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대박난 것으로 알려진 이 최신 스마트폰이 당초 루머와 달리 한국 시장에 WiFi 기능 삭제 없이 출시됐습니다.

지난 5일, TodaysPPC, 클리앙 등 몇몇 매니아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일단 SKT 단말(SCH-M620)부터 공동구매에 들어간 모양인데, 5분도 안 걸려 수 백대 물량이 모두 매진될 정도로 인기폭발이었던 모양입니다. 지금은 세티즌을 비롯한 많은 사이트에서 같은 가격, 같은 조건으로 여유 있게 공동구매를 진행하고 있어 이런 매진 사태가 무색해졌지만, 아무튼 그 때 매니아들은 하루라도 빨리 제품을 손에 넣기 위해 애써 공구에 참여하고, 사이트 운영자에 추가 물량 확보를 요청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습니다.

최초 공구를 진행한 사이트가 이미 PDA를 사용하고 있거나 적어도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이 정도의 반응은 아마 공구를 제안한 SKT 담당자도 솔직히 놀랐을 것 같습니다. 본의 아니게 뒷땅을 때린 KTF도 20일쯤 출시 예정인 KTF 단말을 기다리겠다는 나머지 사람들의 반응에 은근히 기대하고 있을 줄로 생각되고요.

이렇게 사람들이 '블랙잭'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요. 또 한국에서 이 낯선 QWERTY 키패드 스마트폰이 과연 대박폰 반열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까요?

일단 '블랙잭'의 특장점을 나열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QWERTY 키패드를 탑재한 단말 중에 그래도 제일 쌔끈
- Open OS(Windows Mobile 5.0) 탑재
- 추가 어플리케이션 및 MS Office 사용 관련 편의 제공 (아웃룩 데이터 동기화 등)
- WiFi를 사용해 추가 비용 없이 무선 인터넷 이용
- 초고속 망(HSDPA) 사용
- Bluetooth, microSD 확장

기존 스마트폰과 비교해 '블랙잭'이 갖는 가장 큰 차별점은 외형상으로도 확연히 알 수 있듯이 QWERTY 키패드를 도입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솔직히 한국에서 이것 때문에 블랙잭을 구입하는 사람이 많다고는 할 수 없을 듯 합니다. 3x4 배열의 기존 휴대폰 키패드로 영문을 입력하려면 버튼을 반복해서 눌러야 하는 횟수가 너무 많아 불편하지만, 한글은 '천지인' 같은 훌륭한 키 입력 방식들이 이미 널리 쓰이고 있기 때문에 영어권 국가에 비해 QWERTY 키패드가 일반에게 주는 이점이 그리 크지 않습니다. 물론 이런 단말로 수시로 메모하고, 수시로 메일을 써야 하는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그렇게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이미 노트북을 가지고 다니리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개인적으로 '블랙잭'을 구입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PIMS(Personal Information Management System)', 특히 PC에서 아웃룩을 잘 활용하고 있는 사람들이 휴대폰과의 일정, 주소록 동기화를 목적으로 이 제품에 큰 관심을 갖는 것이라 봅니다. 게다가 지금까지 나온 이상한 단말들보다 세련된 디자인에 해외에서 상까지 받았다니까요. 결국 나머지 특장점은 각 개인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흔히 '강력한 기능'이라고 표현해 온 '다소 막연한 활용 가능성'에 불과하지 않나 싶습니다. 자주쓰진 않지만 안 되면 불편한 그런 것 말이죠.

또한 단말기의 기능 외적으로 살펴보면, 그보다 더 큰 이유 한 가지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바로 SKT의 파격적인 특판 정책에 힘입어 당초 예상가의 절반인 25만원(가입비 별도)으로 공구가 추진됐다는 점입니다. 이미 PDA를 쓰고 있거나 적어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구형 스마트폰이나 PDA보다 저렴한 최신 HSDPA, QWERTY, WiFi, 게다가 상받은! 이 스마트폰을 외면할리 있을까요. 매니아로서는 열광하는 게 당연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국에서의 흥행은 아마도 여기까지일 꺼라 확신합니다. 다시 말해 '블랙잭'이 한국에서 대박폰이 될 수는 없을 것이란 이야깁니다.

여기에는 많은 이유가 있지만 딱 두 가지만 말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QWERTY 키패드가 한국인에게 주는 편의보다 단말 디자인에 끼치는 해악이 너무 크다
- 전화번호를 입력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할지 블랙잭의 키패드를 한 번 보자

영어권 국가에서는 QWERTY 키패드가 주는 이점이 컸기 때문에 블랙베리(Blackberry)든 '블랙잭'이든 성공할 수 있었을테지만, 한국인에게는 이게 그다지 획기적인 개선책이 아닙니다. 오히려 단말 디자인을 해치고, 폰으로서의 사용성을 떨어뜨리는 요소가 됩니다.

상대적으로 시장이 작은 한국에서 대박 단말기가 되려면 닌텐도 DS의 예에서 보듯이 일반 대중에 통해야 하는데, 매니아 커뮤니티의 회원이 아닌 이상 보통 사람들은 '블랙잭'보다 완소 SKY 단말기나 김태희 폰에 관심을 둘 겁니다.

물론 우려했던 기능 삭제 없이 '블랙잭'이 출시되어 한국의 스마트폰 시장과 Open OS 시장의 파이를 키우고 있다는 것은 무척 고무적인 일입니다. 또 한국 휴대폰 시장의 2%만을 차지하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을 기준 삼으면, '블랙잭'은 벌써 대박폰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휴대폰으로서 성공하려면 다음 스마트폰에는 절대 물리적인 QWERTY 키패드에 집착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네요.

수 천명의 매니아나 수 만명의 B2B 고객이 아닌 수 십만의 일반에 호소하려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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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olf
    2007.07.11 11:41 신고

    옳은 이야기. 블랙잭이 글로벌적으로는 명품이지만 이미 엄지족이 만연하고 PDA폰/스마트폰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여전히 적은 우리나라에서 Dog나 Cow나 사줄 리 없는 상품이죠. 초딩(?) 여자아이가 저걸 가지고 '꺄아~'하는 물건이 되어야 팔리는게 우리나라 현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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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oojoo
    2007.07.11 12:57 신고

    아이폰의 경우에도 휴대폰 시장 점유율을 1% 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사실 이같은 다기능성 휴대폰은 소수의 그들만을 위한 제품이죠.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같은 제품들로 인해 서서히 대중적인 제품들도 변신, 진화해간다는 것입니다.

    마치 휴대폰에 MP3P가 달리고, 카메라가 내장되던 것이 부자연스럽다가 가랑비에 옷 젖듯이 어느새 대부분의 휴대폰에 기본 장착된 것처럼 말이죠.

    혁신을 앞서서 진행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혁신이 보급되면 그 수혜를 한 몸에 받게 되는 것이죠. 블랙잭은 주류에 편승하기는(10만대 팔리기도 어렵지 않을까 싶은데~)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전 구매할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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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7.21 01:53 신고

      예. 첫 해 목표를 1%로 잡고 있다고 밝혔죠. 그런데 휴대폰 시장의 1%면 약 1,500만대입니다. 단말 제조사 입장에서는 보기만 해도 행복한 숫자죠.

      시장이 작은 한국이라도 어쨌든 스마트폰 시장이 커지고, Open OS 탑재 비율이 올라가려면 조금 더 한국 시장의 특징에 맞는 단말들이 나와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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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07.07.11 15:27 신고

    국내 출시라는 말에 상당한 기대를 가졌던 제품입니다.
    직접 만져봐야 알겠지만 사진만으로 보기엔 좀 불편하게 보여지네요. 정식 출시되어 매장에 풀릴날이 기다려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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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oojoo
    2007.07.11 18:09 신고

    암튼, 기능은 좋긴 한데, 디자인으로 보면 영 꽝이죠.
    세계에서 아름다운 핸드폰 10위에는 못들겠군요.

    http://www.alonecrow.com/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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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2007.07.12 13:52 신고

    오늘 공구로 질렀습니다.
    PDA만 10년넘게 사용하다가
    최근 몇년은 계속 PDA폰만 사용하고 있는데요

    아직 직접 사용해보지 않아서 어떨지 모르겠는데요

    qwerty자판이 어쩌면 더 나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PDA는 터치스크린형태의 입력위주인데
    '폰'이라는 특성을 추가하면 특성상 두손을 사용하기
    힘든 상황도 생기는데, 이때는 키패드 및 버튼을 이용한
    입력이 필수인데요

    생각보다 '폰'특유의 입력방식이 쉽지 않더군요
    그래서, qwerty자판이 더 나을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
    우선은 사용해봐야겠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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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7.12 13:59 신고

      '예술이란 무엇인가'를 물었을 때, 결국 본인이 그것을 예술이라 느끼면 그게 바로 예술이듯이. QWERTY 단말에 대한 평가도 결국 본인이 마음에 들면 그만이라 생각합니다 ^^

      정중한 리플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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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2007.07.16 07:46 신고

    집에 미국에서 사온 블랙잭이 있습니다. 제가 써보기도 하고 주위 분들도 잠깐씩 만져 본 후 나름 편하다고들 했습니다. 머리속에서 떠오르는 부정적인 느낌보다는 훨씬 쓰기 편하답니다^^;

    실제로는 키패드가 문제가 아니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문제입니다.
    짧은 배터리 지속시간 느린 구동시간, 프로세스 실행시간도 느리고... 어느 하나 만족스럽지 못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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