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어느 정도 쓴다는 사람 치고 오픈마켓에서 물건 한 번 사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연예인 대박 쇼핑몰부터 고등학생 사장 신드롬까지 다양한 쇼핑 신화(?)가 오픈마켓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또한 종합 쇼핑몰과 전문 쇼핑몰이 가장 경계하는 시장 또한 오픈마켓입니다.

그렇게 오픈마켓은 주목을 받고 있지만 그렇다고 누구나 오픈마켓을 만들면 돈을 버는 것은 아닙니다. '승자독식'의 피냄새 풍기는 바람은 오픈마켓을 운영하는 기업들에게도 불고 있습니다. 탄탄한 유통 경험과 '범 삼성가'라는 브랜드 파워를 갖고 있는 CJ그룹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닙니다. 오늘(28일 0시 기준으로는 어제가 됩니다만) 증권가에 올라간 엠플(mple) 청산 공시는 '아무리 돈이 많아도 안 되는 일은 안 된다'는 것을 너무나 잘 보여줍니다.




우리나라 오픈마켓 시장은 인터파크가 만든 지마켓을 그 시작으로 하며, 경매를 주 사업으로 하던 옥션이 오픈마켓 방식으로 사업 방향을 바꾸면서 양강구도를 형성했습니다. 이후 GS그룹(당시 LG그룹)이 만든 GSe스토어(당시 LGeStore), CJ그룹의 엠플, SK그룹의 사이월드몰, 동대문닷컴 등 여러 업체가 이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그 사이 종합 쇼핑몰 또는 전문 쇼핑몰 위주의 인터넷 쇼핑은 세컨드잡 하는 직장인을 비롯한 SOHO 사업자 열풍과 함께 폭발적으로 시장이 커졌으며, 의류 등 잡화 위주의 제품에 머물던 취급 상품도 컴퓨터, 서비스, 심지어 자동차까지 사고 팔 정도로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시장이 커지는 속도보다 오픈마켓이 생기는 속도가 더 빨랐기에 오픈마켓 업계는 속으로 썩어들어가는 악순환을 겪게 되었습니다. 오픈마켓의 수익모델은 입점 업체에게 받는 수수료가 사실 전부입니다. 이 수수료는 업체에 따라 다릅니다만 옥션 또는 지마켓 수준의 업체가 최대 8% 전후를 받습니다. 하지만 판매량이 늘어나는 대형 입점 업체에는 수수료를 할인해줘야 하며, 영향력이 작은 오픈마켓은 이 수수료를 4~5% 수준까지 낮춥니다.

그래도 앉아서 돈 버는 일인데 무엇이 그리 문제인가 생각한다면 생각의 우물을 더 깊게 팔 것을 권해드립니다. 나가는 돈이 없다면야 수수료가 이 정도로도 큰 문제는 없겠지만 사실 지출하는 비용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오픈마켓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인건비와 서버 유지비 등 경상 비용을 제외해도 마케팅에 쓰는 돈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입니다.

오픈마켓은 고객이 들어와 물건을 사야 수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등록 수수료 등 기타 수익도 있으나, 이는 점차 줄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런 만큼 새로 시작한 오픈마켓은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광고를 해야 합니다. 신문, 잡지, TV 등 대형 매체는 기본이고 키워드 광고, 포털 배너광고에 상당한 돈을 쏟아 붓습니다. 말 그대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타깃 마케팅도 쉽지 않아 특정 방식의 광고만 집행하는 방법도 무리가 따릅니다.

여기에 오픈마켓 자체에 올라오는 제품 가격이 저렴해야 하는 만큼 새로 오픈한 오픈마켓은 오픈마켓의 부담으로 제품에 할인 쿠폰을 적용합니다. 보통 할인 쿠폰은 판매 업체의 부담으로 하는 경우가 많지만, 전략 상품의 경우 오픈마켓 MD가 할인 쿠폰 적용을 결정합니다. 엠플이 빠른 시간에 오픈마켓 순위를 올릴 수 있던 이유 가운데 하나가 이런 무차별(?)적인 쿠폰 적용이기도 합니다. 고객을 유치하고자 구매 포인트를 더 많이 제공하고 사용기 작성 포인트도 많이 주는 경쟁도 뜨거운 만큼 돈 나갈 곳은 넘쳐납니다.

엠플은 초기에 많은 돈을 들여 다양한 마케팅 방법을 동원하였으며, 오픈마켓 4강에 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선두업체인 옥션과 지마켓의 벽은 너무나 높았고, 이 두 업체의 매출에 비해 엠플의 매출은 보잘 것 없었으며, 어느 수준에 이르러 정체 상황에 빠졌습니다. 매출이 적다고 마케팅 비용을 적게 써도 되는 것은 아닌 만큼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CJ그룹이 엠플에 쏟아 부은 돈은 400억원입니다만 2년만에 엠플은 자기자본 잠식 상황에 빠졌습니다. CJ그룹은 CJ몰 등 다른 유통 분야와의 합병도 고려했지만 성장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결국 엠플 사업 자체를 포기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CJ 입장에서는 허무한 꿈에 400억을 날린 셈이 되고 말았습니다만, 버틸 수 있는 체력이 있는 강자만 살아남는 정글로 바뀐 오픈마켓에서 더 이상의 투자를 한다고 해서 엠플이 승자가 된다는 보장도 없었으니 그들의 결정은 결코 그른 것이 아닙니다.

엠플이라는 경쟁사 하나가 사라지면서 오픈마켓 시장은 조금은 숨통이 틔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아직 위기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GSe스토어는 외형 확장을 포기하고 내실경영(사실상 '지금 시장 지키기')으로 축소 경영을 시작했고, 동대문닷컴 등 중견 오픈마켓의 미래도 결코 밝지만은 않습니다. 더군다나 디앤샵을 비롯한 종합 쇼핑몰도 인수, 합병이 진행중인 만큼 앞으로의 생존 경쟁은 더욱 치열하게, 더욱 피비린내를 풍기며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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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2.28 08:47

    웹기반 사업이라는 것이 미묘한 노하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오프라인의 거대 기업이 온갖 자본을 들이대면서 뛰어들어도 안 되는 곳이 이 바닥이니까요.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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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olf
      2007.12.28 17:06

      거대한 자본은 대부분의 것을 되도록 합니다. 하지만 극히 일부는 되지 않게 하죠. 엠플은 그러한 것을 보여주는 일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P.S: 하지만 '악독하게 마음을 먹은' 초 거대 자본은 안되는 것도 되게 합니다. 그 시장 최대의 회사를 사버리면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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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aniona
    2007.12.28 13:00

    SKT가 "11번가"라는 브랜드로 오픈마켓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거래금액 5천억·회원 600만이 목표라는데요.. 엠플이 나간 자리를 더 큰 녀석이 들어왔으니 어떻게 흘러갈지는 지켜봐야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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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olf
      2007.12.28 17:10

      한다고 해도 성공가능성은 의문입니다. CJ그룹이 SKT보다 돈이 없어서 엠플을 접은 것은 아니니까요. 적어도 유통에 대한 노하우도 충분했던 CJ도 잡지 못한 시장입니다.

      SKT가 진짜 악랄하게 마음을 먹고 오픈마켓 시장에 뛰어들려면 G마켓을 사버렸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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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07.12.28 14:44

    말씀하신것처럼 마케팅비용,서버비용, 기타 등등의 모든 비용을 수수료를 벌어서 운영해야하는 곳이 오픈마켓입니다. 반면에 선점한 덩치큰 공룡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곳입니다. 판매자와 구매자의 입장에서 보면 3,4위 업체까지 비교하면서 이용하지는 않을테니까요...
    아쉬운점은 오픈마켓에 뛰어든 기업들이 비슷한 방식의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후발업체는 시장진입을 위한 색다른 공식과 시도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Second Ebay는 쉽게 나타나지 않겠지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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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olf
      2007.12.28 17:14

      오픈마켓 자체는 이미 레드오션입니다. 단순히 몇 가지 새 공식을 쓴다고 될 일은 아닙니다. 옥션같은 경우 eBay 구매대행과 Skype 서비스가 나름대로 용돈벌이(?)는 되겠지만 성장동력이라고 하기엔 한계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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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07.12.28 14:59

    게시물 제목이 참 센스있군요.^^
    SK가 새로이 오픈마켓에 진출했는데 이번에 가시적인 성과를 낼지 궁금합니다. 조금 비판적인 시선에서 바라본다면 돈되는 일이라면 뭐든지 진출해보는 대기업의 습성에 진흙탕물이 끼얹어진 형상이랄까요. 옥션(이베이)과 지마켓(인터파크 맞나요?)이 하니 여러 대기업 진출했다가 피를 봤죠. 왠지 달콤씁쓰름합니다.

    CJ입장에선 단순히 400억만 날린게 아닌 것 같아요. 기회비용까지 생각한다면.. 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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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olf
      2007.12.28 17:19

      저도 SKT가 미친짓(?)을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SKT의 강점인 휴대전화와 연동한 오픈마켓은 나름대로 신선하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사람들이 휴대전화로 오픈마켓을 얼마나 이용할까요?

      한 가지 시장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고 전혀 다른 시장에 그것을 융합하여 절대 강자를 이길 수 있다는 법은 없습니다. SK그룹은 수입이나 도매유통은 몰라도 소매유통에 대해서는 경험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하더라도 에너지나 휴대전화같은 특수 서비스에 한정되어 있습니다. 이런 일천한 경험이 삽질로 이어질 위험도 적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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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2007.12.28 15:51

    앰플이라고 하면 제게

    서투른 AS와 전화상담 토스가 가장 강력한 인상이었는데..

    초기라서 그랬거니...

    또 오픈마켓의 단점이란 이런것이겠거니...

    했지만, 결국 문을 닫네요.

    직원들이 어찌될까가 걱정이네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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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olf
      2007.12.28 17:20

      직원은 전원해고로 일단 결정이 났고(인력 승계가 전혀 없다는 뜻입니다.), 3개월간 월급은 준다고 합니다. MD, 디자이너, 개발자 등 수 많은 인력이 이제 인력 시장을 떠돌게 생겼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인력 시장에서의 연봉 디스카운트도 예상해 볼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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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10.09 01:13

      dolf님.
      당신은 하나맛 아는군요.
      당신이 진정 걱정하는게 엠플인의 취업인가요?
      참 쓰레기같은 생각입니다.
      진정 엠플인을 생각핫다면...
      또는 외부에서 바라본다면 그런 마른 빌요없ㅅㅂ니다. 우릴 걱정하는 당신의 모습니 수년을 지나 오늘 궁금합니다.
      잘 살았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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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DAZZ
    2007.12.28 17:05

    앰플
    첫거래시 여러가지 일로 상담통화후
    절대 사지 않겠다고 다짐한 사이트였습니다.
    아무리 최저가로 등록되어도.. 앰플이면 PASS였죠
    제 주위에도 그런 사람 많이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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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olf
      2007.12.28 17:22

      dolf가 다니는 회사도 쇼핑몰이고(규모는 몇백억원 안됩니다.) 엠플에도 입점을 했지만, 엠플 공중분해에 대해 담당자 왈...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

      엠플의 위상이라는게 사실 이정도였다는 뜻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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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리베로
    2007.12.29 09:33

    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
    제 블로그에 담아가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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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라이브
    2007.12.29 15:00

    컴퓨터를 어느 정도 쓴다는 사람 치고 오픈마켓에서 물건 한 번 사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 이제까지 오픈마켓에서 물건 한 번도 사본 적 없네요.
    인터넷서점에서 책 사는 건 많아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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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람세스
    2007.12.30 16:08

    엠플이 없어지는군..
    즐겨찾기에 등록된 사이트인데 물론 물건 산적은 없지만
    양대산맥이 스스로 무너지지 않는 한 그자리를 차지하긴 힘들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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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Eveator
    2008.01.03 14:18

    제가 알기로는 쥐마켓과 인터파크는 사실 거의 상관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초반의 협력관계에서 지금은 협력관계가 끝나서 남이되었다는..
    안쪽공원 관계자한테 들은소식이라..
    여기서 저 인터파크가 설립했다는 이야기를 보니
    의아해지네요..확실하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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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2014.10.09 00:12

    그런데.. 글쓴이 당신은 지금 모하시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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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2014.10.09 00:16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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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2014.10.09 01:06

    이게 뭔 개소리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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