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3, 60GB 모델이여 안녕~~~

작성자 :  dolf 2007.07.18 14:55

지금 일본에서는 '플레이스테이션3 프리미어 2007' 행사가 열리며 어떻게든 PS3를 띄우려 애쓰는 모습이지만(이건 다음에 기회가 되면 간단히 요약토록 하겠습니다.) 미국에서는 말도 많고 탈도 많던 PS3의 한 모델이 단종의 비운을 맞게 되었습니다. PS3에 불타던 분들이라면 착찹한 기분이 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599$ 가격에 새롭게 선보이는 PS3 80GB 모델 출시와 함께 499$로 값을 내린 60GB 모델은 추가 생산을 중단할 것으로 보입니다. 새롭게 선보이는 80GB PS3는 지금까지 북미 지역에 팔리던 60GB 모델과 다른 부분이 있는데, PS2 게임 호환용 EE+GS 프로세서를 제거한 뒤 하드디스크 용량을 늘린 것입니다. 6월 16일에 우리나라에서 발매한 모델과 100% 동일한 제품입니다. 80GB 모델은 지금까지는 유럽과 우리나라에서만 나왔지만 이제 북미지역에도 선보이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이 모델의 일본 시장 출시는 예정이 잡혀 있지 않은데, 60GB 제품의 재고 문제도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새로 시장에 들어가는 80GB 모델의 변화는 하드디스크 용량의 증가와 EE+GS의 제거입니다. 그렇지만 이 가운데 하드디스크 용량이 늘어나는 것은 그리 큰 의미가 없습니다. 리테일 모델을 기준으로 추정해도 60GB에서 80GB로 바꾸는 데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은 5$ 내외입니다. 기술 발전에 따라서 하드디스크 가격이 내려갔으니 바꾼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입니다.

오히려 이 보다는 EE+GS가 빠졌다는 의미가 더욱 중요합니다. 이는 셀(Cell) 프로세서가 PS2의 에뮬레이션을 완벽하게 할 수 있을 정도로 호환성이 좋아졌다는 의미보다는 EE+GS를 넣는 데 들어가는 비용 부담이 크게 느껴졌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SCE)는 어느 정도 PS2 호환성을 포기하더라도 원가에 부담을 주는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셈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PS3용 게임 타이틀이 그리 많지 않으며, 앞으로도 많이 나와준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이런 결정은 모험 성향이 강합니다. 적어도 SCE가 이런 생각을 갖지 않았다면 섣불리 나올 수 없는 계산입니다.

'북미 시장에서 PS3의 신규 고객의 상당수는 이미 PS2를 갖고 있어 호환성을 따질 필요가 없을 것'
'Xbox 360과 마찬가지로 게임 호환성은 포기하더라도 새로운 게임의 퀄리티와 가격으로 승부하는 것이 유리'


필자처럼 PS2 게임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 PS3를 사게 된다면 EE+GS를 뺀 것이 그리 달가운 소식으로 들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PS2 게이머를 PS3로 새롭게 유치한다는 단기 전략이 부족한 PS3 게임 타이틀과 높은 콘솔 가격으로 사실상 실패했다는 결론이 나온 이상 적지 않은 부담을 주는 EE+GS를 유지할 이유는 사라집니다. '호환성 때문에 떠날 사람은 떠나라' 하며 싼 값으로 사람들을 유혹하는 것이 한 명이라도 더 PS3를 살 수 있게 하는 방법이 더 현실적인 방법임엔 분명합니다. 어차피 '빠돌이'로서 분류될 수 있는 자칭 마니아들은 아무리 PS3의 게임 호환성이 최악이라도 알아서 사줄테니 이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일 필요는 없지요.

지금까지 80GB 모델 출시와 그 배경에 대해 잠시 써봤으니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60GB 모델의 생산 중단(단종)이 된다고 해서 당장 시장에서 이 제품이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 이유는 너무나 단순한데 '창고에 60GB 모델이 너무나 많이 쌓여 있다'는 문제입니다. 현재 알려진 북미 시장의 PS3 재고는 최대 300만대 수준인데, 지금 당장 PS3가 날개 돋친듯이 팔려도 올해 내내 팔아야 하는 수량입니다.

너무나 많은 공수표 남발로 '구라까기'라는 비아냥까지 들은 쿠다라기 켄 전 SCE CEO의 전략적인 판단 실수는 한두가지가 아니겠지만, 가장 큰 실수는 '비싸도 사줄 것'이라는 소리입니다. 확실히 블루레이 플레이어로서는 싼 가격이지만 블루레이 타이틀이 얼마 되지도 않는데다 풀 HD급 디스플레이를 갖춘 소비자가 적은 상황에서 게임 이외의 부가 기능에 집착해 '싸다'고 생각한 것은 북미 시장의 참패를 불러왔습니다. 사실 '텃밭'인 일본 시장에서도 결코 성공했다고 말할 수 없는 수준인데, 게임의 질적인 면에서, 가격적인 면에서 닌텐도 Wii에 졌습니다. 일본의 애국심(?) 하나 덕분에 Xbox 360에게 이기긴 했지만 애국심 때문이지 질적으로 승리한 것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하드디스크 용량을 120GB로 늘리고 HDMI 포트를 기본으로 한 Xbox 360의 마이너 업그레이드 모델, Xbox 360 Elite도 60GB PS3보다 싼 가격을 형성하고 있어 생산 단가가 저렴한 신모델 투입은 필수 요건이지만 너무나 많은 60GB 모델의 재고는 언제나 골치거리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똑같이 재고가 넘쳐나지만 일본 시장과 미국 시장의 반응은 전혀 다른데 애국심에 호소할 수 있고(빌 게이츠와 스티브 발머가 '퓨전'을 해도 Xbox 360을 절대 성공시킬 수 없는 독보적인 시장) 여전히 호환성에 집착할 수 밖에 없는 일본 시장은 '케세라세라' 식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이와 딜리 가격에 민감하고 전 세계 시장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미국 시장에서는 손해를 보더라도 재고를 빠르게 처분하고 중장기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도록 만들었습니다.

더 이상 캔버스에 달콤한 그림을 그릴 수 없게 된 새로운 빵집주인(?) 하라이 카즈오 SCE CEO의 전략인 '게임기 사업의 정공법'이 얼마나 성공할지 그 첫 번째 시험대가 새로운 PS3의 투입과 전 세계 가격 전략 재편이 될 것입니다. MS가 제품 불량율에 골머리를 썩히고 있는 이 때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게임 개발사들을 다독인다면 좋은 반격의 기회가 되겠지만 기회를 놓친다면 PS3는 '소니의 또 하나의 몰락 신화'의 신호탄이 될 위험성도 없지 않습니다. PS3 60GB 모델이 제대로 재고 처리가 되지 않고, 엉뚱하게 소비자들이 80GB 모델의 값이 떨어질 때 까지 감나무 앞에서 입을 벌리게 된다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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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rnoface
    2007.07.18 16:44 신고

    소니는 블루레이 포맷의 영향력을 키우려고 BD 플레이를 싸게 팔고 싶어도 PS3 가격보다 낮게 팔 수는 없다는 딜레머를 가지고 있죠. 그렇다고 PS3가 잘 팔리는 것도 아니고... '경쟁사보다 뛰어난 수퍼 하드웨어로 시장을 장악한다'는 단순 무식한 전략은 PS2 시절에 끝났다고 봅니다. 사실 장사를 잘 하는 건 닌텐도죠. 왠만한 개발사가 아니라면 그쪽 ecosystem에 들어갈 경우 닌텐도만 돈을 벌게 된다는 문제가 있긴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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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7.07.18 17:55 신고

    '경쟁사보다 뛰어난 수퍼 하드웨어로 시장을 장악한다'는 XBOX 출시 프로모션에 MS가 잘 쓰던 말인 것 같은데요 ㅎㅎ

    오히려 소니는 그 때도 '이거 사면 DVD 플레이어 안 사도 된다' 혹은 '파판 X 할 수 있다'란 얘길 했었죠. BD 플레이어를 탑재하고 같은 논리를 펴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이른 감이 있어 이미 충분히 비난받고 있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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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dolf
    2007.07.18 18:33 신고

    닌텐도도 게임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오히려 '장기적인 퇴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인터페이스적인 부분에서는 기술적으로도 상당한 발전을 이룬 부분은 있지만, 지나치게 축소지향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도 문제라면 문제입니다. 기술 개발에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움직이다간 아이디어가 고갈나는 시점이 닥치면 닌텐도는 또 한번 혹독한 칼바람을 맞을 위험이 있습니다. 과거와는 달리 이번에는 피보는 곳이 조금 더 많겠습니다만.

    P.S: PS3의 싸구려 BD 플레이어 전략은 어차피 BD가 자리잡지 못한 상황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PS2 시절만 해도 DVD가 Video CD의 후계자로 확실히 자리를 잡은 상황이었지만 PS3는 공인된 후계자로 도장을 받지 못했을 뿐더러, Video CD에서 DVD로 이전했을 때 보다 화질 차이를 확실히 느낄 수 있는 인프라 구축도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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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mrnoface
    2007.07.18 23:33 신고

    수퍼 하드웨어를 통한 시장 장악은 예로부터 소니의 모토나 다름이 없었죠. 엑스박스는 사실 MS의 제품이니만큼 DirectX의 지원 등 PS2/3에 비해 신비감(?)이 적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문제는...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비슷한 것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수퍼 하드웨어니 다른 사람들에게 없는 기술이니 하는 것들을 찾아내서 제품에 적용하고 남들보다 먼저 출시하는 일이 불가능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부품이나 핵심 단위 기술이 아니라 일반 유저를 위한 제품일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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