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라면 이렇게, HTC Touch Diamond

작성자 :  DJ_ 2008.05.27 11:41

애플 아이폰이 촉발시킨 휴대폰에서의 터치 인터페이스 열풍이 국내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LG '프라다폰'은 국내에서 꾸준한 인기를 얻으며 15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고, 삼성 '햅틱' 역시 출시 한 달여만에 10만대가 팔려나가는 등 선전하고 있습니다. 이들 제품의 출고가가 70만원 이상인 것을 감안하면 제조사와 이통사가 꾸준히 만들어내는 시장의 트랜드라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소비자를 움직이게 만드니까요.

다만 국산 터치폰의 선전 한편에는 씁쓸한 면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외산 단말을 접할 기회가 희박한 폐쇄적인 환경에서 바로 그렇게 누군가가 만들어낸 이미지에 소비자들만 현혹 당하고 있는 것 같은 인상 때문입니다. 특히 여전히 절대적인 전지현, 김태희... 아니 TV 광고를 통해서 말이죠.

물론 감압형 터치스크린과 진동, 가속도 센서, DMB 튜너 등을 조합해 만들어낸 국산 단말기는 기술적으로 높은 완성도를 띄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위에서 동작하는 어플리케이션들이 여전히 이전 세대에 머물러 있거나 아이폰과 같은 성공사례를 모방한 모습에 그쳐있다는 점입니다.

모두가 위젯이니 풀브라우징이니 떠들지만, 실제로 '햅틱'이나 '아르고' 등 국산 최신폰에서 동작하는 어플리케이션의 모습은 터치 인터페이스를 그저 포인팅 수단으로 '사용'할 뿐, 이미 아이폰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전혀 혁신적이지 않습니다. 아이폰으로 사진을 찍을 때 화면이 셔터처럼 닫혔다 열리는 효과라든지, 특정 항목을 삭제할 때 휴지통으로 접혀 들어가는 등 적절한 애니메이션에 재미를 느끼고 반응했던 사용자들은 단순히 위젯을 바탕화면에 꺼내놓고 위치를 조정할 수 있다거나 사진첩을 기울여 흐르게 하는 등의 기술 데모 같은 밋밋한 효과에 냉랭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아! 바탕화면에 뭔가를 꺼내놓는 다는 것도 한국에서는 큰 변화긴 하죠.


▲ 전지현의 뒤를 이어 최근 시작된 애니콜의 '햅틱모션' 마케팅
제품이 어떻든, 광고만 놓고보면 정말 잘 포장해 내고 있다

당연히 모든 단말이 아이폰만큼 혁신적일 수는 없으니 기대 수준을 조금 낮추어봐도, 만지면 반응한다던 터치폰의 반응은 조금 화려한 어플리케이션을 구동할 수록 더뎌져 실망감을 안깁니다. TV 광고에서 보여지는 이미지들만 놓고보면 굉장히 매끄럽고 손맛까지 안겨주는 듯한 인상을 주지만, 실상은 브라우저(그것도 웹뷰어)에서 좌우 이동을 위해 인내심을 가지고 드래깅을 해야하고, 모서리를 클릭하기 위해 정교하게 스타일러스 펜을 조작해야 하는 등 갑갑합니다. 페이지의 확대/축소는 하드 키나 메뉴를 통해야 하니 더 말할 것도 없죠.

애초에 비교 대상이 없고 최초의 시도라면 이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이지만, 이미 그게 아닌 상황에서 이 정도 기기에 PC 한 대 값을 지불하기에는 너무 비쌉니다. 물론 싫으면 안 사면 그만이지만, 아이폰을 만져본 입장에서 저 돈을 주고 이 정도에 열광해야 한다는 게 안타까운 건 어쩔 수 없네요. 게다가 앞서 말했듯 가히 사기에 가까운 TV 광고와 최근의 칭찬일색 블로그 마케팅은 정말 보기가 편치 않고요.


▲ HTC Touch Diamond (2008. 6 유럽/홍콩 등 출시예정)
WCDMA/GSM, 2.8" VGA, 300만 화소, 4GB 내장 메모리, 오페라 브라우저, 블루투스, WiFi 지원

이런 상황에서 얼마 전 출시 행사를 가졌던 대만 HTC(하이테크 컴퓨터)의 '터치 다이아몬드'는 "그래, 터치폰이라면 이 정도는 돼야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기본적인 하드웨어 사양과 디자인도 훌륭하지만, 특히 MSM7201과 내장된 Q3D 가속을 이용해 구현한 'TouchFLO 3D' UI는 제품 디자인과 어울리는 깔끔한 뷰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아래 동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매끄러운 사용성까지 제공합니다. 기기에 탑재된 OS가 MS 윈도우 모바일 6.1 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MS의 자취는 느껴지지 않죠. 국내 제조사들도 이런식으로 윈도우 모바일이나 심비안 환경 위에 자체적인 3D UI 플랫폼을 구현하려고 애쓰는 중으로 압니다만 결과물은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 HTC Touch Diamond Overview


▲ HTC TouchFLO 3D Demo


▲ HTC Launch Event in London

'아르마니', '프라다' 등 기존의 명품 이미지에 얹혀가는 전략도 분명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는 훌륭한 전략입니다. '햅틱'과 '터치'를 대중에게 교육시켜낸 국내 광고도 대단하고요.

하지만 그래도 세계에서 손꼽히는 휴대폰 제조사를 둘 씩이나 가지고 있는 나라에서 현재 수준의 터치폰에 그럴싸한 광고를 발라 사용자들에게 '혁신'이라고 소개하는 건 조금 아니지 싶네요. HTC 터치 다이아몬드를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들고요. 해외에서는 터치 다이아몬드를 드디어 '아이폰'의 진정한 라이벌이 등장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터치 다이아몬드가 시장에 풀리는 6월 중 애플도 3G 아이폰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내에도 조만간 3G 아이폰이나 블랙베리, 그리고 HTC 스마트폰들이 들어온다는 소식들이 있습니다. 앞으로 이들 단말과 본격적으로 경쟁하려면 단말 기획, 출시 때 이통사 주도로 공공연히 이뤄지던 각종 제한이나 기능 삭제를 지금부터라도 지양하고, 특화 기능이나 서비스를 부각시키는 등 더 근본적인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지 싶습니다.

그러려면 제조사, 이통사, 포털 등 각각이 서로 더 잘하는 영역에 대한 인정과 (진짜) 협력이 필요하겠죠.

[LINK]
HTC 터치 다이아몬드 소개 페이지
HTC 터치 다이아몬드 스팩
TouchFLO 3D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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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5.28 11:14 신고

    HTC의 UI가 정말 아름답긴하지만...
    터치를 내세우고 있는 폰 아래쪽의 커다란 버튼들은...
    조금 불필요하게 보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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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키마이라
    2008.05.28 15:29 신고

    국내 통신사나 폰제조사들이 국가의 보호를 받고 있어서 너무 안이하게 국내 시장을 생각한다는게 문제인듯 합니다.
    국내시장은 그냥 기본으로 가는 시장으로밖엔 생각 안하지요..
    폰에 위피라는 이상한 기준 만들어 놔서 해외폰들 수입에 제동을 걸으니 국내 생산업체들은 외국의 좋은폰들 신경 안써도 되버립니다. 자연히 국내에 저급 제품들 출시해도 문제가 안되지요..
    통신사들 또한 폰들을 통신사에 등록해야 하는 이상한 제도로 인하여 외국의 폰들을 맘데로 사용하지 못하게 되고, 또한 제조사들을 압박해서 말도 안돼는 저급(스펙다운등) 제품을 광고이미지로 포장해서 내놓지요..
    이런 제도를 없애버리고 자유경쟁으로 돌입한다면 외국과 동일한 스펙의 좋은 제품들 생산하느라 바빠질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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