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 디스토피아 게임(1) - Fallout 3, Fallout: New Vegas

하늘이나 우주의 인기와 비교하긴 힘들지만, 인간이 끊임없이 탐험해 온 곳 중 하나가 바로 바다입니다. 이번에 소개할 게임인 바이오쇼크 1, 2의 무대 역시 바다이고요. 바다가 소재라 해서 단순히 잠수함 타고 깔짝대는 수준을 기대하시면 곤란합니다. 두 작품 모두 바다 내에 건설된, 무너진 유토피아가 배경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 게임의 장르는 몰입감(immersiveness)가 생명인 1인칭 액션입니다. 한 번 들어가면 다시는 육지에 나올 수 없을 것 같은 갑갑함을 쭈~욱 느껴야 하지요.


오오미~ 아저씨 표정 좀 무섭네요잉. 인간이 갑이라능~


1편의 주인공인 잭은 타고 가던 비행기가 추락해서 이상주의자인 앤드류 라이언이 바닷속에 건설한 도시, 랩쳐(Rapture: 황홀경/환희)에 도착하게 됩니다. 잭은 죽다 살아난 직후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뭔가 이상한 것을 발견합니다. 이상향인 줄만 알았던 랩쳐는 엄청나게 부서져 있고 곳곳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자꾸 자신에게 말을 걸어 뭔가를 부탁하는 정체 불명의 인물들이 하나 둘씩 나타납니다. 물론 요런 상황에 갑자기 덮쳐오는 적이 없다면 섭섭하죠. 알아듣기 힘든 소리를 중얼거리면서 달려드는 미치광이들과 곳곳에 숨겨진 부비 트랩들... 게다가 가끔은 거대한 잠수복을 입고 괴물 소리를 내는 빅 대디까지 등장합니다. 가만히 있다가는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잭은 닥치는 대로 무기와 아이템을 얻고 살 방법을 찾기 시작합니다.

머 이런 식입니다. 유토피아는 O라질~


인테리어가 이렇습니다. 멋있다고 해야 할지 무섭다고 해야 할지...

 
 
1의 줄거리 설명은 여기서 끝내겠습니다. 솔직히 말해 바이오쇼크 시리즈의 스토리는 매우 잘 짜여져 있습니다. 디스토피아를 소재로 한 Ayn Rand의 소설인 'Altas Shrugged'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긴 한데요, 아무튼 1인칭 액션 게임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얄팍한 스토리+단순 퍼즐+무식한 액션'의 구성이 등장하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게임을 실제로 해 보신 분들은 Atlas라는 이름이 꽤 친숙할 겁니다.) 그런데 스토리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게임인 만큼, 실제로 해 보실 분들을 위해 디스토피아에 불시착한 주인공의 상황 외에 추가로 뭔가 설명드리기가 쉽지 않네요. 설명을 더 붙이면 재미가 반감될 테니까요.


이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망가져 버린 바닷속 유토피아의 어둡고 축축한 분위기를 매우 잘 살렸다는 점입니다. 물이 떨어지는 곳을 지나가면 헬멧 위로 물이 지나가는 듯한 효과를 보여주기도 하고요, 간혹 폭발이 일어나서 주인공이 엄청난 바닷물에 휩쓸리는 장면도 연출이 됩니다. 물론 단순히 시각적인 효과 외에도 물의 흐름이나 수압을 표현한 효과음도 일품이지요.



해킹을 잘 하면 경비 로봇을 아군으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칙칙한 분위기에 어울리는 괴이한 적들도 다수 등장합니다. 보통 디스토피아라면 괴물이 한두 마리 정도 등장해야 제 맛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텐데요, 바이오쇼크의 적들은 아쉽게도 인간형입니다. 인간의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발견된 물질을 남용해서 몸과 정신이 망가진, 그리고 엄청나게 호전적인 스플라이서들이지요. 빠른 속도를 이용해서 기습하는, 그러나 몇 대 제대로 맞으면 죽는 스플라이서들도 있고 중간 보스 격인 빅 대디 등 만만치 않은 적들도 다수 등장합니다. 바이오쇼크 관련 기사나 리뷰의 표지 모델로 등장했던 이 녀석은 짐승같은 소리를 내지만 실제로는 개조된 인간입니다.

...원래 핵무기를 가진 국가들은 서로 싸우면 안되는데어어어어어;;


살살 좀 합시다 거~



바이오쇼크 2의 설정은 조금 특이한데요, 방금 전에 설명한 빅 대디와 거의 같지만 각종 무기와 특수 능력을 쓸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된 실험체인 '서브젝트 델타'가 바로 주인공이 됩니다. 2는 1으로부터 10년이 흐른 뒤의 얘기이고 1에서는 잭이 스스로 살기 위해 발버둥쳤다면 2에서는 서브젝트 델타가 엘레노어 램이라는 소녀와 함께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스토리인데요, 이처럼 빅 대디가 자꾸 등장하는 이유는 이놈들이 단순한 적이 아니라 '리틀 시스터'와 쌍을 이뤄 활동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아저씨 이거 먹어도 되요?"


그러는 거 아냐~ 그러는 거 아냐~

이 '리틀 시스터'들은 폰테인이라는 사람에 의해 개조된 고아 소녀들을 말합니다. 단순한 개조 정도가 아니라 인체로부터 애덤이라는 물질을 추출할 수 있도록 배에 바다 달팽이(sea slug)가 강제로 삽입된 불쌍한 아이들이지요. 그 덕에 눈은 누렇게, 피부는 시체처럼 변해 버렸습니다. 랩쳐 내부를 돌아다니다 보면 곳곳에서 리틀 시스터가 시체에 총처럼 생긴 주사기를 꽂고 체액을 뽑은 뒤 쭈욱 들이키는 장면을 볼 수 있는데요, 리틀 시스터에게 접근하려면 먼저 수호 천사 격인 빅 대디를 해치워야 합니다. 그런 뒤엔 리틀 시스터를 죽이고 많은 양의 애덤을 획득할지, 아니면 살려주고 상대적으로 적은 양의 애덤을 얻을지는 당신이 결정해야 하지요.

종종 이렇게 복잡한 상황도 극복해야 합니다. 죽이고 죽이고 죽이든지 죽이고 죽이고 살리든지...


바이오쇼크에서 주인공은 적들을 공격하기 위해 총과 같은 무기와 더불어 마법과 비슷한 플라스미드, 버프처럼 적용되는 토닉을 함께 활용합니다. 플라스미드나 토닉을 남용해서 괴물이 되어버린 스플라이서들을 주인공이 똑같은 능력으로 해치우는 것이지요. 물론 몇몇 특수 능력의 레벨이 높아지고 살상/회피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조합을 찾게 되면 처음에 벅차게 느껴졌던 적도 비교적 간단히 해치울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리틀 시스터만이 추출 가능한 애덤이 필요하고요. 그래서... 선택의 문제가 생깁니다. 애덤이 많으면 많을수록 자판기에서 구입 가능한 특수 능력이 많아지거든요. 그리고 리틀 시스터에 대한 여러분의 판단에 따라 엔딩이 달라지기도 하지요.


으음? 내려오라고요?



사실적인 분위기, 지금 봐도 중간 이상은 가는 그래픽, 게이머를 점점 빨아들이는 스토리, 화끈한 액션.... 바이오쇼크 시리즈는 1인칭 액션 게임이 갖춰야 할 요소를 고루 가지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요즘 출시되는 게임들이 흔히 제공하는, 윤리나 가치관의 선택 문제도 끊임없이 제시합니다. 특정 우주선 업그레이드를 했는지 안 했는지 여부 등등에 따라 세부적인 스토리와 더불어 엄청나게 자잘하게 분리되어 있는 엔딩 내용을 바꿔버리는 매스 이펙트 2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여러분은 이 게임을 하면서 내가 하는 행동이 옳은지 아닌지에 대한 고민을 계속 하게 됩니다. 뭐... 선택은 여러분 몫입니다. 여러분이 하고 싶은 행동, 내리고 싶은 결정을 내리면 되겠지요.


화이아! 쪼!쪼!



끝으로 강조하고 싶은 이 게임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한의 정서'입니다. 이게 뭔 엉뚱한 소리냐고 하실 분들이 많으시겠지만 바이오쇼크 1, 2의 스토리는 정말이지 엄청나게 슬픈 이야기의 연속입니다. 1의 주인공이 비행기 사고로 추락해서 간신히 목숨을 건진 곳이 완전히 부서진 디스토피아라는 점, 리틀 시스터들을 이용해서 인간의 몸에서 애덤을 추출하고 이를 사리사욕을 위해 남용하다 더 이상 인간이 아닌 괴물이 되어버린 스플라이서의 과거 등은 그냥 커피 수준입니다. 2의 스토리 라인은 1보다 조금 약하다는 평이 있지만 그래도 흡입력은 상당한 편입니다. 두 작품 다 반 이상을 넘어서면 진정한 TOP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게 되니까요. 두 편 다 기억해야 할 내용과 인물들이 넘치긴 하지만 장편 소설이나 영화를 족히 만들 수 있는 스토리는 바이오쇼크 시리즈의 정수입니다.

선생님... 의료보험 되나요?


벌써 설치를 끝내셨다고요? 그러면 조명은 낮추고 볼륨을 높인 뒤 랩쳐에 들어가 보시길. 이 더운 여름의 끝을 보내기에 이보다 더 좋은 게임은 없을 겁니다. 참고로 2편은 배경 음악도 매우 좋습니다. 현악기의 음률이 몹시도 구슬프게 들려오거든요.

참, 3편은 바다가 아닌 공중이 배경이라고 하네요. 타이틀은 Bioshock Infinite이고요. 내년 출시 예정입니다. 개인적으로 XCOM, Borderland 2와 더불어 엄청나게 기대가 되네요. 스크린샷은 아래쪽에 있네요. 이번엔 주인공이 여성인가 봅니다.


[지난 글] 디스토피아 게임(1) - Fallout 3, Fallout: New Veg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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