니티 내 분위기 생성
- 중고 제품에 대한 거짓 가격 올림
가방단은 보통 커뮤니티 내부의 분위기로서 생기며, 이 가운데 열혈(?) 회원이 일종의 돌격대장 형식으로서 응징과 분위기 형성에 나섭니다. 그러한 노력(?)의 결과로 얻는 것은 이런 것이 있습니다.

- 중고 가격의 유지
- 자신의 카메라(브랜드)의 가치를 지켰다는 만족감
의외로 얻는 것은 적은데, 자신의 카메라를 중고로 팔 때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빼면 대부분은 '내 카메라 끝내주지'하는 자기 만족감과 우월감이 자리합니다. 거기에 카메라 브랜드가 실제 시장 점유율도 높다면 만족감이나 우월감은 두말 할 나위 없이 올라갑니다. 반대로 마이너 브랜드에서는 '나는 남들과 다르다'는 나름대로의 가치를 찾아내며 가방단 활동을 합니다. 가방단이 대형 카메라 메이커 모델 사용자 가운데 많지만, 마이너 브랜드에서도 나름대로 굳건한 열혈 가방간이 있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와 달리 가후단은 카메라 중고 가격을 낮추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합니다.

- 중고 카메라 매물에 '가격이 비싸다'는 리플 작성(빈정거림/욕설 포함)
- 해당 카메라(브랜드)에 대한 흠집잡기
- 중고 제품에 대한 거짓 가격 올림
가후단은 '카메라 가치는 중고 가격'이라는 분위기에서 바라보면 일반 소비자가 카메라를 더욱 싸게 사기 위해 공작(?)을 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물건을 더욱 싸게 사려는 목적에서 저런 행동을 하는 사람도 적지 않으며, 굳이 카메라가 아니더라도 저런 식으로 가격을 '후려치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그렇지만 가후단은 이런 '실리적인'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A 카메라 가방단'이 'B 카메라 가후단'으로 활동하는 일도 많기 때문입니다.

'카메라 가치는 중고 가격'이라고 믿는 사람이라면 이런 행동이 불가능한 것도 아닙니다. 자신의 카메라 중고 가격을 유지하는 노력에 한계가 있다면, 반대로 다른 회사 카메라 가격을 떨어뜨려 상대적인 가치를 높이는 '음해공작'도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식의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이미 브랜드 가치를 충분히 갖고 있는 메이커 카메라 사용자 가운데 많습니다. 자신의 카메라 또는 그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와 자긍심이 지나쳐 다른 카메라 사용자를 '천하게' 바라보는 뒤틀린 '선민의식'이 이러한 가후단에 깔려 있습니다.

■ 가방단/가후단의 폐해

가방단, 가후단의 공통적인 문제는 '시장을 의도적으로 왜곡'시킨다는 점입니다. 중고 시장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서 움직이는 전형적인 시장입니다만, 사람들의 심리에 따라서 그 수요/공급/가격 곡선이 충분히 왜곡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카메라가 아니더라도 중고 시장에는 이러한 심리적인 문제로 인한 가격 결정이 적지 않은데, 성능이 낮은데 '오버클러킹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인기가 높고 가격이 비싼 CPU 등은 이러한 심리적인 문제의 예가 될 수 있습니다.

가방단/가후단은 이러한 사람들의 심리를 집단적으로 조작(담합)해 정상적인 경우보다 가격을 높게 또는 낮게 만듭니다. 중고 시장은 중고 판매자의 상황에 따라서 비싼 제품도, 싼 물건도 나올 수 있습니다만 가방단은 싼 물건의 등장을 원천적으로 막아버리는 문제가 있습니다. 본질적으로는 아파트 가격을 담합하는 부녀회 아줌마(?)들과 다를 게 없습니다. 자신들'만'의 이익을 위해 새롭게 진입하는 사람들에게 벽을 쌓는 셈인 만큼 지나친 가방단 활동은 결국 스스로의 활동 폭을 줄이는 결과밖에 낳지 않습니다.

가후단은 이보다 더 질이 나쁩니다. 싸게 제품을 사고 싶은 마음이야 누구나 있지만, 가후단 활동의 결과로 가격이 정상적인 수준보다 떨어지면 판매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떠넘기게 됩니다. 가후단의 집단적인 활약은 단순히 거래 당사자를 넘어 전체 시장을 왜곡시켜 판매자들의 피해를 더욱 키우게 됩니다. 자신의 카메라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다른 카메라와 브랜드를 모욕하는 가후단이라면 말할 가치도 없습니다. 이들은 자신의 만족을 위해 남을 희생하는 '테러리스트'나 다름 없습니다.

실제로 이런 문제 때문에 웬만한 카메라 커뮤니티의 중고 장터는 구매와 상관 없는 가격에 대한 리플은 막고 있습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한 결과 자유 하나를 잃어버린 셈이 됩니다. 가방단과 가후단의 지나친 활동은 스스로 커뮤니티 내의 자유를 잃게 하며 다른 이들의 진입을 막는 장벽이 되어 커뮤니티의 활력을 빼앗습니다. 스스로의 성을 쌓은 커뮤니티는 내부적인 문제 한 두개로 쉽게 무너집니다. 이런 일을 바라지 않는다면 가방단도, 가후단도 적당히 하고 볼 일입니다.

진정으로 카메라를 아끼며 잘 쓰는 사람들은 다른 카메라를 깎아 내리지도, 자신의 카메라를 필요 이상으로 추켜 세우지도 않습니다. 또한 카메라의 가격이 떨어지는 데 그리 큰 불만을 말하지도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카메라의 수명이 다하기 전까지 좋은 사진을 찍는 데 더 많은 노력을 들입니다. 카메라의 가치는 가격이 아닙니다. 자신이 얼마나 그 카메라를 잘 활용하는가, 그것이 진정한 카메라의 가치입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2007.08.21 13:01

    가후단과 가방단이라 오묘하군요~
    암튼 저는 중고로 물건을 잘 안파는 편이라..
    지금 20d도 2년2개월째 쓰고 있고 ㅎ

    삭제 답글 댓글주소


FeedCou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