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미국 시간으로 4월 28일에 AMD가 기업용 PC 솔루션인 ‘비즈니스 클래스’를 발표했다는 것은 이미 여러 언론을 통해 알려져 있습니다. 기업용 제품이니 사실 스마트개짓을 방문하는 분들에게 굳이 관심을 끌만한 물건은 아니며, 이런 기업 전용 솔루션은 인텔에서 이미 ‘vPro’라는 이름으로 내놓은 바 있으니 조금은 식상합니다.

하지만 인텔과 AMD가 다른 점이 있다면 AMD는 기업용 PC 전용 CPU를 따로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인텔 vPro는 일반적인 CPU와 메인보드를 따로 인증한 것에 불과하지만, AMD 비즈니스 클래스는 AMD ‘B’ 시리즈 CPU를 써야 한다는 조건이 붙습니다. 갑자기 AMD CPU 라인업에 등장한 AMD B 시리즈 CPU, 이것의 정체는 무엇이며 이 CPU를 왜 만들었는지 한 번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결론은 꽤 시시합니다.


이번에 발표한 AMD 비즈니스 클래스는 AMD B 시리즈 CPU와 AMD 780V 칩셋 메인보드를 묶은 것입니다. 자사 칩셋 CPU와 기업용 메인보드 칩셋을 묶은 것이야 인텔이 원조인 만큼 AMD라고 해서 새로울 것은 없습니다. 다만 AMD는 일반용 CPU가 아닌 모델명에 ‘B’가 붙는 CPU를 써야 비즈니스 클래스로서 인증하는 것이 다릅니다.

AMD가 발표한 B 시리즈 CPU는 이렇습니다.
보급형 싱글코어: 애슬론 1640B
일반용 듀얼코어: 애슬론 X2 4450B/5000B/5200B/5400B
고급형 트리플/쿼드코어: 페넘 X3 8600B, 페넘 X4 9600B
기업용 전용 CPU라고 하면 뭔가 기업에서 많이 쓸만한 특별한 기술을 더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인텔 vPro는 기업용 유지보수 및 네트워크 기술을 핵심 기술로서 홍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AMD B 시리즈 CPU는 일반 시중에서 팔리는 AMD CPU와 다를 것이 전혀 없습니다.

애슬론 1640B는 이미 팔리고 있는 애슬론 LE-1640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듀얼코어와 쿼드코어 모델 역시 캐시 메모리 용량의 변화가 있거나 작동 속도가 달라지는 등 눈에 띄는 변화를 하나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심지어 TDP 등 전력 소비량 변화도 없습니다. A/S 기간 역시 박스 모델을 기준으로 생산일로부터 3년을 보장하는 만큼 달라질 것이 없습니다.

보통 기업용 제품이라고 하면 가격을 저렴하게 하고자 몇 가지 기능을 빼고 전력 소비량을 낮춰 유지비를 줄인 모델 아니면 오히려 기능을 더 강화 특수 모델을 생각하기 쉽습니다만, AMD B 시리즈는 일반 사용자용 제품과 제원 및 유지비 등 다를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적어도 CPU 자체만을 따지면 전혀 새로울 것이 없어 왜 CPU 정보를 계속 기억해야 하는 사람 머리만 아프게 하는지 AMD에 따져 묻고 싶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AMD가 정말 아무것도 다를 것이 없는 CPU를 내놓은 것일까요? 그랬다면 당장 ‘멍석말이’를 당해도 모자랄 정도입니다만, 다른 점이 딱 하나 있습니다. 이는 제원 등 CPU 자체의 뭔가의 변화가 아닌 AMD의 정책의 변화입니다. 보통 CPU와 달리 비즈니스 클래스에 들어가는 CPU는 ‘출시 후 24개월 동안 단종하지 않는다’는 정책을 갖고 있습니다.

2년 동안 CPU 단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뭐가 그리 자랑이길래 저렇게 다른 모델까지 만들었는가 하고 묻는다면 ‘기업에게는 가치가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회사 내의 PC를 같은 모델로 일괄 관리하며, 유지 보수에 신경을 써야 하는 기업에게 쉽게 단종하지 않는 CPU와 메인보드는 적지 않은 매력이 있습니다.

요즘 같이 기술 변화가 빠를 때에는 CPU의 유통 수명은 짧으면 1년을 넘기지 못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최근에 우리나라 시장에서 사실상 단종이 된 인텔 코어2 듀오 E4500같은 CPU는 2007년 7월에 나와 단 10개월 만에 단종되었습니다. 현재 인텔의 메인스트림 CPU는 1학년도 전부 채우지 못한 새내기들입니다. 그나마 한참 대체 모델이 나오지 못한 코어2 쿼드 Q6600같은 모델이 1년 6개월 가까이 시장에서 버티고 있으나 이 모델 역이 여름이면 시장에서 사실상 단종될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에서 동일한 CPU를 구하지 못하게 되면 기업의 PC 유지보수에는 빨간 불이 켜집니다. 메인보드가 지원을 한다면 상위 모델 CPU를 꽂으면 되기야 하겠지만, 다른 PC와 동일한 PC가 아니게 되는 만큼 일괄적인 통합 관리가 어렵게 되고 자산 관리 면에서도 그리 좋은 것은 아닙니다. 그것이 조립 PC가 아닌 대기업 PC라면 더 큰 문제가 되는데, CPU의 단종으로서 PC의 모델이 완전히 바뀌게 되면 새 PC를 들이는 것도 새로 전략을 짜야 하는 상황에 빠지게 됩니다.

완전히 같은 PC를 꾸며 중앙에서 쉽게 관리하고 쉽게 기술 지원도 받을 수 있는 PC는 PC 관리부서와 회계부서의 공통된 꿈입니다. 그만큼 유지보수와 PC라는 기업 자산의 관리가 쉬워져 효율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PC 제조사처럼 세 달에 한 번 PC 제품군이 싹 바뀌는 것을 이런 기업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AMD가 비즈니스 클래스는 기술적인 차별화(마케팅 요소 포함) 대신 CPU 및 칩셋 제조사가 어느 날 갑자기 핵심 부품을 단종하는 불확실성을 없애 ‘믿고 쓸 수 있다’는 신뢰를 기업에게 안겨줍니다. 물론 이 점은 어디까지나 AMD의 정책으로서, 이 부품을 받아 PC를 만드는 회사에 따라서 PC 자체의 유통 기한은 이 보다 짧아집니다. 예를 들어 HP가 만든 비즈니스 클래스 PC는 출시 후 1년 내외의 기간만 유통을 보장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훨씬 PC의 유지보수 및 교체 시기에 대한 예측이 쉬워져 대량의 PC를 관리해야 하는 중견 이상의 기업 및 공공기관에서는 환영할만한 요소를 담고 있습니다.

반드시 최신 기술을 갖추고 무조건 뛰어난 성능을 갖춘 부품만을 소비자가 찾는 것은 아닙니다. PC와 부품의 사후 지원에 대한 보장과 예측 가능한 수급 능력을 더 따지는 시장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CPU 등 핵심 부품과 PC 자체의 유통 시기를 예상할 수 있는 것은 기업이 바라보는 PC의 신뢰성을 높여주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단순히 안정성이 좋은 PC만 신뢰성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비즈니스 클래스는 보통 사람의 생각과 다른 시장을 다른 생각으로 접근한 좋은 예가 될 것입니다. 이것이 진정한 '비즈니스 프렌들리'한 것이 아닐까요? 비자금을 아무리 만들어도 용서해주는 것이 비즈니스 프렌들리는 아니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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