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카레로(Xacarero)는 음유시인이란 이름의 스페인어입니다. 요새 이어폰 이름치곤 너무 고상하고 어려운 느낌인데요. 포장 역시 매장 진열대의 트랜드를 과감히 등져버린, 그래서 오히려 포스마저 느껴지는 투박한 모습입니다. 기능성 제품이랄까요. 초창기 크레신 제품들이 그랬듯, 철저히 가격 대 성능비로 승부하겠다는 자부심이 엿보입니다.

만든 곳은 웨이브텔레텍. 2년 전, 모바일 라우터 '단비'를 선보였던 회사입니다. 최근 모바일 악세서리 시장에 진출하면서 내놓은 제품이 '역방향' 이어폰이라고 하는데, 작년에는 '뮤텔'이라는 이름의 제품을 출시했고 올해 좀 더 완성도를 높인 '사카레로'를 출시했습니다. 갑자기 전혀 다른 분야로 사업을 전개하다보니 홈페이지엔 아직 제대로된 카테고리도 없이 엉뚱하게 모바일 라우터 안에 이어폰들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 역방향 설계에 대한 설명 (제품소개 페이지에서 발췌)


'역방향' 이어폰이란 일반적으로 커버를 등지고 있는 유닛 내부 구성물들의 방향을 거꾸로 돌려서, 소리가 이도(耳道)로 곧장 들어오지 않고 유닛을 한 번 돌아오도록 설계한 이어폰을 말합니다. 국내에 특허 등록(10-1045613)도 되어 있는 이 기술을 통해 제조사는 (1) 풍부한 저음 (2) 선명한 중음 (3) 음장감 향상을 꾀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제품 소개에는 (4) 5.1 채널 (5) 고음이 편안해지고 (6) 장시간 착용해도 귀가 안 아프다는 내용도 있습니다만, 이건 좀 심한 레토릭인 것 같고요. (구조상 엄연히 2채널이고, 커널형 오래 쓰면 당연히 귀 아픕니다)

암튼 앞의 세 가지 설명만 해도 이어폰 평가에 주로 나오는 좋은 말은 다 붙여 놓은 셈인데, 이렇게 의심 가득한 상태에서 꽤 비평적으로 들어봤음에도 실제 청취 결과 어느 정도 효과는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 5.1 채널 / K-pop 용 / 저음강화 표시는 그냥 마케팅 용어라고 보는 게 적절


전문 장비를 동원한 테스트는 골든이어스의 몫으로 두고, 정성적으로 여러 장르의 음악들을 10시간 가량 들어본 평가를 해보자면. 일단 가격에 비해 좋은 소리를 내어 주는 건 확실합니다.

같이 들어본 비교 대상은 족히 수 천 시간은 들었을 아이폰 번들(이어버드), 비슷한 가격대의 커널형 이어폰 소니 XB20, 그리고 가장 최근 리뷰한 야마하 EPH-50 입니다. 가격은 각각 2, 4, 6만원쯤 합니다. 

▲ 사카레로 vs XB20


사카레로의 판매 가격이 3만원 후반인 것을 감안하면, 그 중에서 소니 XB20이 가장 합리적인 비교 대상인데요. XB20이 제품 컨셉상 저음이 강조되어 있고 뭉뚝한 느낌을 주는 대신 쿵쿵 박력있는 소리를 낸다면, 사카레로는 특별한 강조점 없이 고르게 명료한 소리를 내면서 공간감이 좋은 편입니다. XB20의 저음 강조와 박력은 냉정하게 말해 어느 정도 왜곡된 소리이니, 명료한 쪽의 음질이 더 좋다고 보는 게 맞겠죠. 게다가 커널형의 단점으로 꼽히는 공간감도 그럭저럭 만족스러운 느낌을 주고요.

결국 전체적으로 무난하면서 통통 튀는 음악들이 좋게 들리는 게, 2만원 쯤 더 비싼 야마하 EPH-50과 닮았습니다. 주로 가볍고 밝은 노래들에서 XB20 보다 낫다는 느낌이 확 전달됐고요. 어쩌면 그래서 K-pop 전용이라고 붙여 놨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다만, 기본 이어캡이 약간 넓게 생긴 탓에 이어폰을 끼고 뺄 때 조금 주의가 필요했습니다.

사진의 왼쪽부터 순서대로 사카레로 소형 / 사카레로 기본 / 소니 XB20 기본 인데, 저는 기본 캡보다는 소형을 끼웠을 때 편안하고 잘 맞더군요. 이어캡은 사람마다 귓구멍 사이즈에 맞게 바꿔 끼라고 여분도 제공하는 거니까 적당히 바꿔 사용하면 되겠으나, 여튼 제가 지금껏 사용해 본 수십종의 커널형 이어폰 기본 캡 보다는 보시다시피 약간 넓었습니다. 참고.

▲ 드라이버 크기는 11mm


디자인은 플랫 케이블과 알루미늄 유닛에 각각 강조 컬러를 입힌 컨셉인데요. 워낙 Beats By 제품들이 이런 이미지로 강한 인상을 심은 탓에 자칫 이미테이션 제품으로 오해 받을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특히 판매 중인 주력 제품이 붉은 케이블 컬러다 보니 더더욱. 

포장 디자인과 더불어 유닛쪽에 좀 더 특징적인 디자인 포인트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가격대 성능비로 다 커버는 됩니다만, 그래도 더 바라자면 말이죠.


왼쪽엔 마이크와 컨트롤러도 일체형으로 붙어 있습니다. 생김새나 누르는 느낌이 좀 저렴하긴 한데, 그래도 기능적으로는 쓸만합니다. 아이폰 번들 쓰시던 분들은 리모트가 오른쪽에 있었을테니 반대로 착용하셔야 합니다.


케이블은 Y자 대칭형인데, 이상하게 길이가 좀 짧습니다. 보통 이어폰들은 1.2m 케이블을 많이 쓰는데 이 제품은 1.05m 입니다. 게다가 플러그는 L형.

길이가 15cm 정도 짧은데다 플러그까지 꺾여 있다보니, 이 작은 차이로 인해 웬만한 남자분이 스마트폰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걸을 때 들으려면 줄이 팽팽해져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유닛이 귀에서 빠지거나, 치찰음이 심하게 나거나, 줄이 팔에 걸리적 거리거나 여러모로 불편한 상황들 말이죠.

소스 기기가 상의 주머니에 있거나 움직이지 않고 들을 때야 별 상관 없습니다만, 10cm만 길어도 괜찮았을 부분을 왜 이렇게 짧게 만들었는지 의문이네요.


▲ L형 플러그는 전원 버튼 누를 때 걸리적 거리기도


▲ 사용 기간 중 가장 이 제품과 어울렸던 음악


참고로 이 제품은 펀샵에서 '메아리폰'이라는 정반대 느낌의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같은 회사 제품 맞나 싶을 정도로 포장도 산뜻합니다. 지난 번 리뷰했던 Dcell의 '디테일(d'tail)'도 펀샵에서는 '꼬리달기'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는 걸 생각해보면, 아마 '메아리폰'이라는 이름도 펀샵과의 커뮤니케이션 중에 나온 애칭이 아닐까 추정됩니다. 이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인 '역방향' 설계를 '메아리'에 빗댄 모양인데, 부르기도 기억하기도 '사카레로' 보다는 이쪽이 더 쉬워 보입니다. 여튼 사카레로든 메아리폰이든 내용물은 동일합니다. 


트랜디한 Beats By 느낌도 살짝 나면서, 가격대 성능비 좋은 이어폰 찾으시는 분들은 구입해볼만 합니다. 오리지널리티와 디자인 퀄리티에 민감하신 분들은 사진보다 실물을 꼭 보시길 바라고요. 키 크신 분들도 케이블 길이를 잘 생각해보셔야 할 겁니다.

덧붙임 - 2012/03/26

펀샵에서 판매중인 (주)비씨케이코리아의 '메아리폰'과 (주)웨이브텔레텍의 '사카레로'는 동일 제품이며, 제조사인 웨이브텔레텍이 초기 프로모션 목적으로 비씨케이코리아를 통해 펀샵에 한정 수량 유통했다고 합니다. 추후 두 개의 브랜드를 어떻게 가져갈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어폰 줄 길이는 개선할 계획이라고 하네요.


덧붙임 - 2012/04/15


메아리폰과 사카레로가 서로 다른 회사에서 별개로 공급 중인 제품이라는 (주)비씨케이코리아의 문제 제기가 있었습니다. 사실 관계를 다시 확인 중입니다. 


덧붙임 - 2012/04/17


두 회사에 각각 사실관계를 다시 문의한 결과 '메아리폰'과 '사카레로'는 서로 다른 회사 - (주)비씨케이코리아와 (주)웨이브텔레텍 - 에서 같은 제품을 각기 다른 포장으로 '경쟁 유통' 중인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 글을 등록하기 전, '메아리폰' 관련해 비씨케이코리아 측에 여러 차례 연락하려 했으나 당시 공개된 홈페이지나 연락처가 없어 사전에 문의하지 못했습니다. 최근 댓글을 통해 문제 제기를 해주셨고 홈페이지도 새로 오픈된 것 같아, 이 내용을 덧붙임과 링크로 추가합니다.

정리하면, 둘 중 어느 쪽을 구입해도 패키지만 다를 뿐 제품의 장단점은 같습니다. 판매처의 가격이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되겠네요.



[장점]
우수한 가격 대 성능비
트랜디한 제품 디자인

[단점]
일반적인 이어폰들보다 짧은 케이블 길이
저가 티 나는 리모트 퀄리티
눈에 잘 안 띄는 투박한 포장 디자인

[링크]
(주)웨이브텔레텍 제품 소개 페이지
(주)비씨케이코리아 제품 소개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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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nnis
    2012.03.26 14:32 신고

    제가 가지고 있는 이어폰이네요. 제가 막귀라 잘모르지만 그래도 제가 느끼기엔 다른거에 비해 좋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주머니에 넣고 가만히 있을땐 모르지만 고개를 돌리거나 할때 선이 짧아 좀 걸리적거립니다. 리뷰대로 조금만 길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네요. 그래도 음질면이나 가격면에선 만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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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2.04.15 08:12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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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질문자
    2012.04.15 10:55 신고

    저도 이 이어폰 샀는데요 혹 원래 ~~ 노래소리말고 기계음도 같이나나요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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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4.17 10:36 신고

      그럴리가요. 제가 사용해본 제품은 괜찮았습니다. 다른 소스기기에 연결해도 같은 증상이 나타날 경우 판매처에 교환을 요청하시는 게 어떨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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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15.07.28 17:37 신고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쿨럭
    같은 제품이었군요!!

    제가 딱 좋아하는 소리를 내줘서 좋아했는데..
    메아리폰으로 구입해 재구입하려니 제품도 별로 없고 비싸서 망설였는데
    사카레로 제품으로 사면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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