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짬을 내어 COEX에서 열린 '월드 IT 쇼(WIS) 2008'에 다녀왔습니다.

이 행사는 세계적인 전시회 통폐합 추세에 맞춰 그간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해온 SEK와 KIS를 합치고, 때마침 한국에서 열린 OECD 장관 회의와도 일정을 맞춤으로써 전시 집중도와 대내외적인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애쓴 모습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비록 여전히 대기업의 대형 부스에만 관심이 집중됐고, 평일(화~금요일)로만 일정이 잡혀 더 많은 관객의 참여가 어려웠다는 아쉬움이 있으나, 전시회 자체는 주춤했던 최근의 대형 전시회들에 비해 전체적으로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했습니다.

내년 행사에는 퍼블릭 데이를 주말에 편성하고, 주목 받을만한 아이템을 가진 중소 업체를 최대한 유치해 90년 대의 SEK처럼 조그만 부스 하나하나마다 발길이 닿는 알찬 모습이었으면 하고 생각했습니다. 올해는 퇴장로를 중소 업체 부스쪽으로 통과할 수 밖에 없도록 강제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쪽엔 관심 가질만한 아이템이 없어서 관객들의 짜증만 유발한 면이 있었습니다.


▲ WIS 2008 행사장 입구에서 바라본 전경

각설하고. 이번 전시회 덕분에 인터넷으로 정보만 접했던 몇 가지 신제품을 직접 만져볼 수 있었습니다. 그 중 하나가 LG 전자'시크릿(Secret)' 폰입니다.

'시크릿' 폰은 어느새 세계 시장에 1,500만대 이상을 팔아치운 '초콜릿' 폰과 지금도 꾸준히 월 수십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고 있는 '샤인' 폰의 뒤를 잇는 LG 전자 '블랙라벨' 시리즈 세 번째 제품입니다. '초콜릿' 폰으로 재미를 본 LG 전자가 주력으로 밀고 있는 블랙라벨 시리즈의 최신작인데다, 지난 4월 이미 유럽 시장에 출시되어 호평받고 있는 제품이라 국내 출시 소식만으로 많은 사람들이 크게 기대해온 폰이죠. 물론 부디 기능 삭제 없이 들어왔으면 하는 우려 섞인 바람과 함께.

또한 삼성전자 역시 해외에서 먼저 출시되어 호평받고 있는 'SOUL' 폰을 최근 국내 출시 했기 때문에, LG '시크릿' 폰은 아직 출시 전임에도 'SOUL'과 서로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며 동반 인기몰이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 LG 전자 부스 전경

▲ LG전자 블랙라벨 시리즈 3탄 - '시크릿'
HSDPA, 2.4" QVGA, 500만 화소, 터치스크린/패드 혼용, 멀티태스킹, 축 센서

'시크릿' 폰의 특징은 일단 소재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전면 터치 스크린은 강화 유리를 사용해 자동차 키로 세게 두드려도 흠집이 나지 않습니다. 사진에서 보이듯 지문이 잘 묻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별도의 보호 필름을 붙이지 않아도 늘 새 것 같은 LCD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큰 매력입니다.

또 후면에는 고급 승용차와 명품 악세서리에 주로 사용되어 온 '탄소 섬유'를 사용해 고급스러움과 강한 이미지를 살리고 있습니다. 검정색과 소재가 주는 강인한 느낌 탓도 있겠지만, 실제 '시크릿' 폰은 크기에 비해 다소 무거운 편(116g)입니다.


'시크릿' 폰의 또 다른 큰 특징으로는 터치스크린과 전통적인 버튼 방식의 키패드를 동시에 채택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통화, 종료, 다이얼, 확인, 취소 등 전화기로서의 기본적인 기능들은 모두 하드키를 사용하도록 만들고, 부가 기능이나 터치 모드에서만 터치 스크린을 사용하도록 처리했습니다. 의도하지 않은 터치로 작업하던 내용을 날리거나 초기화면으로 돌아오는 등의 경험을 해봤다면 주요 키를 왜 이렇게 구성했는지 공감할 겁니다.

특히 전면 하단의 동그란 파장 무늬는 본체의 진동과 함께 터치되었음을 시각적으로 표현해 주는데, 'SOUL' 처럼 패턴이 바뀌진 않지만 '시크릿' 폰의 느낌을 살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다만 가운데 확인키가 하드키로 박혀 있는 까닭에 가벼운 터치와 하드키를 누르는 행동이 섞여야 해서 처음에는 사용자에게 다소 혼란을 주는 면이 있습니다. 물론 익숙해지면, 앞서 이야기한대로 의도하지 않게 확인이나 취소키가 터치되는 일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작용하리라 봅니다.


다이얼 패드는 최근 유행하던 통짜 패드를 사용하지 않고, 버튼간의 경계를 뚜렷하게 나눠 놓은 모습입니다. 일반적으로 가로줄에만 경계를 둔 통짜 패드는 다이얼을 구성하는데 용이하고 시각적으로도 매끈한 모습을 주지만, 사용자가 촉각으로 버튼을 찾아 누르는데는 어려움을 줍니다. 마치 키보드의 'F'와 'J' 키에 작은 돌기가 존재하듯, 버튼 사이에는 어느 정도의 경계가 있는 것이 원하는 버튼을 촉각만으로 빨리 인지하고 누르는데 도움을 주죠.


▲ 순서대로 DMB 안테나, 볼륨, 터치 모드 전환, 멀티태스킹, 카메라 버튼


▲ 18핀 멀티 I/O, 충전 단자

좌우 측면에는 최근 추세와 달리 다양한 버튼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이 중 DMB 안테나 소켓은 유럽에 출시된 '시크릿' 폰과의 가장 큰 차이점인데, 한국판 '시크릿' 폰은 유럽판에서 블루투스를 빼고 뒷면 카메라 모듈의 디자인을 약간 수정하면서 DMB 모듈을 탑재했습니다. 때문에 유럽판 사양대로 기능 삭제 없이 출시되기를 고대했던 사용자들은 DMB 모듈을 넣지 않더라도 블루투스와 후면 디자인을 그대로 유지하는 편이 나았을 것이라는 의견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애니콜 'SOUL' 역시 마찬가지여서, DMB를 넣으며 외장 메모리 슬롯과 B&O 스피커 등 일부 기능이 삭제돼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모든 소비자의 입맛을 맞출 수는 없겠지만, 특징적인 기능을 제거하면서까지 DMB 탑재를 강행하는 게 옳은 판단인지는 재고의 여지가 있어 보입니다.


▲ 유럽판 '시크릿' 폰 사진
국내판은 블루투스 기능이 빠지고 후면 디자인이 바뀐 대신 DMB 모듈이 추가됨

이 밖의 부가 기능들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 전면 터치 버튼에 비중 있게 들어간 캘린더


▲ 통합 검색 방식을 사용하는 연락처


▲ 우측면의 터치 모드 전환 버튼으로 진입할 수 있는 무빙 터치 모드

▲ 이미지 뷰어. 터치 모드에서는 상단 스크린도 모두 터치를 인식


▲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다이얼 이미지


▲ 축 센서를 이용한 게임. 휴대폰을 기울여 구멍에 공을 넣는 방식

▲ 텍스트 뷰어

개인적으로 터치 모드는 굳이 이렇게 무거운 형태로 측면에 하드키까지 둬 가며 구성하느니, 그냥 가볍게 기존 방식대로 만드는게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폰 UI 전체가 자연스럽게 터치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별도 모드에 들어와서 써야하고, 그닥 신선하지도 않다니 정말 이도저도 아닌 모습이죠.


▲ 전시중인 단말로는 무선 인터넷을 사용해볼 수 없었으나, WAP 위주의 구성이었음

'시크릿' 폰은 7월께 이통 3사 모두 출시될 예정입니다. 통신사에 따라 무선 인터넷 지원에도 저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풀 브라우저는 탑재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 터치를 사용하긴 했으나, 최근 유행처럼 스마트폰의 경계를 넘보는 컨셉이 아니라 전통적인 휴대폰 컨셉에 기능과 디자인(특히 소재)을 최대한 끌어 올린 느낌입니다.

흔히 애니콜을 튼튼하고 기능 많은 휴대폰으로 규정하고, CYON은 상대적으로 디자인이 우수하지만 내구성이 약하다고 평가하곤 합니다. 하지만 '시크릿' 폰이라면 이런 일반적인 평가를 뒤집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블루투스가 삭제되지 않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말이죠.

장점
강하고 고급스러운 소재와 디자인
DMB, 500만 화소 카메라 등 다양한 기능
경계가 뚜렷한 다이얼 패드

단점
블루투스 삭제
창의적이지 않은 터치 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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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6.23 14:12 신고

    ㅋㅋㅋ 어디서 많이 본 다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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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ㅇㅇ
    2008.06.24 18:43 신고

    어디서많이 본 다이얼 - ㅋㅋ 이거 아이폰꺼 배낀듯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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