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에 선보인 빌형 기업(?)의 신형 운영체제, 윈도우 비스타맛스타는 여러 발전이 있었지만, 기술적으로 큰 변화로 손꼽히는 것이 '다이렉트X 10(DX10)'입니다. 2002년 말에 나온 다이렉트X 9 이후 4년 만의 메이저 버전의 변화인 DX10은, 특히 '윈도우 XP 사용자는 손가락만 빨아라'하며 '염장'을 지른 바 있습니다. 초기에는 지포스 8800 시리즈 말고는 DX10 그래픽카드를 찾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4만원짜리 사무용 그래픽카드도 DX10 기술을 포함할 정도로 시장이 빠르게 자리 잡았습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DX10 게임이 거의 나와있지 않다는 문제는 있었지만, 그래도 DX10에 기대를 건 사용자들은 윈도우 비스타와 최신형 그래픽카드로 빠르게 갈아 탔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용자 분들은 마음을 가다듬고 들어야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윈도우 맛스타와 DX10 기술 보급에 나름대로 역할을 한 이들 사용자에게 빌형 기업(?)은 멋진 뒷통수 한 방을 날렸습니다. 바로 'DX10.1'입니다. 앞으로 나올 DX10.1은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지포스 8800이나 레이디언 HD 2900 시리즈로는 100% 그 기술을 활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빌형 기업이 저지른 만행(?)이 무엇인지 한 번 살펴 보겠습니다. 영어가 되는 분들은 ExtremeTech의 다음 기사를 읽어 보셔도 좋습니다.


미국 샌디에고에서 열리고 있는 시그래프(SIGGRAPH) 2007 행사에서 빌형 기업은 다이렉트X 10.1의 자세한 사항을 프리젠테이션으로서 발표했습니다. 아는 분은 아는 이야기지만, 시그래프는 계산기학회(ACM)의 그래픽 분과 이름이자 이곳에서 주최하는 그래픽 컨퍼런스입니다. 1974년부터 했으니 역사가 길고, 그래픽 관련 기술은 게임, 영화, 애니메이션을 가리지 않고 이 곳에서 발표하는 경우가 많아 기술에 목마른 사람들의 좋은 정보원이 되고 있습니다.

도대체 여기서 발표한 DX10.1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일단 간단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윈도우 비스타 SP1에 포함
현재 나와있는 DX10 하드웨어로는 지원하지 않음
DX10보다 API 5추가
다이렉트3D(D3D) 10의 완성형
렌더링 품질(AA 제어)의 향상
32비트 부동 소수점 연산 기본
4배 멀티샘플 AA(MSAA) 기본
쉐이더 4.1
기본적으로 DX10.1은 DX10때 완전히 다듬지 못한 10세대 D3D 기술을 완성하고, 화질을 높이기 위한 기본값의 재설정을 거쳤다고 보면 됩니다. 이들 기술을 묶어 표현하면 'DX10.1은 쉐이더 4.1 지원 API'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임 개발자 입장에서 DX10.1은 꽤 어려운 문제입니다. API가 8월에 처음 선보인 만큼, 새로운 API를 익히고 이게 맞게 게임을 개발(또는 현재 개발중인 게임의 수정 적용)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쉐이더 4.0과 4.1의 차이가 사실상 없는 수준이라면 골머리를 썩일 필요는 없지만, 빌형 기업은 '쉐이더 4.1은 4.0과 다르다'며 이미 선을 그은 상황입니다. 아무리 윈도우 비스타 SP1에서 DX10 게임이 잘 돌고(하위 호환성), DX10.1 규격으로 만든 게임을 DX10 그래픽카드를 꽂은 PC에서 돌려도 '매우 잘' 작동하는 것(API의 유사성)은 분명하다고 해도 DX10.1에서 DX10에 맞게 프로그램을 수정해야 하는 점은 변함이 없습니다.

이에 대해 빌형 기업은 '걱정 말라'고 일관하고 있습니다. 쉐이더 2.0 기반의 DX9에서 3.0 기술을 쓴 9.0C로 바뀌었을 때를 예로 들며 큰 혼란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으며, 다이렉트X 10.1과 윈도우 비스타 SP1이 나올 2008년 상반기까지 쉐이더 4.1 기술 그래픽카드가 나오는 만큼 시간과 상황의 여유는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완전한 DX10의 등장인 만큼 3D 품질을 높여 더욱 멋진 게임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사실 빌형 기업의 이런 '낙관론'은 충분한 근거가 있습니다. 다이렉트X 9에서 9.0C로 바뀔 때 쉐이더 기술이 큰 변화를 겪었지만, 게임 개발사와 사용자들은 큰 불편 없이 나름대로 적응했습니다. 아직 DX10 게임도 그리 많지 않은 만큼 지금 개발하고 있는 게임을 DX10.1 규격에 맞게 바꿔도 시간 및 물질적인 손해가 크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게임 개발사 입장에서는 '조금 더 귀찮아졌다'는 정도로서 DX10.1을 생각해도 충분할 것입니다.

다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의외로 짜증이 나는 문제가 됩니다. 지금의 그래픽카드가 DX10.1의 추가 기술을 쓸 수 없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상 이미 그래픽카드를 산 사람에겐 '분노'를, 그래픽카드를 사려고 마음 먹은 사람에겐 '혼란'을 주기 때문입니다.

DX9에서 9.0C로 바뀔 때도 1년 8개월의 시간은 있었고, 이번에도 그 정도의 시간이 있으니 충분하지 않겠나 하며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굳이 잘못된 말은 아닙니다만 현재 그래픽카드 보급 속도를 생각하면 문제가 됩니다. 최초의 DX10 그래픽카드인 지포스 8800 시리즈가 2006년 11월에 나왔으니 충분히 그 기술의 혜택을 누리지 않았느냐 생각해 될 만큼 시간은 지났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는 중급형 이하 모델이 나온 시기는 그 보다 훨씬 늦었습니다. 지포스 8500/8600 시리즈는 올해 4월에 나왔으니 딱 5달이 지났으며, 더 보급형인 지포스 8400GS는 이제 두달이 채 지나지 않은 상황입니다. AMD의 레이디언 HD 시리즈는 지포스 8보다 더 늦게 나왔습니다.

이제 겨우 중급형 시장에서 DX10 그래픽카드가 주류가 되려 하고, 보급형 시장에서 막 자리 바꿈이 이뤄지려 할 때 나온 이 소식은 시장에 혼란을 가져오기 딱 좋습니다. 그 누구도 '새로 산 또는 앞으로 살 그래픽카드가 최신 기술을 지원하지 못할 것'이라는 소리를 반기지 않습니다. DX10.1은 최소한 지포스 9 또는 레이디언 3000 시리즈가 되어야 쓸 수 있는 만큼 그 때 까지 그래픽카드 교체를 미루거나, 새로 그래픽카드를 산다 해도 불만에 쌓일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이 소식이 적어도 그래픽카드 판매량을 줄일 정도의 영향력은 갖지 못할 것은 분명하며, '주는 대로 쓰는' 대부분의 완제품 PC 사용자들에게도 그리 영향을 주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DX10 기반 시장으로의 교체가 생각보다 늦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논란과 빌형 기업에 대한 불신을 심어줄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빌형 기업 입장에서는 '좋은 일 하는데 괜히 뭐라고 한다'며 불만 섞인 목소리를 내겠지만, 요즘같은 네트워크 시대에는 너무 빨리 최신 기술을 알려주는 것도 늘 바람직한 일은 아니니 어찌하겠습니까? 이 소식을 들은 소비자들만 '속았다'는 기분으로 자신의 PC를 사용하는 수 밖에요. 언제나 모든 사건에는 '민초'들만 피해를 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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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맛밤이
    2007.08.12 20:31 신고

    딱 맞는 소리인것 같아요. 당장 그래픽카드가 무용지물인 것은 아니지만 이왕이면 최신 기술을 지원하는 그래픽 카드를 사고 싶은게 인지상정인데 그 기대가 혼란으로 바뀌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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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7.08.14 18:54 신고

    Dx10 그래픽 카드를 사려던 차에 이런 뉴스가 날아오니 그야말로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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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크라이
    2007.08.22 22:31 신고

    빌형이라 함은 '빌 게이츠'를 말하는 건가요?

    빌 게이츠..

    마이크로 소프트 사장권 넘겨준지 오래라고 알고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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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asdasd
    2008.05.17 10:17 신고

    크라이// 그래도 빌의 파워는 무시할수 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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