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싸한 비주얼을 뽐내고 있는 사진 속 키보드는 PC 주변기기 전문 메이커인 엘레콤(ELECOM)의 아이폰/아이패드 용 블루투스 키보드 TK-FBP017EBK 입니다.

2010년 7월에 출시된 제품이고, 정가는 11,235엔으로 현재 일본 최저가 사이트에서 7천엔~1만엔 정도에 구입 가능합니다. 찾아보니 국내에서도 한 10만원 정도에 구입 가능하네요. 저는 올해 4월 아마존 저팬에서 5,700엔에 특판을 하길래 질렀는데, 최근 TK-FBP019 시리즈가 새로 나온 걸 보니 리뉴얼 직전 잠깐 재고 떨이를 한 모양입니다.

▲ 접으면 약 15cm, 펼치면 약 30cm 길이의 폴더식 키보드


제가 이 제품을 구입한 이유는 두 가지 때문입니다. 하나는 카카오톡이나 마이피플 같은 스마트폰 메시징 서비스를 이용할 일이 빈번하다 보니 자리에 있을 때만이라도 키 입력을 편하게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고, 또 하나는 회사에서 회의 때마다 노트북이나 메모장을 들고 다니는데 이를 스마트폰과 휴대용 키보드로 대체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서입니다.

일단 결론부터 말하면, 두 가지 목적 모두에 잘 부합하며 매우 만족합니다.

마이피플의 경우 PC와 맥 용 데스크탑 메신저가 모두 나온 덕분에 별 필요가 없어졌지만, 카카오톡이나 간단한 메모 목적의 타이핑에는 실제 풀 사이즈 키보드가 주는 편리함이 확실히 만족스럽습니다. 아울러 회의 갈 때 배터리 신경 쓰면서 노트북과 어댑터를 무겁게 들고 다닐 필요 없이, 스마트폰은 주머니에, 키보드는 접어서 한 손에 덜렁덜렁 들고 다니면 되니 매우 간편합니다.

아, 물론 회의실에서 이거 펼쳐 놓고 앉아 있으면 처음엔 온갖 관심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한동안은 이런저런 설명하는 게 더 귀찮을지도 모르겠네요. 또 휴대폰으로 연락이 자주 오는 분들은 회의 시 조용히 거치해두고 쓰는 게 무리일 수 있습니다. 드르륵드르륵, 눈총을 받겠죠.


휴대가 간편한 폴더식이라는 특징 외에 좌측 상단에서 스마트폰 거치대를 빼 쓸 수 점도 특이합니다.

이 스탠드는 키보드로부터 뽑아 완전히 분리해 낼 수 있으며, 최적의 시야각을 맞추기 위해 뒷면을 지탱하는 받침대를 3단계로 조절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 아이폰을 놓아보면, 가로로 놓았을 때가 여러모로 안정적이지만 세로로 놓아도 전면의 미끄럼 방지 패드 덕분에 넘어지지 않고 잘 고정됩니다.

약간 아쉬운 점은 세로로 놓았을 때 스탠드 하단으로 충전 케이블을 꽂을 수 없다는 점입니다. 종종 가로 모드를 지원하지 않는 앱들이 있기 때문에 세로로 놓고 쓰는 것이 편할 때가 많은데, 충전하면서 쓰려면 반드시 가로로 놓아야 합니다. 아이폰 화면을 세로 고정으로 해 둔 경우엔 매번 풀어줘야겠죠. 가로로 놓으면 좌측이든 우측이든 케이블을 연결할 수 있으니 충전하면서 키보드로 이런저런 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 PC 근처에 놓으면 괜찮은 거치대 하나가 생기는 셈입니다.

▲ 거치대는 3단 높낮이 조절 가능


▲ 키 피치 18mm, 스트로크 2.3mm


키보드를 펼쳤을 때 각각의 키 크기나 피치, 스트로크는 일반적인 풀 사이즈 팬타그래프 키보드와 비슷합니다. 다만, 65키에 맞춰 면적을 최대한 줄이다 보니 숫자 키패드와 확장키가 따로 없고, 방향키는 우측 하단에, 펑션키는 숫자 키에 중복 할당되어 있습니다.

실제 타이핑 해보면 키 크기가 비슷해서 적응기간 없이 바로 빠르게 타이핑 가능한 편입니다. 그러나 딱 한 가지, 우측 시프트 키가 방향키 우측에 있다보니 시프트를 누르려다가 커서가 위로 이동하는 경우를 종종 겪게 됩니다. 다른 건 금방 적응되는데, 이 부분은 좀 더 신경 써야 실수를 줄일 수 있습니다.

아이폰, 아이패드에서의 한영 전환은 맥처럼 Cmd+Space로 합니다. 차이가 있다면 맥이 두 키를 짧게 눌러 이전에 사용한 입력기로 바로 전환할 수 있는데 반해, iOS는 화면 가운데에 전체 입력기 선택 화면을 매번 띄웁니다. 이 때문에 체감상 약간의 지연이 느껴집니다. 키보드의 문제라기 보다는 애플이 iOS의 입력 전환을 맥 OS처럼 처리 해야하는 부분 같습니다.

자판 각인은 영문만 새겨져 있으며, 반으로 접히는 구조상 스페이스 바가 둘로 나뉘어 있습니다. 키를 다 세어보면 64키인데, 스페이스 바가 반으로 나뉘어 있어 총 65키가 됩니다.


▲ 가로 모드를 고려하지 않은 화면에선 고개를 잠시 꺾어 터치

사양표를 보면 이 제품은 블루투스 2.0 + EDR을 지원하며, 3대까지 멀티페어링을 지원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일단 싱글 페어링 상태에선 전원을 껐다 키더라도 금방 인식됩니다. 화면이 대기 상태로 꺼져 있다가 키보드를 두드리다 보면 약 5~7초 정도 뒤에 서로 다시 연결되면서 아이폰 화면이 켜집니다. 물론 화면이 켜진 뒤 잠금 상태는 손으로 터치해 풀어줘야겠죠.

하지만 3대까지 지원한다던 멀티페어링은 이상하게 안 되더군요. 보통 멀티페어링을 지원하는 블루투스 기기들은 전환 버튼이 있어야 하는데, 이 제품은 그게 없고 블루투스 버튼을 다시 누르면 싱글 페어링된 기기의 연결 마저 끊어져 아예 새로 페어링 해줘야 하는 상태가 되어 버립니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이 문제를 엘레콤에 문의해 '지원하지 않는다'는 답을 들은 사용자가 있더군요. 제품 시리얼 번호에 따라 일정 시점 이후에 나온 제품은 된다는 얘기도 있는데, 제가 구입한 제품도 시리얼 번호는 후반대인데 안 되는 걸 보면 뭔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 키보드가 접히지 않도록 잠글 수도 있음 


한편, 서두에 이 제품을 굳이 아이폰/아이패드 용이라고 한 이유는 블루투스 기능 중 'HID 프로파일'만 지원하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FBP017 시리즈는 맥 OS에도 연결되지 않습니다)

진저브레드 이전에 출시된 대부분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SPP(Serial Port Profile)'만 지원하므로 이 제품을 연결할 수 없단 뜻입니다. 변칙적으로 루팅을 통해 HID 프로파일을 사용할 수 있도록 설정하는 방법이 있지만 번거로운데다 한영 전환 키 등에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추천하기 어렵습니다. 단, 아예 갤럭시 시리즈처럼 제조사에서 HID 프로파일을 지원하도록 변형해 나온 제품들은 연결 가능합니다.

따라서 이 제품을 포함한 스마트폰용 무선 블루투스 키보드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자신의 스마트폰이 HID 프로파일을 지원하는지부터 확인하시는 게 우선입니다. 참고로 엘레콤에서는 HID 미지원 스마트폰을 위해 HID와 SPP 연결을 모두 지원하는 제품도 판매 중입니다. 다만 가격이 더 비싸고 SPP 모드 사용 시 전용 앱을 설정해 줘야 하는 등 역시 HID 쪽 보다는 불편한 점들이 있습니다.


전원은 AAA 배터리 2개를 사용합니다. 사양표엔 약 3개월 간 사용할 수 있다고 되어 있으나, 일정 시간 사용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대기 상태가 되기 때문에 배터리 2개로 꽤 오래 갑니다. 저도 4월에 구입해 배터리 교환 없이 지금(9월)까지 잘 쓰고 있습니다.


▲ 카카오톡의 '엔터 키로 보내기' 옵션


끝으로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서 키보드를 쓰기 위해 앱이 따로 지원해 줄 필요는 없지만, 디테일한 부분에서 키보드 사용을 위한 옵션들이 아쉬울 때가 있습니다.

예컨대 많은 앱에서 키보드로 메시지를 다 작성하고 등록하기 위해 화면의 등록 버튼을 터치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곤 합니다. 이를 위해 카카오톡이나 마이피플의 경우 '엔터 키로 보내기' 옵션이 제공되는데 반해, 페이스북 앱은 댓글을 등록할 때 아예 화면에서조차 등록 버튼이 사라져 글을 저장할 수 없는 상태가 돼 버립니다. 

아울러 아이폰의 잠금 화면을 키보드만으로 푼다든가, 페이지 스크롤을 키보드 방향키로 할 수 있다든가, 맥처럼 볼륨이나 밝기를 조정할 수 있다든가 하는 부분들도 지원이 된다면 기왕 연결한 키보드를 단순 타이핑 용으로만 쓰지 않고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부분은 애플이 범용으로 지원해 준다면 베스트지만, 타이핑을 많이 해야하는 앱에서는 편의 기능으로 도입을 고려해도 좋을 듯 합니다. 급하신 분들은 역시 엘레콤의 자매품 중에 펑션키를 별도 배열한 제품도 있으니 참고하세요.


장점
휴대가 간편한 접이식 구조
착탈 가능한 스마트폰 스탠드 내장
긴 배터리 사용시간

단점
오른쪽 시프트 키의 위치
멀티페어링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음

링크
ELECOM 제품정보 페이지 (일본)
맥 OS X 지원 신제품 TK-FBP019 시리즈
일반 스마트폰(SPP) 지원 자매품 TK-FBP017BK 제품 정보



▲ 설정샷


▲ 기본 휴대용 파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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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동훈
    2012.09.12 00:26 신고

    한글 작업을 할 때 엔터키를 치면 두줄씩 내려가고 그 상태에서 백스페이스를 쳐도 두칸씩 움직이는 문제와
    줄이바뀔때 같은 기호가 두번씩 되고(ㄱ을 치면 ㄲ으로 ) 지울때도 마찬가지인데 이유가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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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2.09.12 00:27 신고

    답변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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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9.13 16:36 신고

      저는 그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서 확실히 답변을 드리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른 스마트기기들에도 한 번 연결해보시고, 모두 같은 증상이라면 제품 불량으로 판단할 수 있지 않을까요?

      다른 기기와 페어링했을 때 정상동작 한다면, 연결하신 기기와의 페어링 프로파일(혹은 드라이버)을 모두 삭제하고 다시 한 번 연결해보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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