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하반기부터 구글폰에 대한 기사들이 슬슬 등장하면서 사람들은 엄청나게 질주하고 있는 구글이 과연 어떤 폰을 어떻게 만든다는 것인지 궁금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초기에는 "무조건 광고 메시지를 들어야 사용이 가능한 공짜 폰"이라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구글폰에 대해 지금까지 알려진 여러 가지 사실을 쭉 정리해 보면서 과연 구글이 원하는 모바일 세상은 어떤 것인지 한 번 생각해 보도록 하지요.

지난 8월, 월 스트릿 저널은 구글폰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 구글은 구글이 가진 어플리케이션이 모두 실행될 수 있는 모바일 기기/환경을 준비 중이다.
- 구글은 이미 이 프로젝트에 수천 억 원 이상을 투자했다.
- LG 전자 등과 함께 프로토타입 폰을 개발하고 있다.
- 구글의 CEO 에릭 슈미트 왈: "개인화된 핸드폰용 광고는 다른 인터넷 광고보다 2배 이상의 수익을 보장한다."
- 대만의 HTC(High Tech Computer)가 리눅스 기반의 구글폰을 2008년 1/4분기 발매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몇 달 전에 공개된 구글폰의 모습입니다.

자, 여기까지가 얼마 전까지 알려진 내용이었습니다. 이런 뉴스만 보면 구글이 핸드폰 제조회사와 협력해서 구글폰을 내놓으려고 하고 있고 이를 통한 광고 수익을 꾀하고 있다는 정도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11월에 들어서면서 더욱 충격적인 소식들이 속속 들려오고 있습니다. 하나씩 내용을 살펴보지요.

구글, 내년 초 있을 미국의 700MHz 주파수 경매에 참여할 듯

구글, 오픈 소스 기반 핸드폰용 OS 안드로이드 공개

구글, 안드로이드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한 1,000만 달러 규모의 소프트웨어 개발 콘테스트 발표

이쯤 되면 구글폰이 단순히 적당히 협력적인 회사들을 엮어서 폰이나 몇 모델 찍어내고 말겠다는 수준의 프로젝트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2009년 아날로그 방송이 종료됨과 동시에 확보되는 여유 주파수인 700MHz 대역을 경매에 붙일 예정인데, 구글은 이에 단독으로 입찰할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데모 동영상과 안드로이드 SDK를 통해 공개된 구글폰입니다.

이는 결국 구글이 이동통신 사업도 하겠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직접 할 수도 있고 재판매를 통해서 수익을 낼 수도 있다는군요. 그런데 미국 정부가 재판매를 허용하지 않을 전망이어서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

게다가 핸드폰용 OS를 만들고 이 OS용 어플리케이션을 만드는 개발자들에게 100억 원 가까운 규모의 지원금을 준다는 것은 정말 구글 정도의 기업이 아니면 생각하기 어려운 커다란 규모의 작업입니다. 그리고 구글이 혼자 이렇게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OHA(Open Handset Alliance)라는 개방형 핸드폰 단체를 통해 퀄컴, HTC, 삼성, LG, 인텔, 모토롤라, 브로드컴, 스프린트, TI, au KDDI, NTT 도코모 등 공룡 기업들을 대거 끌어모으고 있지요.

그렇다면 구글은 왜 이렇게까지 해서 이동통신/휴대폰 사업에 진출하려고 할까요? 해답은 간단합니다. 지금의 모바일 환경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보아 검색 등 다양한 서비스의 제공을 통해 구글이 원하는 광고 수익 등을 챙기기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이나 서비스 개발을 위한 플랫폼은 있지만 쓸만한 모바일 OS는 가격이 비싸거나 쓸만한 개발 환경을 손에 넣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지요. 또한 엄청난 자금의 투입과 실행력이 없다면 극도로 폐쇄적인 모바일 업계의 관문(walled-garden)을 확 열어버릴 수 없습니다. 이동통신회사들은 우리나라에서도 그렇지만 전 세계적으로도 "먹을 것이 생기면 절대로 남에게 주지 말고 혼자 다 먹기" 신공으로 꽤 악명이 높기 때문입니다. 물론 예외는 조금씩 있습니다만... 어쨌든 구글은 "우리가 원하는 것이 없다면 직접 만들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명해 온 셈입니다.



LG에서 유럽 보다폰용으로 만든다는 구글폰입니다.


아무튼 이쯤 되면 전부터 쭉 기득권을 유지해 왔던 모바일 OS 업체들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정말 여러 사업 분야에서 구글과 충돌해 왔는데 이번에도 진검 승부를 피하긴 어려울 것 같군요. 게다가 구글은 미국의 T-Mobile과 스프린트, 유럽의 T-Mobile과 도이치 텔레콤, 중국의 차이나 모바일 등 주요 이동통신회사들과 구글폰 공급에 대해 협의 중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욕심이 많고 절대로 문을 열어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이동통신회사들이 이 정도로 관심을 보인다면 뭔가 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확실한 듯 합니다.



구글의 핸드폰용 OS, 안드로이드의 데모입니다.

사실 우리들이야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됩니다만 국내에서는 아무래도 구글폰을 보기가 어렵지 않을까 하네요. 모바일 플랫폼을 통합하려고 만든 WIPI(모바일 플랫폼)의 버전이 이동통신회사에 따라 서로 다를 정도로 환경이 특이한 데다가 SK텔레콤과 KTF는 무리해서라도 남과는 다른 길을 가려는 경향이 짙기 때문이지요.(SK텔레콤의 경우 구글과 협력해서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긴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서비스의 품질 자체는 매우 떨어지는 편입니다.)

물론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동통신회사들이 무선 인터넷 = 돈 낭비라는 인식이 굳어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돌려놓으려는 노력을 하려는 의지가 별로 없어 보인다는 점입니다. 그렇다고 시장도 작은 우리나라에서 구글이 직접 이동통신회사를 운영할 계획은 없는 것 같군요. 어쨌든 변화의 바람이 좀 더 강하게 불기를 바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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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1.20 13:21 신고

    이 포스트가 피쉬에 공개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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