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로 맥 빠질 뻔한 축구경기

작성자 :  ma-keaton 2007.07.23 00:03
오늘(7월22일)은 우리나라 축구경기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난적 이란과 승부차기까지 갔습니다.
저는 서울에 한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습니다.
저는 집에서 HDTV로 축구를 보고 있었습니다.


자, 여러분들께서는 제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짐작하시겠습니까?

저는 오늘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 HDTV가 갖고 있는 특성을 아주 잘 살려주는 경험을 했습니다. 댁에서 HDTV(또는 디지털방송)을 보고 계신 분이라면 제가 어떤 얘기를 하려고 하는지 잘 아시리라 생각됩니다.

축구에서 승부차기는 0.1초 사이에 희비가 엇갈리는 피를 말리는 과정입니다. 축구를 비교적 오랜 시간 봐온 제겐 언제나 손과 어금니를 꽉 깨물고 봐야 하는 장면들이었죠. 헌데 디지털방송으로 보고 있자니 승부차기를 보는 긴장감이 완전히 무력화가 되는 것입니다.

오늘 경기를 보신 분은 아실 것입니다. 이란이 자랑하는 최고의 미드필더이자 이란 대표팀의 주장인 마다비키아가 두 번째 승부차기 키커로 나왔고 우리나라의 수문장 이운재는 훌륭하게 마다비키아의 페널티킥을 막아냅니다.

헌데 디지털방송은 아날로그 방송에 1~2초 정도 딜레이(지연시간)가 있습니다. 일반 방송을 볼 때는 이게 별반 작용을 안 하는데 이목이 집중된 축구경기에선 크게 영향을 끼치더군요.

이란의 마다비키아가 공을 향해 달려 들어가는 순간!

저는 침을 삼키며 화면을 보고 있는데 밀집된 아파트환경에서는 아날로그 방송을 보고 있던 이웃 주민들은 환호성을 지릅니다. 그래서 저는 마다비키아가 공을 차는 것을 보기 전에 이미 이운재 골키퍼가 선방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런 과정이 두어 번 반복이 됩니다. 우리나라 선수가 공을 차기 전에 이미 이웃집의 함성소리로 골이 들어갔다는 걸 알게 되고 이란 선수가 공을 차기 전에 이미 막았다는 걸 알게 되니 도대체가 축구를 보고 있다는 기분이 안 들더군요. 무슨 타임머신 소설도 아니고 말이죠.

그래서 승부차기 도중에 아날로그 방송으로 입력을 전환해버렸습니다. 화질은 안 좋아지더라도 이웃 주민들과 함께 동시에 스릴과 기쁨을 맛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디지털TV는 방송국에서 전파를 송출할 때 인코딩을 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가정에서 이를 전송받아 다시 화면신호로 변환하려면 디코딩을 하는 과정이 추가가 됩니다. 이게 실시간으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므로 아날로그 공중파에 비해 디지털 공중파는 항상 1~2초 정도의 지연이 생기는 것이고, 이런 특징이 가장 잘 나타나는 게 오늘과 같은 0.1초에 승패가 갈리는 스포츠경기였다는 생각입니다.

행여 댁에 장만하신 디지털TV가 늦게 나온다고 해서 불만을 가지신 적은 없으신가요? 현존하는 디지털TV는 모두 그렇게 지연과정이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평소에는 디지털 HD방송의 세밀한 화질에 만족하고 보셨던 분들이라면 찰나의 시간이 감동을 좌우하는 스포츠 방송에는 아날로그로 시청하는 여유를 가지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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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라이브
    2007.07.23 11:50 신고

    2012년인가..2010년대부터는 전부 디지털로 바뀐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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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a-keaton
      2007.07.23 12:46 신고

      예, 디지털로 바뀌는 과도기라 그런 것 같습니다. 모두 다 디지털 방송으로 스포츠를 시청하면 저런 촌극은 없을테지요.
      하지만 가끔은 회전스위치로 탁탁 돌리던 아날로그 구형TV가 그리워질 것만 같군요. ^_^
      답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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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7.07.23 12:50 신고

    IPTV같은것도 버퍼링 비슷한게 있어서 채널돌리는 맛이 많이 떨어지더라구요. 모름지기 TV는 막 돌려가며 자기가 보고 싶은거 봐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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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a-keaton
      2007.07.23 13:33 신고

      예, IPTV나 DMB 모두 그런 지연현상이 있는 거 잘 알고 계시죠? 짧다면 짧은 지연시간이지만 뭐 볼까~ 하고 채널 돌리다보면 참 갑갑하게 느껴질 때가 많죠.
      답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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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07.07.23 15:11 신고

    제가 느낀것과 같은 것을 느끼셨군요;;;
    저도 아파트에 살다보니 종종 겪습니다. 얼마전 독일 월드컵 때는 더 했구요;
    화질이 좋은건 인정하겠는데.. 채널 전환시 발생하는 딜레이나 영상 전송이 아나로그보다 늦은건 좀 고쳐줬으면 좋겠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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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a-keaton
      2007.07.23 15:57 신고

      ^^; 저와 같은 경험을 하셨다니 반갑군요. 전 독일월드컵 때는 심야라 잠을 잤었는데 그때가 더 심했겠네요. 만일 그때도 16강 올라가서 승부차기 경기 있었다면...
      내년 베이징 올림픽 때도 그렇고 당분간은 결정적 순간엔 아날로그로 전환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답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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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07.07.24 10:19 신고

    조금씩 늦어지는 현상은 아직까지 불가피한듯 합니다.. 디지털 TV로 모두 바뀐다면 확실히 나아지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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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a-keaton
      2007.07.24 11:28 신고

      예, 어쩔 수 없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지연시간이죠. 모두 다 지연방식을 사용하면 괜찮은데 아직까진 지연없는 아날로그 방식을 더 많이 쓰기 때문에 디지털 TV 사용자는 이런 경우 손해(?)를 보게 되네요. ^^;
      답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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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여비대디
    2007.08.24 13:19 신고

    저는 스카이라이프로 보면서 똑같은 경험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멍청하게도 승부차기가 거의 끝날때까지도 그 사실을 알아채지 못하고, 옆집 사람들이 모여서 뭘 하길래 저리 시끄러울까.. 하는 생각만 하고 있었더랬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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