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IT 여행기 1편 - 하노이

작성자 :  DJ_ 2008.12.01 08:00
지난 11/15~11/22 일정으로 베트남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베트남은 이미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중국에 이어 굉장히 가능성이 큰 이머징 마켓이며, 특히 정치적으로 안정되어 있고 IT 분야의 잠재력이 큰 편이라 한국 기업들도 많이 눈독들이며 투자, 진출해 온 나라입니다.

대표적인 IT 진출 사례로는 수년 전부터 자리 잡아온 SK컴즈의 '싸이월드 베트남(www.cyworld.vn)'과 최근 현지 게임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예당온라인(T3엔터테인먼트 개발)의 '오디션' 등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베트남은 미디어를 통해 보고 들어온 이미지와 현지에서 직접 부딪히며 느낀 모습의 차이가 무척 컸는데요. 이번 출장에서 경험한 많은 것들 중 IT, 가젯과 관련된 몇 가지 이야기들을 스마트가젯에 풀어보고자 합니다.

베트남의 수도는 북부에 위치한 하노이입니다. 사회주의 체제 하에 국가의 정치, 행정 기능들이 집중되어 있고 많은 회사들의 본사가 이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처음 하노이에 도착해 시내로 이동하면서 느낀 첫 인상은 굉장히 낙후되어 있고 딱딱하다는 것. 그리고 엄청나게 많은 수의 오토바이가 울려대는 경적 소리 때문에 아주아주 시끄럽다는 것이었습니다.


▲ 오토바이를 빼놓고는 설명이 안되는 베트남

베트남은 8,500만 인구 중 70% 이상이 30대 이하일 정도로 젊은 나라라고 합니다. 그 젊은이들은 대부분의 여가 시간을 카페에서 지인들과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거나 오토바이를 타는 일로 보냅니다. 시내에서 가장 번화한 호안끼엠 호수 근처에서 제가 본 풍경은 호수 주위를 계속 도는 오토바이들과 주변 벤치에 앉아있는 연인들, 그리고 산책을 하는 관광객들이었습니다. 이미 2,500만명 이상의 국민들이 인터넷과 휴대폰을 사용한다고 하는데, 대체 그 사람들은 다 어디갔는지 궁금할 정도였습니다.


▲ 베트남 PC방의 풍경

거리를 걷다보면 종종 PC방도 발견할 수 있지만 사진에서 볼 수 있듯 한국과는 천지차이의 환경입니다. 15~17" CRT 모니터와 펜티엄4 급 시스템으로 1Mbps ADSL 라인을 공유해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비디오 스트리밍이나 최신 3D 게임들은 무리고, 대부분 야후 채팅과 2D 온라인 게임들을 즐깁니다. 요금은 시간당 몇 백원 수준으로 매우 저렴합니다.


▲ 호안끼엠 야시장에서 스티커 사진을 찍어주던 사람들
시설은 한국의 90년대 고등학교 축제 수준보다도 떨어지지만 모두가 웃음 가득


▲ 저작권 개념 없이 대놓고 판매되고 있는 수많은 불법 컨텐츠들
며칠간 다운로드 받는 것보다 이런 곳에서 싸게 CD나 DVD를 구입하는 편이 나은 상황

베트남에서 만난 인터넷 기업들의 설명에 따르면, 대부분의 이용자들이 집에서 PC를 이용해 자신들의 서비스를 접속한다고 하더군요. PC방은 워낙 이용료가 저렴하니, 10대들이 게임을 즐기기 위해 찾는 경우가 많다고 하고요.

인구가 워낙 많아서 그런지,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수많은 사람들 한편으로 집에서 인터넷을 즐기는 사람들도 그만큼 있는 듯 합니다. 물론 PC 사양이나 인터넷 속도는 이런 PC방과 큰 차이가 없다고 합니다.


▲ 아이팟 터치로 카페에서 무료 WiFi를 이용하는 모습

재밌는 것은 이렇게 낙후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웬만한 가게나 거리에서 항상 WiFi 신호가 잡힌다는 겁니다. 카페와 음식점마다 들어오는 ADSL 라인에 유무선 공유기를 설치하고 보안설정 없이 오픈해 두는 곳이 굉장히 많기 때문입니다. 이런 수요가 많아선지 전자상가에서는 '링크시스'를 유무선 공유기의 대명사로 적극 판촉하고 있었고, 매장마다 구석엔 파란색 WRT54G를 흔히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속도는 느린 ADSL 라인을 무선으로 개방한 상태기 때문에 더 느리지만, 베트남 자국 인터넷 서비스와 메일 확인 등의 활용에는 충분한 수준이었습니다. 이 정도로 핫스팟이 고르게 분포된 환경이라면 속도만 조금 더 개선될 경우 아이폰과 같은 디바이스가 정말 유용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만 하노이에서는 현지인들이 WiFi를 이용하는 모습을 좀처럼 볼 수 없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다들 거리에서 사람들과 무언가를 즐기지, 노트북이나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는 사람들은 정말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반면 2부에서 소개할 호치민에서는 카페에서 장시간 노트북을 펼쳐놓고 시간을 떼우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한 국가 내에서도 지역에 따라 이런 대비를 보인다는 게 왠지 우리나라도 통일이 되면 비슷한 상황이 되지 않을까 생각되어 묘했습니다.


▲ 최고급 사양의 VAIO SZ 노트북, 가격을 환산해보면 약 350만원 정도

베트남은 고정 환율제를 시행하고 있어 달러의 영향을 그대로 받습니다. 또 화폐 단위가 워낙 커서 1 USD가 약 17,000 VND 정도의 가치로 책정되어 있습니다. 원화 가치가 크게 떨어진 현 시점에서 사진의 VAIO 노트북 가격을 환산해보면, 국내에서 구입하는 것보다 훨씬 비싼 가격을 주는 셈이 됩니다. 여기에 전자제품에 매겨지는 세금도 비싼편이라 나중에 달러에 대한 원화 가치가 높아지더라도 베트남에서 전자제품을 사는 건 절대 저렴하지 않을 겁니다.

중요한 건 노트북 외에도 많은 최신형 제품들이 판매는 되고 있지만 몇 안 되는 시내 대형 전자상가나 최고급 백화점에 가야 비로소 물건을 볼 수 있으며, 이 정도의 돈을 지불할 수 있는 베트남 국민도 많지 않다는 겁니다. 베트남의 국민소득(GNI)이 약 $800, 어지간한 전문직 월급이 $300 수준이니 $2,500 가량의 노트북은 쉽게 구입할만한 물건이 아니죠. 백화점에 구경온 일반 사람들은 신기한 눈으로 백화점 내부의 모습을 자신들의 구형 노키아 폰 카메라에 담기 바쁠 정도입니다. 베트남도 부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는 중이라 합니다.


▲ 언제나 한산한 ATM

돈 얘기와 관련된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베트남 국민들 대부분이 은행에 통장을 개설하기 보다 집에 금고를 두고 현금을 쌓아둔다는 점입니다. 오랜 세월 침략과 수탈을 겪어온 국민들이 자연스레 눈에 보이는 돈의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데다, 로컬 은행을 잘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현지 계좌를 만들었던 한 지인은 자신도 모르게 계좌 번호가 바뀌는 황당한 일도 겪어봤다고 합니다.

비록 외국계 은행들이 선전하고 있긴 하지만, 사정이 이렇다보니 온라인 뱅킹이나 신용카드는 물론이고 실시간 타행 이체조차 쉽지 않습니다. 때문에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주문하더라도, 실제 사무실로 돈을 들고 찾아와 물건을 찾아갈 정도라고 합니다. 소액 결제는 유명 업체가 유통시키는 선불식 카드를 오프라인 상점에서 구입해 사용하고요.

덕분에 이를 기회로 여기는 전자 결제 관련 회사들이 벌써 10여 개나 열심히 미래의 시장을 준비중이라고 합니다. 인터넷 환경과 국민들의 인식, 로컬 은행들의 현재 상황을 볼 때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반드시 편리한 전자 결제 수단이 필요해지는 시기가 올 것이라는 데에는 동의합니다.


▲ 유, 무선 전화기와 휴대폰을 같이 팔고 있는 매장 풍경

모바일 환경도 인터넷, 뱅킹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매장의 모습만 봐도 굳이 설명이 필요 없죠.

사람들 대부분은 중국과 공용으로 유통되는 듯한 노키아 저가 휴대폰(bar 타입)을 사용하고 있으며, 전화와 SMS를 사용하는 게 절대적입니다. 무선 인터넷은 아직 꿈같은 소리입니다.

그치만 벌써부터 이 나라에는 각각의 분야에서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과 업체로 넘쳐납니다. 아직 사람들이 채 즐기기도 벅찬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에는 baomoi.com 같은 Web 2.0 서비스들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zing.vn 같은 포털 서비스를 비롯해 한국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분야의 서비스들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또 이미 말했듯 온라인 소액 결제 수단을 정착시키기 위해 10여 개 업체들이 치열하게 준비하고 있고, 또 모바일 시장에서는 3G 망과 WiBro 도입이 동시에 검토되는 등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베트남에 8일 간 머물면서 한 가지 뚜렷해 진 건 베트남이 확실히 가능성과 기회가 있는 나라라는 것이었습니다. 반면 그 가능성이 성공으로 실현되는 시점이 언제일지에 대해서는 갈수록 흐릿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언젠가 뜨긴 뜰 건데, 대체 그걸 언제라고 보고 언제부터 준비를 해야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내기가 정말 어려웠습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 나라에서는 인터넷이고 뭐고 차라리 오토바이나 금고 관련 장사를 하는게 낫지 않겠냐는 결론을 내고 싶을 정도였으니까요.

현지에서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많은 기업 중 어느 분야의 누가 가장 먼저 웃을까요. 현재는 한국과 중국의 온라인 게임을 현지화 해서 서비스하고 있는 업체들이 웃고 있는 듯 합니다. 그 다음은 누굴까요.

이렇게 먼 발치서 바라본 베트남은 분명히 재밌고 가능성이 큰 시장지만, 이미 투자해 매달 돈을 쓰고 있는 사람들에겐 참 애 타고 입이 마르는 문제가 아닐까 싶네요.

('2부 - 호치민편'에 계속...)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2008.12.01 08:52 신고

    잘봤습니다. 2부가 기대됩니다.

    삭제 답글 댓글주소
  2. 김은경
    2008.12.04 04:43 신고

    잘 봤습니다.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베트남행을 심각하게 고려중이거든요. 벌써 친정아버지가 가 계시구요. 사업이 무척 잘 된답니다. 무슨사업인지는 비밀입니다. ㅋㅋ

    아버지 일을 맡으면서 부업을 해보려고 했는데.. 여기서 도움받고 가네요.

    삭제 답글 댓글주소
    • 2008.12.05 13:38 신고

      어떤 사업을 하고 계신지 정말 궁금하네요! 외국인 관광객 대상의 레저사업, 오토바이, 금고 관련 사업 중에 하나라면 정말 대박나실듯. ㅎㅎ

      삭제 댓글주소
    • 김은경
      2008.12.10 17:12 신고

      금고 사업하는 분이 게십니다. 자살시도 끝에 번뜩 떠올라 시작하게 되었다네요. 친정아버지한테 들었어요. 저희 아버지는 LED관련 사업을 하십니다.

      삭제 댓글주소
    • 2008.12.11 11:31 신고

      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LED도 여기저기 많이 쓰이는데다 단품으로도 아이디어 상품들이 많을테니(오토바이와 연관된) 대박나시면 좋겠네요!

      삭제 댓글주소
  3. vietnam
    2009.02.16 04:22 신고

    저두 잘 봤습니다...
    현재 하노이에 살고 있는 사람인데요.. ㅎㅎ
    짧은 시간 다녀가셨는데 많은 정보 알아가셨네요.. ㅎㅎ
    큰 카페 가보셨으면 노트북 펼치고 인터넷 하는 사람 많이 보셨을텐데.. ㅎㅎ
    여기두 인터넷 속도가 많이 빨라졌어요.. 속도에 따라 가격차이가 있어서 베트남 사람들은 속도 느리고 저렴한 걸 사용하구요.. 외국인들은 속도 빠르고 비싼 걸 사용한답니다.. ㅋㅋ
    아.. 그리구 여기두 온라인 쇼핑몰 이용자가 늘고 있는 편인데요.. 제가 아는 베트남 분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 판매하시고 계좌이체 하시고.. 그러세요.. 저희도 집세를 계좌이체 하는데..
    우리나라에 비해 뒤떨어져 있는 편이지만.. 그래도 꽤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답니다..
    다음에 또 한 번 놀러오세요~~ ^^

    삭제 답글 댓글주소


FeedCou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