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빌형기업이 만든 윈도우 운영체제를 쓰고 있을 것입니다. 물론 저도 이 글을 윈도우에서 쓰고 있으며, 스마트개짓 서버도 윈도우 서버 운영체제를 씁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의 컴퓨터 생활은 이렇게 빌형기업에 지배를 받고 있습니다.

빌형기업 윈도우는 소스 코드를 일반인 또는 일반 개발자에게 공개하지 않는 폐쇄형 소프트웨어입니다. 그런 만큼 그 안이 어떻게 생겼는지 아는 사람은 매우 적으며, 윈도우 안에 뭔가 사람을 감시하는 기능이 없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도 없습니다. 이런 윈도우와 달리 모든 소스를 공개하고 여러 사람이 개발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오픈 소스(Open Source) 소프트웨어도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널리 퍼지고 있습니다. 비 윈도우 운영체제의 선봉장(?)인 리눅스(Linux)도 대표적인 오픈 소스 프로그램입니다.

하지만 오픈 소스 운영체제가 굳이 리눅스처럼 윈도우와 전혀 다른 모습/기능이어야 한다는 법은 예수/석가모니/알라 누구도 정한 바 없습니다. 윈도우의 기능을 흉내내는(?) 호환 운영체제도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런 윈도우 호환 운영체제의 대표 모델이 리액트OS(ReactOS)입니다.


리액트OS 프로젝트는 윈도우 XP 수준의 Win32 API 호환 운영체제를 만드는 것입니다. 윈도우 XP의 호환 운영체제가 아닌 윈도우 XP용 Win32 API 호환 운영체제라는 말이 중요한데, 윈도우용 프로그램은 실행할 수 있으나, 윈도우 그 자체를 베껴 만든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리액트OS는 린스파이어같은 '윈도우 에뮬레이션을 잘 하는' 리눅스도 아닙니다. 리액트OS 개발진은 리눅스 및 리눅스의 윈도우 에뮬레이터인 Wine의 한계를 벗어나고자 리액트OS 개발을 시작했으며, 그 목표는 결코 '윈도우 프로그램이 잘 실행되는 리눅스'는 아닙니다. 처음 모델은 Wine을 조금 잘 쓴 리눅스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리눅스와 윈도우의 중간 모델에 가깝게 바뀌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리액트OS가 윈도우의 소스 코드를 빌려와 만든 '짝퉁'인 것도 아닙니다. 이렇게 하면 오픈 소스를 위협하는 특허 문제를 피해갈 수 없기 때문에 Win32 API 호환 기능을 무에서 만들어 냅니다. 오픈 소스 운영체제 개발자들이 항상 머리 속에 기억하는 말이 '유출된 상용 운영체제의 소스 코드를 아예 쳐다보지 말라'입니다. 소스 코드를 보면 그것을 오픈 소스 운영체제에 그대로 반영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말 그대로 '맨 땅에 헤딩(?)'하며 만들어낸 운영체제인 만큼 윈도우 마니아 입장에서 리액트OS는 참으로 허술하기 그지 없습니다. 메뉴로 빼낸 기능조차 구현되어 있는 것이 그리 많지 않으며, 윈도우용 프로그램조차 단순한 것도 제대로 실행이 되지 않는 경우가 너무나 많습니다. 윈도우 XP 수준의 Win32 API 호환성을 100으로 했을 때 리액트OS의 호환성은 아직 50도 되지 못합니다. 최종 호환성 목표를 윈도우 XP의 70% 정도로 잡고 있으니 완전한 윈도우 XP 대체를 목표로 하는 사람이라면 실망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리액트OS의 가치는 '엉성한 윈도우 XP 짝퉁'에 그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오픈 소스 운영체제는 리눅스처럼 유닉스 시스템을 벤치마킹해 서버 기능을 중심으로 발전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리눅스와 BSD 진영 등 비 윈도우 운영체제의 발전은 매우 눈부시며, 일부 기술은 윈도우를 뛰어 넘었습니다. 그렇지만 윈도우에 익숙한 사람들 입장에서는 너무나 다른 리눅스의 GUI 시스템은 쉽게 익숙해지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리눅스가 어려운 것이 아닌 '익숙하지 않음' 때문인데, 리액트OS는 이러한 윈도우 시스템의 익숙함을 가장 적극적으로 받아 들인 오픈 소스 운영체제입니다. 단순히 모양 말고도 윈도우용 프로그램을 그대로 가져와 실행할 수 있게 한 만큼 윈도우 사용자가 훨씬 쉽게 오픈 소스 진영으로 넘어올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일부 리눅스 원칙론자들은 리액트OS가 윈도우 종속을 더욱 굳게 하여 오픈 소스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며 비판을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시도는 계속 되어야 할 것입니다.

미국 시간으로 1월 22일에 발표한 리액트OS 0.3.4는 커널(NTOSKRNL.exe)을 수정하여 윈도우 서버 2003 및 윈도우 XP 프로페셔널 x64 에디션 전용 프로그램 호환성을 높이고, 인텔/AMD 프로세서의 멀티미디어 명령어인 SSE/SSE2를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SSE 전용 프로그램을 아예 쓸 수 없었던 이전 버전과 달리 멀티미디어 관련 프로그램 호환성 개선 효과가 있습니다. 그밖에 여러 동적 링크 라이브러리(DLL)을 최신 버전으로 바꿔 프로그램 호환성 및 인터페이스 신뢰성을 높였습니다.

아직 커널 호환성이 50%도 되지 못하는 운영체제를 믿고 윈도우를 버리는 것은 그야말로 '머리에 총 맞은' 일이 되겠지만, 오픈 소스 운영체제가 윈도우 사용자의 입맛을 어떻게 맞춰가고 있는지 살펴보기엔 충분한 완성도를 갖고 있습니다. 만일 PC에 직접 설치해볼 용기가 없는 사람이라면 CD로 부팅해 운영체제를 맛볼 수 있는 '라이브CD(LiveCD)'를 먼저 써 보는 것도 좋습니다. 직접 설치해 볼 '흰 쥐'가 있는 사용자라면 30MB짜리 설치 이미지를 다운로드할 수 있습니다.

리액트OS 0.3.4 설치 CD 이미지 다운로드

리액트OS 0.3.4 라이브 CD 이미지 다운로드

아래 부분은 리액트OS 0.3.4의 몇 가지 화면입니다.


어디에서 많이 본 윈도우 NT 4.0식 설치 메뉴?


역시 어디에서 많이 본 부트 로더


좀 더러운(?) 윈도우 2000이라고 해도 믿을 사람이 적지 않을 정도로 비슷하다


WinRAR을 비롯해 적지 않은 윈도우용 소프트웨어를 실행한다


다국어 입출력 메뉴는 있으나 아직 작동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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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1.24 21:09 신고

    오. 이런 종류의 OS도 있군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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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olf
      2008.01.25 09:40 신고

      남는 PC가 있다면 한 번 시험해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여기서는 링크를 걸지 않았지만 VMWare용 이미지 파일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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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8.01.24 22:56 신고

    ReactOS가 윈도우와 매우 흡사하다는 말은 들었는데, 심지어 설치 화면까지 동일하다니... 상당히 놀랍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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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olf
      2008.01.25 09:39 신고

      설치 화면은 윈도우 NT 4.0이나 윈도우 3.1 설치 화면과 비슷합니다. OS 자체 인터페이스는 윈도우 2000에 가깝습니다. 그러니 윈도우에 익숙하면 의외로 설치하기 쉽고 배울것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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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08.01.25 00:54 신고

    Lindows도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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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olf
      2008.01.25 09:40 신고

      그래서 위에서 린스파이어(Lindows는 빌형기업과의 이름 소송 끝에 포기하고 저걸로 바꿨죠)를 예로 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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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08.02.14 14:10 신고

    전 ReactOS의 한국어 번역자입니다. 제가 참여하는 프로젝트가 이런 글로 쓰여지니 기분이 새롭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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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c
    2008.11.09 00:23 신고

    짝퉁 OS라도 좋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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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2009.01.29 12:52 신고

    음 PC사랑에서도 얼마전에 봤었는데 거기에는 XP 고전테마처럼 윈도에 더 가깝더군요.

    심지어 블루스크린뜨고 설정조금만져도 뜨고 언어 한글로바꿔도 뜬다는 리액트OS의 전설의 블루스크린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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