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을 비롯한 공중 PC는 항상 부품 도난의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한 때 PC방을 공포에 떨게 했던 '마우스 볼 도둑'은 그나마 양반이지만 관리자가 조금만 눈을 돌리면 몇 분만에 전면 베젤에 손을 넣어 메모리 등 값진 부품을 빼가는 PC방 전문 도둑도 적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 때문에 아예 전면 베젤이 없는 케이스, 케이스에 육각 나사를 박고 글루건으로 나사를 고정하는 것, 자물쇠, 심지어는 전원 스위치조차 뒷면에 숨겨놓은 케이스까지 다양한 아이디어(?)가 현실화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메인보드까지 이런 도난에 대비해 나온다면 어떨까요? 그런걸 세계 최대의 메인보드 제조사, 아수스가 만들었습니다.


아수스가 만든 G-SURF365라는 메인보드가 바로 그런 모델인데, 실제로 이 메인보드는 인터넷 카페(PC방이라는 게임 전용 공간은 외국에서는 아직 낯설죠), 교육기관, 기타 공중 PC 시장을 노리고 있습니다.

G-SURF365의 제원과 기능을 보면 '진짜 우리나라 PC방을 위한 메인보드'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입니다. 적어도 그냥 인터넷을 즐기는 인터넷 카페나 단순 교육기관용보다는 PC방 등 게임용 공중 PC 환경에 더 맞기 때문입니다. 아수스에서는 이 메인보드를 'Republic of Gamer' 시리즈로 분류하는데, 이 시리즈는 COMMANDOMaximus Formula 같은 값비싼 게임 마니아용 제품들이 대부분입니다. G-SURF365는 개인 게임 마니아가 아닌 PC방을 상대로 해 가격 정책 등 많은 부분이 다르겠지만, 적어도 개발 컨셉은 이들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PC방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PC에 들어가는 메인보드가 무엇인지 관심을 갖지 않지만, PC방 업주를 비롯한 관리자들은 신뢰성과 유지비와 관련이 있는 메인보드 선택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습니다. 보통 PC방용 메인보드가 갖춰야 할 덕목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부담 없는 메인보드 가격
- 뛰어난 신뢰성
- 적은 유지비 및 관리 노력
- 편리한 사후지원
G-SURF365는 이 컨셉에 맞춰 일부러 만들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이런 원칙을 잘 지키고 있습니다. (실제로 써보면 아닌 면도 있지만) 아수스의 브랜드 밸류와 3년 고객 지원은 신뢰성과 사후지원을 기본적으로 만족하며, 메인보드 가격과 적은 유지비를 위해 메인보드 자체에도 손을 썼습니다.

대부분의 PC방, 인터넷 카페는 메모리를 두 개 이상 꽂지 않습니다. 추가로 메모리 확장을 하는 대신 PC 전체를 교체 시기에 맞춰 바꾸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런 만큼 ATX 규격 메인보드임에도 불구하고 메모리 슬롯은 두 개 뿐입니다. 쓰지 않는 PCI 익스프레스 1배속, 4배속 슬롯은 과감히 줄이고 PCI 익스프레스 16배속 하나와 PCI 2개 등 최소한의 확장성만 갖고 있습니다.

대신 확장 슬롯을 뺀 자리에 초대형 칩셋 방열판인 'Pin-Fin 서멀 모듈'을 넣었습니다. 서멀 모듈이라고 하면 듣기 좋지만, 사실 대형 방열판이라는 말이 정답입니다. 보통 게이머용 메인보드는 값비싼 서멀 파이프 시스템이 아니면 쿨링 팬을 써 칩셋을 식히지만 히트파이프는 가격이 비싸며, 쿨링 팬은 수명이 있어 유지 보수에 손이 들어갑니다. G-SURF365는 단순 무식(?)하게 방열판을 초대형 사이즈로 만들어 열 문제와 관리 문제를 모두 잡았습니다.

나머지 제원은 평범한 AMD CPU용 메인보드의 것입니다. 최신 모델인 페넘 시리즈는 꽂을 수 없지만, 소켓 AM2 방식의 애슬론 64 X2, 셈프론, 애슬론 64는 전부 받아들입니다. PC방에서 AMD를 찾는 비중은 과거보다 훨씬 늘어난 만큼 CPU 확장성도 충분합니다. 칩셋은 엔포스 630A로서, 사실상 지포스 7025/7050에서 내장 그래픽 코어만 뺀 모델입니다.(이렇게 설명하는 이유는 엔비디아에서 엔포스 630A 칩셋만 따로 발표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G-SURF365는 그냥 PC방에 맞게 만든 중급형 메인보드일 뿐입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기능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G-Guardian'이라는 도난 방지 시스템입니다.

시스템이라고 하기엔 뭔가 어색한 이 기능은 너무나 단순 무식(?)합니다. 메모리와 키보드/마우스 등 도난이 잘 되는 부품을 훔쳐가기 어렵도록 나사를 박아 고정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메모리는 메인보드에 꽂은 뒤 고정 가이드를 메인보드에 박는 형식으로 되어 있으며, 키보드/마우스 등 케이블로 연결하는 장치는 케이블 중간 부분을 고정 가이드 안으로 집어 넣은 뒤 그 가이드를 역시 메인보드 안쪽에 박아버립니다.

이렇게 하면 케이스가 PC방 전용이 아니라 할지라도 드라이버 등 공구가 없으면 메모리를 빼내기 어려우며, 실제 내부 공간 문제와 나사의 크기를 고려하면 이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키보드, 마우스, 헤드셋은 케이블을 끊지 않는 한 훔쳐가기 어렵습니다.(하지만 케이블을 끊어버린 것을 쓰기엔 쉽지 않습니다.) G-Guardian은 그 발상은 너무나 단순하지만 PC방 업주들의 입장에서는 골치거리 하나를 줄여준 셈입니다.

우리나라에 이 메인보드가 공식으로 들어올 수 있을지, 들어온다고 해도 얼마나 저렴한 가격에 나올지 장담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다만 게이머 브랜드를 달고 나오는 이상엔 PC방에서 선호하는 초 저가는 어려우며, 아수스의 주력 메인보드 가격과 큰 차이가 나지 않을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 만큼 이 메인보드를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만, 진정한 PC방 전용 메인보드로서 아수스의 시도는 높게 평가받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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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2.26 17:21

    피씨방에도 도둑이 많은가보군요
    안가본지 오래됐지만 큰 곳에는 구석자리가 꼭 존재하기 마련이죠
    하드웨어 도둑도 도둑이지만 CD키 같은걸 훔치는것도 예전에 많다는 소리를 들은 기억이 나네요

    ^^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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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olf
      2007.12.26 17:28

      PC방의 부품 도둑은 어디든 적지 않게 겪습니다. 지금은 PC방 전용 케이스가 나오면서 조금 줄었지만, 전에는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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