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IT 여행기 2편 - 호치민

작성자 :  DJ_ 2008.12.14 16:14

(1편에 이어)...

1편에서 소개한 하노이가 베트남의 정치 수도라면, 남부에 위치한 호치민시는 흔히들 경제 수도라고 부릅니다. 일찍이 미국 자본주의의 영향을 많이 받은데다, 실제로 외국계 기업의 지사와 프랜차이즈가 하노이보다는 호치민에 더 적극적으로 진출해 온 까닭에 자연스럽게 이와 같은 구분이 생겼습니다.

역사적으로는 프랑스 지배 이후 베트남이 남북으로 나뉘었을 때 '사이공'이란 이름으로 남베트남의 수도 역할을 했던 곳이 바로 이 호치민이기도 합니다.

호치민시는 미국의 영향탓에 북부의 하노이와 분명히 다른 느낌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치 평양과 서울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의 차이처럼, 하노이가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딱딱하기까지 하다면 호치민은 활발하고 번화한 도시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시내를 채우고 있는 고급 호텔과 레스토랑, 백화점, 명품 매장들만 봐도 뚜렷한 차이를 느낄 수 있죠.


▲ 호치민 국제공항의 모습. 하노이에 비하면 정말 깔끔한 시설


▲ 한 여름의 날씨에 호사스런 크리스마스 단장을 한 백화점


▲ 롯데리아, KFC 외에도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러 프랜차이즈들를 발견할 수 있다

▲ 호치민의 서점에서는 오바마 관련 서적들을 집중적으로 홍보

방문했던 현지 업체들의 사무실 풍경도 많이 달랐습니다. 호치민에서 방문한 Vinagame의 경우 한국과 중국의 온라인 게임을 베트남에 서비스해서 큰 성공을 거둔 회사인데, 하노이 업체들의 수수한 사무실 풍경과는 달리 한국의 넥슨이나 nhn을 연상시키는 넓고 깔끔한 근무 환경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물론 실제로 업계 선두를 다투는 큰 회사인데다 업종이 비슷해서 그런 까닭도 있겠지만, 이 회사가 게임과 포털 비즈니스로 많은 돈을 벌어 하노이가 아닌 호치민에 이런 사무실을 갖춰놓고 천 여 명의 인원을 상주시키고 있다는 점은 왜 호치민이 '경제수도'로 불리는지를 은근히 잘 말해줍니다.



▲ 베트남 온라인게임, 포털 업체 Vinagame의 사무실 풍경

기본적으로 두 도시가 이렇게 다른 분위기이다 보니 양쪽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것들이 서로 다르게 표현되는 재밌는 경험도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하노이에서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제외하고 거의 사용하는 걸 보지 못했던 Free WiFi가 호치민에서는 현지인들이 몇 시간씩 카페에서 개인 노트북으로 인터넷을 즐기는데 활발히 이용되고 있다든지, 똑같은 백화점에 가도 하노이의 점원들이 다소 무뚝뚝하고 소극적이며, 손님보다 자기 할 일에 열중인 반면 호치민은 우리나라의 휴대폰 전문상가를 연상케하는 적극적인 호객 행위까지 볼 수 있습니다. 또 길거리에서 플라스틱 의자를 두고 음식을 먹는 베트남인들의 모습도 호치민에 오니 확실히 목격 빈도가 낮아졌고요.

딱 한 가지, 하노이와 호치민이 완전 동일한 모습을 보여준 게 있다면 바로 미칠듯한 오토바이 소음과 교통 체증!!


▲ 역시나 미칠듯 많은 오토바이


▲ 레스토랑에서 개인 노트북으로 몇 시간씩 인터넷을 즐기는 사람들

하노이에서 썰렁한 PC방이나 휴대폰 가게를 보면서 '도대체 시장이란 게 존재는 하는 건가'라는 의문이 계속 들었는데요. 호치민에서는 위의 레스토랑을 비롯해 불법 음원을 복사해주는 가게나 대형 전자상가 등에서 확실히 IT에 대한 수요의 실체를 발견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롯데리아에서 만난 아이들은 집에서 오디션과 워크래프트3를 즐긴다고 이구동성으로 대답해주었고, 우리나라의 전자랜드를 떠올리게 하는 윙낌 전자상가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가전 제품을 실제 구입하기 위해 알아보고 있었습니다. 하노이에서는 정말 구경만 하러 온 듯한 사람들 뿐이었는데 말이죠.

게다가 윙낌 전자상가 1층에서는 휴대폰에 무료로 MP3 음원을 복사해주는 서비스를 해주고 있었는데,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잘 이해가 안 되는 서비스지만 어쨌든 많은 사람들이 MP3 플레이어와 휴대폰을 들고 기다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음원 재생이 되는 휴대폰과 MP3 플레이어로 음악을 듣는 사람들, 즉 시장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걸 목격한 셈이죠.


▲ 뭐든지 되는 가게


▲ 윙낌 전자상가 풍경


▲ 휴대기기에 무료로 음원을 다운로드 하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


▲ 책에서 노래를 고르고, PC 화면으로 복사 과정을 보여주는 명확한 서비스

지난 1부에서는 IT고 뭐고 간에 닥치고 오토바이나 금고 관련 사업을 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생각을 했었다고 썼었죠. 기본적으로 이 생각은 호치민을 다녀온 뒤에도 마찬가지지만, 호치민을 경험하고 나니 분명히 언젠가 수면 위로 떠오를 잠재적인 시장을 확인한 기분은 들었습니다. 누군가 베트남에서 비즈니스를 계획하고 있다면, 꼭 IT 분야가 아니더라도 일단 호치민을 봐야한다고 말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노이와 호치민을 둘러본 제게 조금 구체적으로 소위 '될 것 같은' IT 비즈니스를 이야기해보라고 한다면, 우선은 뭘 하든 전자결제와 광고 시장을 염두에 두는 게 첫 번째고, 두 번째는 오토바이와 축구, 연애에 미쳐 밖에서 여가를 즐기는 많은 젊은층을 겨냥한 커뮤니티 서비스를 해보는 게 좋겠다고 말하겠습니다. 한국에선 이미 오래된 서비스 모델이지만, 베트남의 핫스팟과 휴대폰, 그리고 전자결제와 브로드밴드를 포함한 인프라의 개선 시점을 잘만 이용한다면 반향을 일으킬만한 재밌는 서비스를 해볼 수 있을 듯 합니다.

또 영문 UI의 휴대폰과 성조를 뺀 알파벳 표기로 SMS를 보내는 베트남 사용자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문자입력방식과 오토마타를 고안한다면 그야말로 황금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스스로 아픔을 겪으며 독립을 이뤄낸 자부심 강한 국민들에게 자국어 서비스는 분명한 차별점과 동기를 부여하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뭘 해도 당장은 혼다나 야마하, 스즈키가 최고겠지만요.
(오토바이!!!!!!!!)


▲ 중국향 휴대폰과 영문 UI를 사용하는 베트남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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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나가다가..
    2008.12.15 11:11 신고

    베트남에도 주로 팔리는 모델들은 자국어 UI와 입력방식이 이미 있습니다. 일부 하이엔드급 단말에만 베트남어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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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12.15 11:45 신고

      사진의 NOKIA 폰도 베트남어 UI를 설정할 수는 있지만, 불편해서 쓰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보다 편리한 입력체계가 필요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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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8.12.15 16:35 신고

    잘봤습니다. 3부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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