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모델의 그럴싸한 포장, iriver E100

작성자 :  DJ_ 2008.04.02 12:00

지난 3월 12일, 아이리버가 'E100'이라는 이름의 신제품을 출시했습니다. 올해 초 CES2008에서 공개한 바 있는 기본형 MP4 플레이어입니다.

E100은 군더더기 없는 트랜디한 디자인에 음악, 동영상 재생, 이미지, 텍스트 뷰를 모두 지원하며, 배터리 사용시간도 무려 15시간 이상을 보장합니다. 게다가 가격적으로도 부품에서 포장까지 원가 상승 요인을 최대한 배제함으로써 경쟁력을 갖춘 모습입니다. 이런 컨셉에 따라 아이리버는 E100에 '올인원 실용주의' 플레이어라는 별칭을 붙였죠.

하지만 E100은 나름 알찬 구성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큰 관심을 받기엔 너무 평범한 제품입니다. 특히 CES2008 당시 아이리버 스스로 'SPINN', 'a 플레이어', 'L 플레이어' 등 특징적인 플레이어들을 다수 선보인 까닭에, E100처럼 싸고 무난한 컨셉의 제품은 빛을 발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죠.

게다가 안 그래도 몇 년 전부터 아이리버는 제품 컨셉만 미리 질러놓고 실제 출시는 함흥차사라는 비아냥을 들어왔는데, 이런 관점에서 보면 후속 제품들의 시간 벌기용으로 가장 무난한 E100을 우선 출시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심플한 디자인과 다양한 기능은 이제 아이리버 제품의 당연한 특징으로 자리 잡은데다, 'CLIX'나 'W7' 같은 전작들이 단종된 것도 아니니 더더욱 이런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단, 그렇게 조용히 묻힐 수 있었던 E100의 출시를 빛나게 한 건, 출시 당일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된 충격적인 가격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애초에 저가격, 보급형 컨셉으로 기획된 제품이라는 걸 한 눈에 보여주는 가격대입니다.

경쟁사의 같은 용량 제품들과 비교해보면, 약 5만원에서 많게는 7~8만원까지도 저렴한 셈입니다. 단순히 용량만 두고 아이팟터치와 비교한다면 정확히 아이팟터치 한 대 값으로 E100 두 대를 살 수 있습니다. 또한 2GB 제품은 아이리버라는 훌륭한 브랜드의 최신 제품이면서, 10만원도 안한다는 계산 덕분에 누구나 쉽게 구매를 결정할 수 있을 정도로 가격 매리트가 큽니다.

게다가 E100은 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사진으로 보기에 디자인도 매끈한데다, 기본 기능 외에 FM 라디오, 내장 스피커, 마이크 등 다양한 부가 요소까지 더 갖추었으니 평소 아이리버의 행보에 예의주시하던 얼리어답터들도 충분히 놀랄만 했습니다. 이런 놀람은 출시 당일 아이리버 커뮤니티와 여러 블로그의 반응을 살펴보면 잘 나타납니다.
하지만 충격적인 출시일로부터 약 보름의 시간이 흐른 지금의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입니다.

이유는 주로 '싼 만큼 제품의 품질이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아이리버는 앞서 언급했던 애매한 시장 분위기에 E100을 출시하면서 굉장히 파격적인 가격으로 승부수를 던졌지만, 세세한 부분에서 기대에 못미친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게다가 그 기대 수준은 대단한 것이 아니라, 평소 아이리버 혹은 경쟁사 제품들이 으레 만족시켜 왔던 기본적인 것들입니다.


▲ 플러그가 끝까지 들어가지 않는 출력단자


▲ 어둡고 블라인드처럼 도트가 벌어진 액정 품질
저가 컨셉이라는 것을 충분히 감안하지 않으면 실망할 수 밖에 없는 디스플레이


▲ 텍스트 뷰어에서의 인코딩 문제
일부러 유니코드로 저장하지 않은 문서는 아래 사진처럼 깨질 수 있음


▲ 원인 불명의 ID3 태그 깨짐
그나마 사용자가 유니코드로 강제 저장할 수 있는 텍스트 파일과 달리
음원의 ID3 태그는 인코딩 방식을 일부러 지정한다는 것도 일반적이지 않은데다
같은 파일들이 PC나 다른 기기에서는 정상 표시되니 더 답답한 문제

▲ 느린 부팅, 반응 속도와 클릭 판정이 불분명한 D-클릭 시스템

이 밖에도 30fps 풀 프레임이라면서 정작 비디오 파일을 전송할 땐 24fps XviD 형식으로 인코딩하며, 다수의 폴더를 선택하기 불편한 'iriver 플러스 3' 소프트웨어. 그리고 초기 펌웨어의 소소한 버그들은 그야말로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나올법 한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펌웨어는 현재 1.04까지 업데이트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무엇보다 출시일에 당장 라인업상의 모든 제품을 팔 것처럼 가격을 발표해 놓고, 2GB 제품을 3월 말까지도 출시하지 않고 있는 점이 가장 실망스러운 부분입니다. 색상도 화이트, 핑크로 상당히 제한적이며, 8GB 제품만 최근 블랙이 입고된 모양입니다.

저는 발매일이었던 3월 12일에 2GB 화이트를 구입하러 아이리버 본사 지하에 위치한 아이리버 존을 방문했는데, 8GB 화이트와 핑크만 재고가 있었고 나머지 제품들은 직원도 정확한 출시일을 알지 못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결국 8GB 화이트 구입)

깔끔한 포장과 디자인, 저렴한 가격 때문에 좋은 마음으로 접근했던 사용자도 위와 같은 문제들을 하나씩 겪다보면 E100이라는 제품을 넘어 아이리버라는 브랜드에 대해서도 적잖이 실망하리라 생각합니다.

현재 아이리버라는 브랜드의 이미지는 '신선한 컨셉', '깔끔한 디자인', '풍부한 기능', '디테일', '적당한 가격'이라고 생각하는데, E100은 가격을 최대한 낮추면서 다른 요소들을 만족시키려다보니 무게 중심이 흐트러진 제품처럼 보입니다.


▲ 애초에 수출을 많이 염두에 둔 포장 디자인

워낙 휴대용 플레이어의 가격 경쟁이 치열한 것도 이해하고, 최근 세계 휴대폰 시장이 그렇듯 제조사 입장에서는 해외의 저가 시장도 분명히 공략해야 할 무대인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한 때 정말 잘 나갔고, 얼마 전 많이 삐그덕댔고, 이제 다시 힘찬 모습을 보이려하는 아이리버에게 E100의 완성도는 가격을 충분히 감안하더라도 많이 아쉽습니다.

저가 제품이라서 이 제품만 독립적으로 평가할지, 저처럼 그간의 브랜드 이미지까지 생각할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어찌됐건 '아이리버'라는 브랜드를 믿고 구입하는 사람들은 분명 어느 정도 실망할 수 있는 제품입니다.

애시당초 마무리를 잘 해서 출시했다면 좋았겠지만, 지금이라도 잘 수습하려면 다음 사항들이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 2GB 제품의 빠른 출시
- 인코딩 문제 해결 (ID3 태그 및 텍스트 뷰어)
- 버튼 반응 속도 개선 (Fade in/out 효과를 없애서라도 체감 속도 향상)
- 부팅 속도 개선
- 다음 생산 물량부터는 이어폰 플러그가 단자에 다 들어가도록 수정
- 광고했던 나머지 색상의 빠른 출시
잘 만든 브로셔로 애써 가꾼 이미지가 실제 제품을 쓰면서도 만족감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분발해 주면 좋겠습니다.

[장점]
- 가격이 '매우' 저렴
- 심플한 디자인
- 다양한 기능 및 확장성 (microSD 슬롯 포함)

[단점]
- 인코딩 문제 등 버그가 아직 존재함
- 부팅 및 반응 속도 느림
- 라인업 미완성(미출시)

[기타]
- 멜론, 쥬크온 등 국내 음원 서비스 지원 '예정'
- iriver plus 3의 사용성 개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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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_-
    2008.04.03 11:43

    저가 모델이긴 한데, 일관된 low quality를 보여주는 듯 합니다.;
    (패키징까지 싼티나는 건 좀 그렇군요.)

    cost-quality의 trade off를 잘 보여주는 듯 해서,
    살 맘이 별로 안생기네요.
    매우 싼 만큼, 싼티 나는군요.;;

    차라리, 지금 갖고 있는 아이팟 리퍼받아서 쓰는 게 낫겠어요.
    리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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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ma-keaton
    2008.04.04 11:26

    소녀시대 사진에 손가락을 눌렀는데 응답이 제대로 안나와 더더욱 불만족스러우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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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파이어맨
    2008.04.10 10:54

    다른것보다 e100에 라디오가 스피커로 못나온다는게 제일 아쉽더군요. 라디오들을때 안테나가 있어야하고 이어폰은 안테나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스피커로 못듣는다던데.. 이어폰/스피커 변환스위치를 만들어서 스피커로도 라디오를 들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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