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갑자기 추워졌습니다. 추운 겨울이 오고 있군요.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겨울 > 크리스마스/설날 > 선물 > 게임 발매 적기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아 보통 게임들이 11월~1월 사이에 발매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Wii, 플레이스테이션 3, Xbox 360 등 각종 콘솔 게임기가 계속 힘을 얻고 있는 반면 PC 게임의 경우 국내에서 제대로 발매되는 정식 게임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요. PC 게임의 경우 복사가 상대적으로 쉬워 일단 인터넷에 복제 이미지가 풀리기 시작하면 판매량이 급감하는 문제도 있고 최신 게임을 제대로 하려면 컴퓨터 사양이 어느 정도 받쳐줘야 하기 때문에 환율이 꽤 올라버린 지금, 게임을 위해 업그레이드를 생각하기는 쉽지 않은 듯 합니다.

이렇게 우리나라에서 PC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에게 있어서 미래가 그리 밝지만은 않습니다만 최근에 아주 좋은 소식이 두 가지가 있어 이를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두 개의 뉴스 모두 10년 만에 다시 후속작이 발매되는 게임들의 이야기입니다. 첫 번째는 폴아웃 3, 두 번째는 재기드 얼라이언스 3의 이야기입니다.

폴아웃 3: 다시 한 번 Wasteland로
솔직히 저는 지금도 씨프(Thief), 울티마와 같은 고전 명작들의 이름을 들으면 가슴이 콩닥거립니다. 이런 게임들을 생각하면 정말 가슴 한 켠이 솔찮게 아려오는데요, 그 이유는 이 게임의 제작사들이 공중 분해되었거나 다른 게임 회사에 합병되어 후속작이 나올 가능성이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울티마의 경우 9까지 나온 데다가(울티마 10은 울티마 온라인: 오리진에 이어 2번째로 캔슬된 MMORPG네요. 지적해주신 anakin님께 감사드립니다.) MMORPG까지 나왔으니 그만하면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지만 파이널 판타지나 삼국지 시리즈를 보면 아직 좀 더 나와도 될 것 같은데 갑자기 맥이 끊겨버린 듯한 느낌이 들거든요.

그런데 폴아웃은 조금 다른 경우입니다. 일단 PC판으로 발매된 폴아웃 시리즈의 발매 시기를 좀 볼까요.

폴아웃: 1997년
폴아웃 2: 1998년



폴아웃 2입니다.
그리워요... 그리워요~

폴아웃, 폴아웃 2는 왕년에 정말 잘 나갔던 롤플레잉 게임 시리즈입니다. 핵전쟁 이후의 미국을 배경으로 지금보다 100년도 훨씬 더 지난 시기에 볼트(Vault)라는 방공호에 살던 주인공이 볼트 밖으로 나가서 이곳 저곳을 여행하면서 스토리가 진행되는데요, 독특한 시대적 설정과 분위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고려된 게임 플레이, 폴아웃 특유의 롤플레잉 게임 시스템인 S.P.E.C.I.A.L. 등 당시로서는 매우 획기적인 요소들을 갖춘 명작이었습니다. 특이한 점은 미래임에도 불구하고 1920~1950년대 미국을 연상시키는 그래픽 테마(특히 만화)나 루이 암스트롱 등의 올드 재즈를 배경 음악으로 채택했기 때문에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는 겁니다. 물론 재미는 말할 것도 없지요.



폴아웃의 메인 UI인 Pip-boy입니다.
다양한 특성치와 기술, 능력 등을 볼 수 있는 화면이네요.

그런데 폴아웃은 아쉽게도 2를 끝으로 맥이 끊기는데요, 폴아웃 택틱스 등 폴아웃의 배경을 소재로 한 게임들이 PC나 게임기용으로 발매가 되긴 하지만 실제로 롤플레잉 게임이 아니라 전략, 액션 등 장르가 바뀌어 버려서 속편이라 하기가 힘들었지요. 그런데 엘더 스크롤 시리즈로 유명한 베데스다 소프트웍스에서 인터플레이로부터 폴아웃의 판권을 구입해서 오블리비언의 Gamebryo 엔진을 기반으로 완전한 3D 버전의 폴아웃 3를 10월 말에 발매해 버렸습니다. 이처럼 맥이 끊겼던 게임이 10년 만에 다시 등장하는 것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사례이지요. 아무튼 전 세계의 폴아웃 3 팬들은 엄청나게 흥분했습니다.


아... 황량합니다.
어딜 가나 이처럼 매우 세밀하게 표현된 세계가 펼쳐집니다.



수퍼 뮤턴트라도 크리티컬 힛 앞에서는 장사 없습니다.
초반에는 전투가 어렵지만 요령을 조금씩 익히면 할 만 합니다.

그런데 보통 엄청난 화제를 몰고 오는 게임들이 다들 그렇듯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식의 리뷰가 점점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전작들과 달리 이번 3는 엘더 스크롤: 오블리비언에 폴아웃 MOD(보통 게이머가 직접 만들거나 제작사에서 배포하는 기능 추가용 파일 혹은 확장팩)를 설치한 것 같다는 일부 게이머들이 나름 이유 있는 악플을 달기 시작한 겁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래픽이 2D에서 3D로 완전히 바뀐 데다가 턴 방식이었던 전투가 실시간 혹은 VATS(action point를 사용하는, 턴 방식과 유사한 폴아웃 3 특유의 전투 시스템)로 변해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텍스처의 느낌이나 어색한 감정 표현을 보여주는 NPC의 얼굴 등이 오블리비언 엔진을 그대로 사용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지하철역에서 나오자마자 시비를 걸던 놈입니다.
어째 근데 화면 구성이 오블리비언하구 비슷하네요...



...시비를 걸길래 화염 방사기를 떠내 들었습니다.
원래 이 동네에서는 이렇게 해야 살아 남지요.

아직 한 10시간 정도만 진행을 해서 결론을 내리긴 이른 듯 합니다만 직접 폴아웃 3를 해 보니 굉장히 복잡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10년 만에 다시 폴아웃을 한다는 생각에 엄청나게 흥분되고 기대도 되었지만 한 2-3시간째부터는 ‘어 진짜 오블리비언하고 똑같네’하는 생각도 했고요. 그런데 계속 진행을 하면 할수록 오블리비언에 대한 생각은 점차 잊게 되더군요. 어디서 본 글인데 메인 퀘스트는 짧지만 모험 자체를 즐긴다면 100시간도 넘게 쭉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말도 점점 이해가 되었고요. 이동이 가능한 영역의 너비는 전작들에 비해 크게 줄었다고들 합니다만 실제로 돌아다녀보면 정말 핵전쟁 이후에 외로이 생존을 위한 모험을 계속하는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매우 사실적인 그래픽과 세밀한 묘사 덕분에 엄청나게 게임에 몰입할 수 있거든요.



황량하긴 해도 이렇게 볼거리가 많습니다.
정말 나 홀로 넓은 세계를 여행한다는 느낌을 주지요.

이외에도 폴아웃 3의 장점은 매우 많습니다. 스타워즈 시리즈, 테이큰, 킹덤 오브 헤븐 등으로 유명한 헐리웃 스타인 리암 니슨의 음성이 주인공이 아버지의 목소리로 등장하고요, 제 시스템이 인텔 코어2듀오 E6750 + XFX GeForce 8800GTS(예전 버전)인데요, 해상도 1920x1200에 거의 모든 그래픽 옵션을 high로 맞춰도 거의 항상 50~60fps 정도가 나올 정도로 이 게임은 시스템 요구 사양이 낮은 편입니다. 게다가 게임의 로딩 시간이 다른 게임들의 반에서 1/3 정도로 대단히 짧습니다. 사실 파 크라이 2, 크라이시스 워헤드, 스토커: 클리어 스카이 등 최신 게임들의 경우 해상도를 1-2단계 낮춰야 게임을 할 만한 수준인 데다가 보통 로딩에 20~30초 이상이 걸린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는 오블리비언 엔진을 사용한 것이 반드시 단점으로 작용하지만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하네요.



업그레이드된 Pip-boy 3000입니다.
약간 불편한 점은 있지만 그래도 애착이 가는 UI로군요.

그리고 전작들과는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 폴아웃 특유의 개인용 PDA이자 유저 인터페이스인 Pip-boy 3000과 S.P.E.C.I.A.L. 시스템도 그대로 준비되어 있고요, 폴아웃의 마스코트인 볼트 보이(Vault Boy), BB총에서 소형 핵폭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등장하는 각종 무기와 3D 그래픽을 통해 징그러울 정도로 생생해진 괴물들, 라디오를 통해 들을 수 있는 미국의 1950년대 명곡 등 폴아웃 팬들뿐만 아니라 폴아웃 시리즈를 처음으로 즐기는 게이머를 위해 매우 많은 것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원래 1/3인칭 모두 전환이 가능합니다만...
죽을 때는 3인칭 시점으로 멋지게 보여주는군요.

아무튼 10년 만에 돌아온 폴아웃 3는 국내에서도 PS3, Xbox 360판은 이미 10월 말에 발매가 되었고 PC판도 좀 있으면 판매가 시작될 것 같네요. 자, 이렇게 괜찮은 게임을 ‘예전 폴아웃이 훨씬 좋았네’, ‘오블리비언의 폴아웃 확장팩이네’ 하면서 외면하시겠습니까? 그렇다고 예전 폴아웃 시리즈를 설치해서 다시 플레이하기엔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지 않았나요? 자, 저는 다시 핵전쟁 이후 미국 동부로 여행을 떠나겠습니다. 원하신다면 여러분들도 함께 하시기 바랍니다. :)

Ps) 놀라운 소식 하나를 더 전해 드리자면 2008년 4월에 폴아웃 온라인의 개발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얏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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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1.10 10:52

    과거 1, 2편과 동떨어진 작품으로 보면 훌륭하다는 평이 대세인 듯 하더군요. 오블리비언보다 낫다는 얘기도 있고요 ^^;;; 뛰어난 작품인 것은 확실한 거 같아요.
    (그런데 울티마는 9편 Ascension이 마지막 작품이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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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ma-keaton
    2008.11.10 11:20

    생각해보면 90년대 중반까지 컴퓨터 업그레이드의 원동력은 울티마시리즈였던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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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08.11.18 17:38

    영화판처럼 게임판도 잘 나간 90년대 프렌차이즈를 꺼내는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 같습니다. 한국도 빅뱅이 이문세의 '붉은 노을' 리메이크해서 인기라죠?

    21세기에 오히려 문화적인 동력은 한국도, 미국도 90년대만도 못한 거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래도 폴아웃 3, 재기드 얼라이언스 3 출시는 와방 반갑습니다. EA가 울티마 좀 다시 복각해 주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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