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자취를 찾아보기 힘든 풍경이지만 8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동네마다 레코드가게 하나씩은 있었습니다. 당시 레코드 LP판 한 장이 4천원 남짓했었는데 이 한 장 값만 내면 카세트테이프 하나에다 원하는 곡들을 녹음해서 주기도 했었죠.

그러니까 일종의 매장에서 행해지는 불법복제 개념이었는데, 호주머니가 얇은 학생들이 듣고 싶은 음악은 많아도 음반을 일일이 다 구입을 할 수 없으니 좋은 곡만 추려서 모아 놓은 맞춤형 컴필레이션 앨범을 하나 구입하는 셈이었습니다.

또 당시의 남학생들은 마음에 드는 여학생의 환심을 사기 위해 라디오를 들으면서 좋은 곡이 나오면 테이프레코더의 녹음 버튼을 눌러 달콤한 음악들로 꽉 채운 카세트테이프를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선곡표를 미리 알 수 있던 때도 아니고 원하는 음악이 행여 나올까 방송 내내 대기를 해야 하는데, DJ가 음악 전주에 쓸데없는 잡소리를 늘어놓거나 한창 녹음 중에 갑자기 광고가 나오는 일도 빈번했지요.

아마 학창시절 음악 좀 들었다는 지금의 30대 이후 세대들은 비슷한 경험들이 있을텐데요, 요즘처럼 디지털음원을 쉽게 구할 수 있고 전송도 온라인으로 쉽게 처리하는 시대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풍경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더욱 음악에 애착을 가질 수 있었는지도 모르구요.

외국에서도 사정은 비슷한 지 과거의 이런 향수들을 추억케 해주는 제품이 등장했네요. 영국의 아이디어 제품 업체인 'SUCK UK'(회사명이 좀 그렇군요)에서 판매하고 있는 ‘믹스테이프 USB스틱’은 언뜻 보면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는 카세트테이프의 모양을 하고 있는 USB메모리입니다.



사실 제품 자체는 봉이 김선달식으로 대단히 단순한데, 카세트테이프의 모양을 하고 있는 케이스를 열어보면 안에 빈약한 용량(64MB)의 USB메모리가 들어가 있을 뿐이죠. 그러니까 누군가에게 음악을 선물할 때 옛날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해 전해주던 기분을 되살려 주면서 MP3 같은 디지털음원을 담아줄 수 있는 제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국 현지가격은 20파운드로 한화로 4만원 남짓한 금액입니다. 예전에는 4천원으로 레코드가게에서 테이프를 만들 수 있었으니 10배나 비싼 금액이네요. 4만원짜리 64MB USB메모리라는 게 전혀 현실성이 없는 가격이지만 카세트테이프와의 추억이 남다른 사람이라면 한 번 눈여겨 볼 수는 있을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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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olf
    2008.08.08 14:07 신고

    카세트 테이프의 감성과 USB 메모리의 MP3를 재생할 수 있는 최신 IT 장치의 사용법을 모두 갖고 있는 사람에게는 먹히겠는데, 나이 드신 분께는 그리 유용하지는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희 부친만 해도 카세트 테이프에 대한 애착이 강하지만 USB 메모리를 보시면 이걸 어떻게 써야 할지 전혀 감을 못잡으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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