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에 열린 VAIO Z 런칭 행사 참석 이후, 한동안 일본 오너메이드 주문 페이지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고생했습니다. 옵션을 어떻게 조합하든 거의 300만원 가까운 가격을 뱉어 내길래 결국 포기하긴 했습니다만, 그 얇고 날카로운 느낌의 노트북이 아른거리는 건 꽤 오래 가더군요. (고맙다 환율아!)

아른아른... @_@

아무튼 눈 돌아가는 VAIO Z를 그렇게 포기하고 나니, 서랍에 방치돼 있던 애증의 VAIO P가 떠올라 미뤄왔던 XP 다운그레이드까지 해버렸습니다. "그래 너라도 좀 더 뽑아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겠죠.

다행히 결과는 만족. 윈도우7 32비트 OS를 최대한 가볍게 만들어 쓰던 상태보다 훨씬 가볍고 빠르게 돌아갑니다. 부팅도 빠르고요. 동영상 가속이나 노이즈 캔슬링 쪽도 이런저런 해법이 나와 있어서, 인터넷을 잘 뒤져보면 포기해야 하는 기능 없이 전부 XP 환경에 세팅 가능합니다. 물론 그 이런저런 해법이라는 것들을 제대로, 깔끔히 설치하기까지 꽤 삽질이 필요합니다만, 아시다시피 그건 VAIO 사용자의 숙명이고...

여튼 그렇게 죽은 자식 거시기 만지던 차에, 소니 코리아로부터 리뷰할 수 있는 대여용 제품들이 몇 대 있으니 빌려다 써보지 않겠느냐는 연락이 왔습니다. 쭉 들어보니 올해 출시된 제품 중에서 Z를 제외하고 고르란 얘기 같았습니다. 문득 VAIO Z 런칭 행사장에서 관계자 분들이 "Z 때문에 S는 사람들이 쳐다도 안보네..."하던 푸념이 생각나더군요. S도 좋은데... 정말 좋은데... Z 앞에선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었던 거겠죠.


그리하여 일주일간 대여 받은 제품이 바로 이 SA26.

VAIO S 시리즈는 소니의 2006년작인 VAIO SZ에서 분기되어 Z는 저 멀리 높고 높은 하늘나라로, S는 그래도 뻗으면 손 닿을 듯한 라인으로 각각 나뉘어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S는 다시 보급형인 SB고급형인 SA로 분류됐습니다. 모델명만 보면 SB가 상위 제품인듯 하지만, SA가 프로세서, 그래픽, 스토리지(SSD), 해상도 등 전반적으로 약간씩 사양을 높인 라인입니다.


이번에 제가 사용한 SA26은 다시 27, 26, 25로 나뉜 세부 분류 중 중간쯤 하는 놈이고요. 가격대는 공시된 가격으론 각각 300, 280, 200만원 선이고, 인터넷 최저가로는 대략 270, 240, 180 선입니다. 27과 26은 그냥 탑재된 ODD가 블루레이 드라이브냐 DVD 멀티 드라이브냐의 차이가 있는 정도라고 보면 되고, 25로 내려오면 SSD가 HDD로 바뀌는 등 사양이 꽤 내려갑니다.

즉, SA26이 표준형 쯤 되는 셈인데, 자세한 사양을 살펴보면 ▲ 코어 i7-2620M (2.70GHz) 프로세서 ▲ 13.3형 1600x900 디스플레이 (LED 백라이트) ▲ AMD Radeon HD 6630M / 인텔 HD 그래픽 3000 전환 가능 ▲ 8GB DDR3 메모리, 256GB SSD (Quad RAID 0) 등으로 최고급 노트북에 속합니다.

사실 디스플레이 해상도나 확장성을 제외하면 신형 Z와 미디어독을 본체에 합해 놓은 제품이 SA라 봐도 무방합니다. 대신에 크기가 약간 커진 셈이죠.


디자인은 신형 VAIO Z와 같은 '헥사 쉘' 컨셉으로 소니스러운 블랙-실버 컬러 기반의 날카로운 육각 디자인입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Z처럼 노트북을 열 때 힌지 뒷쪽의 엣지가 키패드를 높여주는 기능을 하진 않고, 그냥 정면에서 힌지가 보이지 않게 숨겨주는 디자인적인 엣지 역할만 합니다.

크기와 무게는 331 x 23.3 x 224.5 mm / 1.61Kg (배터리 포함) 으로, 신형 Z의 330 x 16.65 x 210 mm / 1.165Kg (배터리 포함) 보다 약간 크고 무겁습니다. 수치로 보면 사실 별 차이 없습니다만, 실제로 한 손에 쥐어보면 차이가 나긴 합니다. 물론 SA의 크기와 무게도 충분히 최적화 한 상태로 볼 수 있으며, Z가 더 극한까지 무리한 거라고 보는 게 정확하겠죠.

메모리카드 슬롯과 입출력 포트들 (블루투스 마우스는 별매, BMS20)


앞면의 LED 인디케이터, 무선 ON/OFF 스위치


좌측면엔 광학 드라이브. 디스크 꺼냄 버튼은 키보드 좌상단에 배치


마그네슘 소재의 얇은 상판


백라이트 키보드

일단 시스템을 부팅하고 처음 만져본 느낌은, 계속 언급하고 있는 신형 Z와 비슷합니다.

알루미늄 소재의 팜 레스트에 차갑게 두 손을 얹는 감촉과 아이솔레이트 키보드의 느낌, 그리고 해상도가 조금 낮긴 하지만 LED 백라이트 디스플레이의 느낌도 유사합니다.


어지간한 멀티태스킹은 가뿐하지만, 해상도의 압박이 있는 편


3D 게임도 원활히 돌아가지만, 노트북 키보드의 압박이...


풀 HD 동영상 재생도 원활


또 SA의 성능은 사양이 높다보니, 어지간한 멀티태스킹은 물론이고 웬만한 온라인, 3D 게임들도 충분히 돌릴 수 있는 수준입니다.

시험삼아 돌려본 월드오브워크래프트는 기본 그래픽 설정으로 가뿐히 60fps 풀 프레임을 유지했습니다. 접속 인원이 많은 대도시 맵에서는 위치에 따라 30~40fps 수준으로 떨어지기도 합니다만, 필드나 던전에선 계속 풀 프레임을 보여줍니다. VAIO SA쯤 되면 게임을 즐기는데 방해요소는 키보드 왼쪽 하단의 윈도우 키이지, 시스템 사양은 아닐 것 같습니다.

동영상도 블루레이 디스크에서 리핑한 풀 HD 영상이 무난하게 돌아가고, 이런저런 조작도 부드럽습니다. VAIO P에서는 상상도 못하는 일이죠. (뭐 워낙 비교 대상이 아니긴 합니다 ;ㅁ;)

스태미너, 고성능(스피드) 모드 전환 버튼


녹색 인디케이터와 바로가기 버튼들. VAIO 버튼은 사용자 설정 가능


참고로 이 정도 성능은 시스템을 고성능 모드로 놓고 AMD Radeon 코어를 사용했을 때의 이야기고, 스태미너 모드로 전환하게 되면 인텔 내장 그래픽을 사용하므로 적잖이 떨어집니다. 고성능/스태미너 모드 전환은 키보드 좌측 상단의 스위치로 쉽게 바꿀 수 있으며, 스태미너 모드로 전환할 경우 배터리 사용시간이 좀 더 길어집니다. (사양표에는 최대 6시간으로 명기)

순정 상태에서 윈도우7의 성능 평가 결과는 6.7점

하단의 배기구, 주로 이 부분이 뜨거워 짐


아울러 VAIO SA는 스토리지로 SSD를 쓰기 때문에 평소 웹서핑이나 문서 작업 시에는 팬이 달려있나 싶을 정도로 조용합니다.

그러나 3D 게임 등으로 시스템을 혹사시키면 팬이 고속으로 동작하면서 꽤 시끄러운 소음을 냅니다. 시끄럽다고는 해도 다른 노트북들과 비슷한 수준입니다만, 어쨌든 그렇게 계속 쓰다보면 키보드 우측이 뜨끈해 집니다. 고효율 팬을 장착하고 통풍구를 하단으로 배치하는 등 신경쓰긴 했습니다만, 무거운 작업을 돌리면 노트북에서 흔히 겪는 그 기분 나쁜 키보드 감촉을 맛볼 수 밖에 없습니다.

일단 2GB는 먹고 시작


한편, 대부분의 노트북 브랜드들이 그렇지만, 소니 역시 기본 탑재된 프로그램들이 꽤 많아서 메모리를 상당히 잡아 먹는 편입니다. PC를 잘 다루는 분들이라면 시스템을 포맷하거나 쓸데 없는 프로그램들은 지워버리고 사용하는 편이 쾌적한 환경을 만들 수 있습니다.

단, VAIO SA를 포함한 최신 최고급 노트북들은 기본 메모리가 8GB쯤 탑재되어 나오니, 이 정도면 그냥 써도 되겠다 싶긴 합니다. 무겁고 걸리적 거려 늘 1순위로 지워왔던 VAIO GATE도 잘만 활용한다면 맥 OS의 dock처럼 쓸 수도 있고, RSS 리더 기능까지 지원하니 유용한 툴이긴 합니다.

물론 저는 태생이 이런 프로그램들을 싫어하는 취향이니 기본 백신과 함께 지워버리겠지만...

화면 상단에 숨어도 걸리적 거리는 건 어쩔 수 없는 VAIO GATE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피드 구독 기능과 연동되어 RSS 알림을 주기도


VAIO SA26은 멋진 디자인과 뛰어난 성능을 가졌고, 기본 소프트웨어가 걸리적 거리는 거야 세팅하면 그만이니 큰 단점은 아닙니다. 그냥 소니가 기본 소프트웨어에 많은 기능을 넣으려는 욕심을 좀 버려주거나, 지난 번에 언급한 것처럼 주문 시 오너 메이드 옵션에 클린부트 옵션을 제공하면 어떨까 하는 바람이 있을 뿐.

그럼에도 굳이 SA26의 단점을 꼽자면 역시 가격과 스피커 품질 정도를 들겠습니다.

일단 가격은 SA26이야 최근에 나온 제품이고 최고급 사양이니 꼼꼼히 따져보면 280만원이 터무니 없진 않습니다. 다만 100만원대 노트북이 주류인 상황에서 근 300만원 가까운 숫자가 주는 위압감이 분명히 있고, 여전히 아주 작게나마 프리미엄은 남아 있습니다.

물론 과거의 '소니 프리미엄'에 비하면 지금의 가격차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실제로 경쟁사 제품들로 비슷한 옵션을 맞춰보면 애플, 델 등등 다 비슷하게 나오거나 오히려 더 비싸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델 Alienware m14x 시리즈의 경우 기본 사양의 가격이 190만원 선이지만, 옵션을 조정해보면 270만원까지 올라갑니다. 애플 맥북 프로도 13형으로 SSD, 메모리 옵션을 만지면 290만원까지 올라가죠. (참고로 애플의 메모리 추가 가격은 4GB 증설하는데 25만원을 받습니다. 소니 프리미엄 저리가라 할 사기급!)

삼성, LG 제품들은 완전 동일한 사양을 맞추기가 어렵긴 한데, 최대한 비슷하게 맞춰보면 SA26이 약간 비싸게 보입니다. 딱 그만큼 남은거죠. 그 무지막지하던 소니 프리미엄이.


사실 가격보다도 SA 시리즈의 최대 단점은 스피커입니다. 워크맨의 소니 답지 않게, 높은 가격과 성능에 어울리지 않게 SA26의 스피커는 너무 가벼운 소리를 내지 않나 싶습니다. 유명 스피커 회사와의 콜라보까지는 필요 없고, 그냥 적어도 고급 제품들의 스피커는 소니 스스로 좀 더 좋게 개선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애플 만큼만이라도.



[장점]
심플하고 멋진 소니 디자인
최고급 사양에서 나오는 고성능

[단점]
고급형 제품다운 높은 가격
사양에 비해 품질이 떨어지는 스피커 음질

[링크]
소니스타일 (한국) VAIO SA26 구입페이지
소니 공식 블로그 (한국) VAIO SA 출시 관련 포스트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댓글을 달아 주세요


FeedCou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