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LG텔레콤에서 "모바일 인터넷을 개방하고 정보이용료를 받지 않겠다"는 선언을 했다는 기사가 일간지에 등장한 적이 있습니다.

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LG텔레콤은 무선 인터넷 접속 버튼을 누르면 바로 LG텔레콤의 무선 인터넷 포털인 ez-i가 아니라 네이버, 한겨레신문 등의 일반 웹사이트에 바로 접속할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이 서비스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 정액제도 함께 내놓겠다고 합니다.

언뜻 보면 SK텔레콤이나 KTF와 비교해서 LG텔레콤이 굉장히 양심적이고 유저 친화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선언하는 듯한 느낌이 들지요?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보통 풀 브라우징은 핸드폰 등으로 일반 웹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기능을 말합니다. 그런데 좀 황당한 사실은 이미 SK텔레콤에서 출시한 핸드폰에도 이런 풀 브라우징 기능을 내장한 것들이 몇 모델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이 두 회사는 LG텔레콤이 밝힌 것처럼 아예 무선 인터넷 접속 버튼을 누르면 바로 웹사이트에 접속하는 것과 같은 진짜 개방형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진 않습니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런 풀 브라우징 서비스는 아예 사용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에 장족의 발전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만... 전체적인 웹 서비스의 수준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뒤떨어진 일본에서는 이미 4년 전부터 2위 사업자인 au KDDI가 풀 브라우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1년 뒤에는 풀 브라우징을 하면서도 정액제의 혜택을 볼 수 있도록 가입자들을 배려하는 서비스를 제공했죠.



현재 SK텔레콤의 3G 핸드폰인 SCH-W270을 사용 중인데요.
NATE 버튼을 누르면 바로 네이버 주요 뉴스를 볼 수 있도록 설정해 두었습니다.

그렇다면 LG텔레콤이 주장하는 모바일 인터넷 개방+정보이용료 무료 서비스가 진정한 첫 풀 브라우징 서비스일까요? 일단 핸드폰으로 풀 브라우징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선결 조건이 필요합니다.

1. 풀 브라우저 내장
2. 풀 브라우징 전용의 저렴한 데이터 요금제
3. 무선 인터넷 실행 버튼을 누르면 바로 풀 브라우저가 실행됨
4. 풀 브라우저 실행 시 첫 페이지의 자유로운 설정 + 자유로운 사이트 이동


일단 LG텔레콤에서 제공할 예정인 풀 브라우저 서비스는 아직 정확히는 몰라도 1~4의 조건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이미 SK텔레콤에서도 풀 브라우저를 내장한 폰을 출시한 바 있지요. (KTF는 5월 출시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SK텔레콤에서도 1과 4는 만족하고 있다고 봐야 하겠군요.

그런데 정보이용료가 무료라는 부분에는 동의를 하기가 어렵군요. 우리가 PC로 메가패스나 하나포스 등의 초고속 인터넷을 사용해서 인터넷에 접속할 때 뉴스나 날씨 등을 보면 정보이용료를 지불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핸드폰으로 무선 인터넷에 접속하면 정보이용료를 내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는 듯한 이야기가 나올까요?

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 지금까지 우리나라 이동통신회사들이 과연 어떤 요금 정책과 생각을 가지고 지금 여기까지 왔는지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겠군요.

1. 초기
- 일단 사람들이 잘 모르니 대충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요금을 비싸게 받자.
- 어쭈? 요금 비싸게 받는다고 뭐라고 하네? 하지만 어쩌겠어? 쓰려면 내야지. 정부도 가만히 있는데.
- 별로 볼 게 없다고? 뭐 어차피 최대 수익은 음성 통화에서 나잖아. 근데 우리가 뭐하러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강화하지?
- 무선 인터넷 수익은 내야 하니 그냥 기사 1개당 한 30원에서 50원, 많으면 100원 정도 받아버리자구.
- 우리가 제공하는 전용 사이트 말고 다른 이동통신회사에서 제공하는 무선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하고 싶다고? 기술적으로도 어렵고 사업적으로도 풀 게 너무 많아. 그건 정말 WIPI 도입해도 안 된다구.
- 아예 망을 개방하라고? 웹처럼? 그건 안돼. 일단 최대한 버티자. 기술 상 불가능하다고 둘러대자구.

이제 일본 등지의 풀 브라우징 서비스와 비슷한 개방형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조금씩 커지기 시작하고... 무선 인터넷 요금이 370만 원이 나와 자살한 중학생 때문에 핸드폰 요금이 다시금 사회 문제화 됩니다.

2. 중기
- 헉... 무선 인터넷 요금 때문에 기업 이미지 나빠진다. 일단 데이터 정액제 실시하자. 실시!
- 그리고 정보이용료를 기사 1개당 받거나 하는 건 좀 너무한 거 같으니 간단한 기사 같은 콘텐트는 대충 무료화 하자구.
- 으어... 망 개방하라고들 정말 시끄럽구만. 그래. 일단 뒷문만 살짝 열어두긴 하자. 하지만 우리 전용 무선 인터넷 서비스보다 더 좋은 게 나오면 안돼!
- 자꾸 웹 포털에서 우리 무선 인터넷 브라우저용으로 콘텐트 만든답시고 기술 자료를 요청하네. 우리껀데 왜 공개해야 하지? 걍 알아서 하시든지~ 우리 기술이고 우리 자산이야~ 불만 있으면 이동통신사업 하든지~
- 어 근데... 데이터 매출이 자꾸 줄어드네? 왜 이러지? 그렇다고 문자 메시지 요금을 올릴 수도 없고... 추가 수익 모델을 찾아야 하는데 어쩌지?

이제 살짝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위험할 것 같은 느낌이 들죠?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요금 인하에 대한 압박과 함께 진정한 개방형 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커집니다. 전 세계적인 트렌드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고 사용자들의 인식이 점점 깨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죠.

3. 현재
- 얼레? 다른 회사에서 다 풀 브라우징 서비스 한다고 하네? 우리도 해!
- 근데 그냥 웹사이트 접속하게 내버려두면 우리 전용 무선 인터넷 서비스 죽는 거 아냐?
- 풀 브라우저를 개발하긴 했는데 ActiveX 같은 부가 기능은 어떻게 지원해야 하지? 플래시는 지원이 대충 되지만 전자상거래나 결재용 모듈은?

사실 무선 인터넷은 지금도 그렇게 사용하기 편한 서비스가 아닙니다. 유럽이나 미국에서 초기에 무선 인터넷 서비스가 시작되었을 때엔 핸드폰으로 인터넷을 하는 것보다 그냥 거리에서 신문을 사서 보는 게 빠르고 저렴하다는 자조 섞인 이야기가 많이 있었습니다만...



이렇게 핸드폰으로 간편하게 네이버 뉴스를 볼 수 있습니다.
지불하는 요금은 데이터 정액제뿐이지만 왠지 서비스가 더 풍성했으면 좋겠네요.

무선 인터넷과 풀 브라우징에 관심이 많은 저로서는 솔직히 기다리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물론 위에서 설명한 모든 조건을 다 만족하는 제품과 서비스가 나온다고 해도 핸드폰의 작은 화면으로 거대한 웹사이트를 제대로 활용하긴 쉽지 않겠죠. 그리고 핸드폰의 성능, 입출력 장치의 제한, 네트워크의 속도 등 여러 문제도 있고요.

사실 웹 포털이나 기업들이 핸드폰에 맞는 웹사이트를 따로 만들거나 아니면 어떤 기기에서도 쓸 수 있도록 웹 표준에 근거한 웹사이트를 만들어야 핸드폰 등 여러 디바이스를 통해서 진정한 웹을 누릴 수 있을텐데... 실제로 이렇게 호환성 좋은 웹사이트를 만들자는 움직임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사용자의 편의나 전체 모바일 인터넷 시장의 성장보다는 당장 눈 앞의 이익에 급급한 이동통신회사들 때문에 그런 목소리는 그다지 힘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결론: 지금까지의 무선 인터넷 서비스는 정말 암울한 수준이었고 그 미래 역시 별로 밝은 편은 아닙니다. 처음부터 이동통신회사들이 정보이용료 등 자잘한 수익에 집착하지 않고 저렴한 데이터 정액제에 가입하는 유저들을 늘렸다면, 그리고 자신들이 제공하는 핸드폰을 통해 누구든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망뿐만 아니라 콘텐트 제작 규격까지 전부 오픈했다면 이런 우울한 상황을 겪지 않아도 되었겠죠.

그렇기 때문에 4월 초부터 시작될 LG텔레콤의 풀 브라우징 서비스는 사용자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비록 그 시기가 너무 늦었고 완전히 새로운 서비스라고 보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좀 있다고 해도 말이죠. 그리고 어서 빨리 1위, 2위 이동통신회사들도 뭔가 좀 바뀐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습니다. 계속 변명하고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는 척만 하기에는 사용자들이 너무 지쳐 있거든요. 지금 30% 이상 요금을 내릴 여력이 있다는 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리는데 굳이 그렇게 안 하겠다면 비싼 요금에 걸맞는 서비스라도 제공해야 하지 않을까요?

postscript) 한꺼번에 많은 내용을 설명하느라 글이 좀 길어졌습니다. 혹시 무선 인터넷 서비스와 관련해서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다면 댓글을 달아주세요. 그리고 이 글이나 이 글도 함께 읽어보시면 좋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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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미키맨틀
    2008.03.22 23:45 신고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엘지는 3위라서 시도할 수 있는 것이겠죠. 잃을 게 없으니까-_-;
    아마 업계1위인 s사는 걍 복지부동할 것이라는데 10원 걸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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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오징 엉 엉~~
    2008.03.26 15:36 신고

    엘지티가 하는데..잘 되겠어..
    따라하는 것도 제대로 못하는데..
    내세울게 없으니까..
    이미 다 있는 서비스를 포장만 요란하게 흐드는거지 .. 불쌍 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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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mobiler
    2009.03.25 17:07 신고

    포스팅 잘 읽었습니다. 요즘 모바일 관련해서 수익모델을 생각하던터라 많은 참고가 되었습니다. 사용자편에 서는것이 이익의 편에 서는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물론 현실은 그 반대가 많이 이뤄지고 잇지만... 기회는 위기에서 온다고 하듯 LG가 이왕 버릴것없이 시작하는거면 장대하게 발돋움했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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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10.07.05 12:59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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