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개짓은 눈에 끌릴만한 제품을 소개하는 목적의 사이트입니다만, 무작정 나쁜 것도 좋다고 하는 무책임한 블로그는 아닙니다. 특히 스마트개짓 최고(?)의 아웃사이더인 dolf는 그 가치가 뻥튀기가 된 꼴(?)을 보지 못합니다. 좋은 부분이 있으면 아쉽고 못한 부분도 있는 법. dolf는 빛만을 바라보지 않고 그 어둠도 철저히 끌어 냅니다.

지금 컴퓨터 쪽에서 최고의 이슈(?)는 인텔의 새 CPU, 코어 i7입니다. 코어 아키텍처 이후 선보이는 새로운 아키텍처이기도 합니다만 AMD CPU에서 먼저 선보이며 그 가치를 인정받은 메모리 컨트롤러를 프로세서 내부에 넣는 설계를 인텔 역시 받아들여 만든 첫 번째 CPU이기 때문입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성능도 나쁘지 않은 수준입니다. 그렇지만 덥석 이 CPU를 내 것으로 만들기에는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적어도 이 글을 읽는 분들이 ‘보통 PC 사용자’라면 이 CPU는 고르지 않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왜 그런지 이유를 따져 보겠습니다.


분명히 말할 것은 코어 i7은 성능 면에서 코어2 쿼드에 뒤지거나 좋아지는 것이 없어 이 CPU를 사지 말라고 하는 것은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국내외에 이미 적지 않은 테스트 결과가 있지만 적어도 어떤 작업을 해도 비슷한 속도를 내는 코어2 쿼드에 뒤지지 않으며 멀티 스레드에 최적화된 작업이라면 50% 정도까지는 더 빨라집니다. 성능 면에서 가치가 없는 CPU라는 아니며, 적어도 많은 돈을 들여서라도 성능을 얻어야 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한 가치를 느낄 것입니다.

그렇지만 절대 성능보다는 비용 대비 성능을 따져야 하는 일반적인 가정용으로서는 어떨까요? 그것이 문제입니다. 지금의 코어 i7은 가정에서 주로 하는 작업에서의 성능 향상 폭에 비해 들어가는 비용이 ‘상상한 것 그 이상’입니다. 이 때문에 dolf는 이 자리에서 지금의 코어 i7이 가정용으로서는 경제성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일단 이 CPU의 성능이 어느 정도인지 잠시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시중에서 ‘일단’ 팔리고 있는 코어 i7 920을 기준으로 각각 인텔 듀얼코어의 기본인 코어2 듀오 E8400, 코어2 쿼드 Q6600과의 성능 향상 폭을 비교해 보았습니다. 참고로 데이터는 탐스하드웨어의 최신 리뷰의 데이터를 참고하였습니다.

3DSMAX 9에서 코어2 듀오 E8400보다 106%, 코어2 쿼드 Q6600보다 54% 빠르다.
포토샵 CS3에서 코어2 듀오 E8400보다 12% 느리고, 코어2 쿼드 Q6600보다 8% 빠르다.
DivX 6 인코딩이 코어2 듀오 E8400보다 84%, 코어2 쿼드 Q6600보다 70% 빠르다.
WinRAR 압축이 코어2 듀오 E8400보다 63%, 코어2 쿼드 Q6600보다 64% 빠르다.
크라이시스에서 코어2 듀오 E8400보다 7%, 코어2 쿼드 Q6600보다 10% 빠르다.
슈프림커맨더에서 코어2 듀오 E8400보다 17%, 코어2 쿼드 Q6600보다 4% 빠르다.
언리얼토너먼트3에서 코어2 듀오 E8400보다 8%, 코어2 쿼드 Q6600보다 15% 빠르다.
포토샵에서의 처리 능력이 생각보다 낮게 나온 것이 문제이기는 합니다만, 이 부분은 최신 버전인 CS4를 기준으로 할 경우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데다 전반적으로 현재의 주력 듀얼/쿼드코어보다는 성능 향상이 있다는 점은 변함이 없습니다. 3DSMAX같은 3D 디자인과 영상 편집, 멀티 스레드와 실수 연상 능력이 중요한 압축 파일 처리 과정에서는 압도적인 성능 차이를 보여줍니다. 이와 달리 게임에서는 성능 향상이 있지만 그렇게 놀라운 정도는 아닙니다.

이 때문에 코어 i7을 쓴 PC를 3D 애니메이션, CAD, 과학/공학 연산, 영상 편집용으로서 쓰는 데에는 dolf도 이견이 없습니다. 들어가는 비용도 적지는 않지만 확실한 효율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으니까요. 20% 정도 향상된 IPC, 부활한 하이퍼스레딩 기술, 더욱 빨라진 코어 작동 속도, 반응 속도 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트리플채널 PC3-10600 코어 내장 메모리 컨트롤러는 이런 분야에서 사용자의 기대를 배신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가정용으로서 게임 성능을 최고 17% 높이기 위해 코어 i7을 만나려면 어느 정도의 돈을 들여야 할까요? 현재 코어 i7 820으로서 게임 PC를 만들었을 때 CPU, 메인보드, 메모리 가격을 코어2 듀오 E8400, 코어2 쿼드 Q6600과 비교해 보았습니다.


이 표를 보고 '코어 i7 값 한번 저렴하다' 고 생각하신다면 당신은 대한민국 1%입니다

76만원의 엄청난 가격 차이를 보고 ‘어안이 벙글벙글’하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하지만 이것은 일부러 부풀린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코어 i7은 현재 가장 싼 부품을 썼음에도 이 가격입니다. 아직 공식 발표일도 지나지 않았으니 거품이 끼어 가격이 비싼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요즘 세상에 그 거품이 수십만원이 될 정도로 많지는 않습니다. 초기 출시 이후 프리미엄이 빠진다고 해도 60만원 정도의 가격 차이를 극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값 차이가 나는 것일까요? 이래서야 코어 i7을 좀 써보겠습니까? 그렇게 생각하셔도 인텔이 할 말은 ‘억울하면 사지 마!’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의 코어 i7은 가정용 게임 PC 및 홈 PC 목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나온 코어 i7의 코드명은 블룸필드(Bloomfield)입니다. 그렇지만 코어 i7은 이 한 모델로서 끝이 아니며, 이 CPU의 기본이 되는 네할렘(Nehalem) 아키텍처 CPU는 1~2년 안에 몇 종류가 나오게 됩니다. 이 가운데 우리가 살펴봐야 할 것은 내년 3/4분기에 나올 코드명 ‘린필드(Lynnfiled)’와 빠르면 내년 말, 늦으면 2010년 초에 나올 코드명 ‘헤븐데일(Havendale)’입니다. 나머지 CPU는 이들 CPU의 후속 모델이거나 노트북, 서버 등 다른 용도에 쓰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2009년, 2010년에 인텔이 내세울 차세대 CPU의 라인업입니다

지금의 코어 i7은 사실 코어2 쿼드의 후속 모델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어렵습니다. 오히려 이 CPU는 코어2 익스트림 QX9000 시리즈를 대체하기 위한 모델에 가깝습니다. 코어2 익스트림은 방송/음악 전문가 및 게임 데모용 등을 위해 나온 최고급형 싱글 CPU이며, 가격이 100만원 수준입니다. 코어 i7 900 시리즈는 다름아닌 이 CPU를 대체할 목적으로 만든 것이며, 덤으로 코어2 쿼드 Q9000 시리즈의 고속 모델이 차지하고 있는 일반 전문가용 시장도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그 모델이 전략 모델인 코어 i7 920입니다.)

코어2 익스트림 등 최고급 CPU는 메인보드 역시 최고급을 쓰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과거 코어2 익스트림 시절에 인텔은 워크스테이션 및 마니아용 칩셋인 X38 또는 X48 칩셋 메인보드를 쓰도록 권장했습니다. 물론 메인보드가 CPU의 전력 소비량을 감당할 수 있다면 P35나 P45 등 일반형 칩셋 메인보드를 쓸 수도 있는데, 최상위 모델인 코어2 익스트림 QX9770은 소켓 구성이 서버용(Xeon)과 같아 아예 일반 데스크탑 메인보드를 쓰지 못합니다.

코어 i7 역시 이 전통을 따라서 인텔 X58이라는 전용 칩셋을 내놓았습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코어2 익스트림 시절만 해도 일반형 가운데 전원 회로가 좋은 고급 모델이면 이 CPU를 꽂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아예 소켓 구성부터 달라서 보급형 CPU는 달 수도 없게 만든 것입니다. 반대로 지금의 코어 i7을 앞으로 나올 린필드/헤븐데일 CPU용 메인보드에 달 수도 없습니다. 인텔 X58 칩셋과 코어 i7 900 시리즈는 소켓 1366이라는 별도의 규격을 쓰는데, 이는 앞으로 나올 린필드 및 헤븐데일 코어 CPU가 쓸 소켓 1156과 호환성이 없습니다. 즉, 값싼 메인보드를 저렴한 값에 PC 성능을 높일 수 있는 길 자체가 막힌 것입니다.

더 끔찍(?)한 소식은 소켓 1366을 쓸 서드 파티 칩셋 메인보드도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코어 i7 900 시리즈는 종전의 시스템 버스가 아닌 QPI라는 별도의 버스 기술을 쓰는데, 이 버스 라이선스는 그 어떤 서드 파티 칩셋 제조사도 받지 못했습니다. 또한 받는다고 해도 메인보드 칩셋을 내놓을지 알 수 없는 형편입니다. 그나마 가능성이 있던 엔비디아는 공식적으로 소켓 1366용 메인보드 칩셋 개발을 하지 않기로 선언했으며, VIA와 SiS는 워크스테이션용 칩셋 개발 경험이 없습니다. 결국 지금의 코어 i7은 40~50만원이 넘는 인텔 X58 메인보드를 울며 겨자먹기로 써야 합니다.

원래부터 가정용이 아닌 최강의 싱글 CPU PC를 써야 하는 전문가용으로 나온 것이 코어 i7인 만큼 이 CPU에 일반 가정용 및 사무용 CPU로서 갖춰야 할 경제성이라는 상식(?)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일지도 모릅니다.


지금의 코어 i7에 '가격 대비 성능'이라는 상식은 접어두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코어 i7, 그리고 네할렘 아키텍처의 높은 성능을 부담 없는 가격에 만나보고자 하는 분들은 적어도 1년 가까운 시간을 기다려야 합니다. 코어2 쿼드를 대체하는 린필드 코어가 내년 가을, 일반 듀얼코어 CPU를 대신하는 헤븐데일 모델은 2010년 초에나 선보이기 때문입니다. 그 때까지는 코어2 쿼드와 듀오가 일반 가정 및 사무용 CPU로서 현역 자리를 지키게 됩니다.

누구나 최고의 기술, 그리고 최고의 제품을 써보고 싶은 마음은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 희망은 어디까지나 희망일 뿐 현실은 늘 지갑과 통장 잔고에 묶여 있습니다. 가정용으로서 그렇게 크지 않은 성능 향상에 게임 PC 한 대를 만들 70만원을 더 쏟아 붓겠습니까? 적어도 자신의 경제 사정과 용도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선택에 쉽게 ‘Yes’를 내리지는 못할 것입니다. 어차피 최신형, 최고급 모델은 나쁘게 말하면 ‘군침만 흘려라’ 하는 성격이 강합니다. 눈으로 감상하는 것은 자유입니다만 깊은 생각 없이 이 CPU를 맞이하기 위해 지갑을 열지는 마세요. 한 달만 지나면 그 선택을 저주(?)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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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1.18 17:45 신고

    과거 AMD톨레도 같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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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11.19 16:05 신고

      음... 글쎄요...

      Toledo보다는 Opteron 100 시리즈에 가깝다고 하는 것이 좋겠죠. 주력 소켓이 바뀌면서 낀 세대가 된 Toledo와 달리 Core i7은 일부러 고급 모델과 일반 모델의 소켓을 다르게 하여 메인보드의 교환을 불가능하게 하고 제품 차별화를 한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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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아놔
    2008.11.18 18:19 신고

    본문에 익스트림 시리즈를 대체하러 나온 거라고 적어두시곤
    일반 사용자 대상으로 사지말라는 글은...

    조금 논점이 어긋난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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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11.19 15:49 신고

      코어 i7은 코어2 익스트림 및 코어2 쿼드 Q9000 시리즈 고속 모델 대체를 위해 나온 것이긴 합니다만...

      인텔의 라인업이 이렇다는 사실을 아는 분들이 얼마나 될까요? 이 CPU가 코어2 듀오 후속 모델쯤으로, 게임용으로 생각하는 분들은 넘쳐납니다. 그러니 이 CPU가 인텔이 처음 만들 때 부터 고급형 시장용이었으며, 개인 게임용이 아님을 말하는 것은 당연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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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08.11.18 18:48 신고

    위에 분 말씀에 절대적으로 공감합니다.
    전체적으로 글에 설득력이 별로 없는것 같은 느낌을 받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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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박명훈
    2008.11.18 19:51 신고

    정말 잘 읽었습니다. 저도 완전 동감 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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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임지현
    2008.11.24 16:40 신고

    잘 읽었습니다. 린필드/헤븐데일과 호환자체가 안된다니 생각을 접어야 겠네요. 훗날 업그레이드 하려면 신형 i7를 사야할수밖에 없을테니 920을 샀다면 쩐의 압박으로 골머리 앓겠군요. 제가 12월 말에 조립컴을 맞추려고 했는데 역시 e6600로 마춘후 훗날 헤븐데일로 가야겠습니다.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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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쥬우베
    2008.11.28 08:54 신고

    공감가는 글이네요.. 단순한 게임등 가정용으로 쓸 목적이라면 i7 은 경제적이지 못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존 나와잇는 제품들에서도 사실 가정용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스펙들이 많지요..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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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한국인
    2009.02.09 11:38 신고

    환율문제만 없었어도 가정용으로도 골인가능한 제품이죠.

    환율을 개떡으로 만들어 놓은 놈들이 미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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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뒷북치는댓글자1
    2009.07.03 01:24 신고

    린필드는 아니지만. 헤븐데일은 1366칩셋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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