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제일 싫어하는 계절인 무더운 여름이 찾아왔습니다. 원래 땀이 많은 데다가 햇빛 알레르기까지 있어서 정말 저는 여름이 싫습니다. 사람들은 더위를 잊기 위해 피서를 가지만 해수욕장에 저글링떼처럼 모여있는 사람들을 보기만 해도 더워지더군요. 길도 많이 막히고... 그래서 저는 더운 여름이며 에어컨+선풍기랑 아이스크림+수박 콤보를 애용하곤 합니다.

그런데 말이죠, 집에서 TV나 미드/일드를 보는 것도 재밌지만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게 우리를 쾌락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것은 바로 게임입니다. 게임은 날씨가 더울 때도 피서용으로 딱이고 비가 와도 어디 가기 뭐하니 게임이 궁극의 해답이 되곤 합니다. 그래서 게임을 25년 넘게 해 온 제가 여러분들이 확실하게 중독될 수 있는 게임 2개를 추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사이 좋게 하나는 PC용 게임, 하나는 PS3/Xbox 360용 게임이에요♥) 요놈들만 열심히 하신다면 정신을 차렸을 때 이미 여름이 끝나고 계절이 가을로 바뀐 것을 발견하실 수 있을 겁니다.

문명 4 (Civilization 4, PC용)
저는 약 12년 전 모 게임 잡지사의 요청으로 문명 2 공략 기사를 쓰면서 문명이라는 게임을 제대로 접하게 되었습니다. 문명은 천재 전략 게임 디자이너인 시드 마이어가 기획한 전략 시뮬레이션인데요, 기원전 4000년부터 시작해서 2050년에 이르기까지 약 6,000년에 이르는 인류의 역사를 그대로 보여주는 게임입니다. 그래서 처음 게임을 시작하면 정찰병 혹은 전사 1유닛과 이주자 1유닛을 가지고 여러분이 이끌 나라의 첫 도시를 짓고 이 국가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이게 왕건(Wang Kon)이 아저씨입니다.
한국의 유일한 리더이지요. 근데 어째 중국인 삘이;;

이 게임의 목표는 언뜻 간단해 보입니다. 미국, 중국, 유럽 각국 등 세계 열강들과 경쟁하면서 여러분이 다스리는 나라를 발전시켜서 승리하는 겁니다. 그런데 보통 게임에서 ‘승리’라고 하면 적을 쳐부수는 폭력적인 방법만을 생각하기 마련인데요, 요 문명 4에서는 무려 6가지의 방법을 통해 승리할 수 있습니다.

Conquest: 모든 적국을 멸망시켰을 경우
Domination: 전 세계 인구 및 땅덩이를 일정 비율 이상 확보했을 경우
Cultural: 전설적인(legendary) 수준의 문화를 생산하는 도시를 3개 가지고 있을 경우
Space Race: 우주 개척을 위한 우주선을 만들어서 가장 먼저 알파 센터우리에 도달하는 경우
Diplomatic: UN 사무총장으로 선출되는 경우
Time: 2050년에 도달했을 때 총점이 가장 높은 경우

...벌써 뭔가 좀 복잡해 보이죠? 그러나 이렇게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는 것은 게임을 여러 번 반복해서 플레이해도 쉽게 질리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또 승리 조건이 6개이지만 하나의 승리 조건에 도달하기 위한 전략은 무한정 존재한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다양한 방법을 통해 승리(혹은 패배 -_-)할 수 있지요.



요로코롬 경쟁 상황이 그래프로 잘 나타납니다.
단, 적국을 상대로 첩보 활동을 충분히 하지 않으면 정보가 안 나올 수도 있어요.

게임의 시작은 그럭저럭 간단해 보이는데요, 먼저 국가와 리더를 골라야 합니다. 각 나라의 리더들은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 한국의 왕건은 방어에 능하고 재정에 집중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지요. 특정 국가만 만들 수 있는 유닛이나 건물이 있습니다. 그 다음 게임이 시작되면 물과 언덕, 숲이 적당히 있는 괜찮은 땅에 첫 도시를 짓고 각종 유닛과 건물을 지어나가면서 기술을 개발하면 됩니다. 문명의 기술들은 스타크래프트 등에서 이야기하는 테크 트리처럼 다소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는데요, 그 명칭은 친숙할지 몰라도 특정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먼저 개발해야 하는 기술, 그리고 그 특정 기술을 개발한 후 만들 수 있는 유닛이나 건물, 그리고 그 기술로 인해 쓸모 없게 되어버리는(obsolete) 기술 등 제대로 문명 4를 하려면 공부해야 할 내용이 꽤 많습니다. 물론 이처럼 배워야 할 요소들이 많은 만큼 게임 내에 <F12>를 누르면 탁 튀어나오는 Civilopedia라는 사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요거이 바로 문명의 백과사전입니다.
공부해서 남 안 주니 열심히 찾아보시길.

여기까지 읽어보신 분들은 ‘음... 문명도 다른 전략 게임하고 다른 게 별로 없군’하고 생각하실 지 모르겠군요. 근데 문명 3부터 ‘문화’라는 아주 재미난 개념이 도입되었습니다. 왜 그 세계사 공부를 하다 보면 한 나라가 다른 선진 문화를 가진 나라의 영향을 많이 받았네 하는 내용이 나오죠? 이처럼 문명 4에서의 문화란 한 도시 안에 있는 인구, 건물, 위인(Great Person), 종교 등으로부터 생성되는 문화의 생산량을 수치화한 겁니다. 각 도시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경계(border, 즉 범위)는 그 도시의 인구와 문화에 의해 결정되고요, 만일 제 도시의 문화 수치가 굉장히 높은데 다른 나라에서 바로 근처에 도시를 건설했을 경우 상대방 도시가 저희 국가로 편입되어 버리는 상황도 생길 수 있습니다. 물론 반대로 이처럼 우리 도시를 상대방 국가에 뺏기는 것도 가능하고요.



음표가 바로 문화가 생산되는 것을 나타냅니다.
극장, 콜로세움, 사원 등이 세워지면 문화 생산량이 증가되지요.

아무튼 문명 4는 문화의 개념 말고도 위인(예언가, 상인, 장군, 예술가 등), 자원, 종교, 지형, 외교, 불가사의(Great Wonder) 등 알아야 할 내용이 무척 많은 게임입니다만 처음 하시는 분들은 제가 그랬듯이 테크 트리 메뉴를 열어서 적당히 쎈 공격용 유닛(maceman이나 infantry 등)을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을 찍으셔서 관련 기술들만 쭉 개발함과 동시에 도시들을 추가로 지어서 국경을 확장하는 전략을 펼치셔도 됩니다. 사실 보통 난이도에서 제가 비교적 손쉽게 Domination으로 승리했던 방법도 바로 이것이었거든요.



미국의 조지 워싱턴 장군으로 세계를 거의 정복하다시피 한 게임이었습니다.
난이도는 쉬운 편인 Warlord였네요.

이런 식으로 군사적인 성공 전략을 좀 시도해 보고 쉽게 이기는 수준이 되었다면 큰 맵으로 바꾸거나 난이도 등의 조건을 바꿔서 또 즐기고... 싸움만 하는 것이 싫다면 좀 어렵긴 해도 종교+문화 콤보로 이기거나 UN 사무총장이 되어서 외교적인 승리를 노려보는 것도 좋지요. 만일 이 게임이 너무 쉽게 느껴지는 천재 게이머가 있다면 난이도를 왕창 높이고 도시를 딱 1곳만 지을 수 있는 옵션인 One City Challenge를 켜서 진행을 해 보는 것도 좋겠군요. (제가 이렇게 해 봤는데 정말 어렵습니다. 하아~)



오토만 제국의 메흐멧 2세가 절 째려보는군요.
돈을 빌린 다음 안 갚았나...?

사실 문명 4가 단시간 내에 적응하기 쉬운 게임은 아닙니다. 모든 텍스트가 영문이라 해석하는 것이 좀 괴로울 수도 있고요. (찾아 보니 한글 패치도 있네요. 참고하세요.) 그러나 저처럼 여러 가지 게임을 해 봤지만 다 비슷비슷해서 흥미를 잃어버리신 분이나 단순히 때려부수는 전략 게임에 싫증을 느끼신 분이라면 분명히 엄청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이 훌륭한 게임을 여러분들께 강추!합니다. 발매된 지가 좀 된 게임이라 하드웨어 요구 사양도 별로 높지 않아요. ^^

재미: ★★★★★
Replay value: ★★★★★ (게임을 몇 번이고 다시 해도 질리지 않는 정도)
그래픽: ★★★★☆
조작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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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kernar
    2008.07.25 18:33 신고

    문명 4 재밌게 하고 있는 유저입니다.

    마지막 스샷의 소개에 오기가 있어서 덧글 답니다.

    오토만 제국의 메흐멧 2세가 아니라 메메드2세가 맞습니다. 비잔티움제국을 멸망시킨 술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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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8.07.25 20:13 신고

    문명하느라 한 학기를 말아먹은적이 있어서, 감히 손대기 힘든 게임이네요..확실히 재미있긴 한데 뒷감당이 안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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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이의있습ㄴ디ㅏ
    2010.09.04 20:24 신고

    게임에 대한 이해가 풍부하신건 사실이나, 정확한 사실을 전달해주셔야져

    여름에 게임했더니 계절이 바뀌어있다? 아닙니다 여름에 게임하고 정신차리면 여름입니다.
    일년을 플레이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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