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물건을 정해진 규격 그대로 쓰면 왠지 손해보는 느낌, 남과 똑같아 싫은 느낌이 들지 않나요? 남 보다 조금이라도 잘나길 바라는 사회 분위기와 꾸준히 '남과 다름'을 강조하는 언론들 덕분(?)에 우리나라에서 이런 기분이 한 번도 들지 않은 분이 오히려 드물 정도입니다. 물론 필자도 가끔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이런 분위기가 '튠업(Tune-Up)'을 부추기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컴퓨터나 IT 관련 분야에서는 정해진 규격을 그대로 쓰지 않고 속도를 올리거나 내용을 고쳐 쓰는 '오버클러킹', '개조'에 관심을 갖습니다. 관심을 갖는 것이야 사람으로서 당연한 습성이겠지만, 이런 것을 아무런 지식 없이 마구 도전하고 시도하려는 사람들이 주변에 적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패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개성이라는 이름의 몰개성'이 IT쪽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그렇게 기기 개조나 오버클러킹을 누구나 마구 쉽게 할 수 있는 것일까요? 도대체 이런 것을 하면 문제가 전혀 없을까요? 사실 정답은 'No'입니다만 여기에 'Yes'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에 답답할 때가 적지 않습니다. 오늘은 이런 분위기에 대해 좀 쓴소리를 해보고자 합니다.


오버클러킹이나 IT 기기 개조는 사실 어제 오늘 이야기는 아닙니다. 우리나라에 PC가 그리 널리 퍼지지 않았을 때 부터, 게임기나 PDA를 갖기만 해도 '마니아' 소리를 듣던 때 부터 이런 일은 적지 않은 논의와 논란을 겪어 왔습니다. 오랫동안 이런 개짓 세계에 몸을 담은 분이라면 지겹기도 할만한 주제입니다. 하지만 과거보다 지금이 더 걱정스러운 이유는 '무식하면 용감하다' 라고 해야 할 정도로 초보자들이 마구 이런 개조와 오버클러킹을 시도하며 실패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나라 컴퓨터 분야에 널리 퍼진 위험한 키워드를 꼽자면 '국민오버''뿔닥'이라는 말을 먼저 들 수 있습니다. 정상 속도의 40~50% 수준의 오버클러킹을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는 '국민오버'와 이런 것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뿔닥'이라는 소리를 듣는 수 많은 CPU, 메모리, 그래픽카드가 넘쳐납니다. 대기업 PC만 구매하다 처음으로 조립 PC를 산 중학생이 정상 속도보다 50% 더 빠른 속도를 내는 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고 그 조건에 어긋나면 거리의 개똥 취급을 하는 모습은 너무나 흔한 모습입니다.

국내 최대의 하드웨어 커뮤니티라고 자랑하는 P모 사이트를 비롯해 사용자들이 모이는 곳이라면 오버클러킹을 찬양(?)하고 '나는 얼마까지 올렸다' 하는 기록 싸움을 하는 글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곳에서 오버클러킹의 문제점을 제대로 짚어주는 글, 오버클러킹을 하다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하는 방법을 정리한 글을 본 적이 있습니까? 거의 없습니다. 오버클러킹을 찬양하는 글은 넘쳐나고 그에 대해 제동을 거는 글은 없으니 우리나라는 '오버클러킹 공화국'으로 갈 수 밖에요.

초보자들이 생각하는 오버클러킹이란 것은 너무나 단순합니다.
'BIOS에서 시스템 클럭 속도 좀 올려주고 안되면 전압좀 올려주고 부팅되면 Prime95나 3DMark 좀 돌려서 다운이 안되면 OK'

(그래픽카드는 전용 프로그램 돌려 속도 높여주고 BIOS 업데이트하고 3DMark 돌려 다운이 안되면 OK)
요즘 나오는 메인보드는 오버클러킹 기능이 쉽게 되어 있어 전문가라 할지라도 방법은 크게 다른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전문가와 초보자가 다른 점은 크게 세 가지라고 필자는 보고 있습니다.

- 오버클러킹에 문제가 생겼을 때 스스로 책임지겠다는 마음가짐
- 오버클러킹을 했을 때 생길 수 있는 문제에 대한 자각
- 오버클러킹으로 인한 문제가 생겼을 때 그것을 해결하거나 줄일 수 있는 지식/경험
전문가는 오버클러킹을 해도 이 세 가지에 대해 알고 있으며, 초보자는 오버클러킹의 달콤한 과실은 알아도 그 과정의 쓰라림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차이가 정작 문제가 생겼을 때 커다란 차이를 가져옵니다.


기본적으로 CPU와 그래픽 프로세서같은 반도체는 정해진 속도를 기준으로 그 보다 속도와 전압이 낮아질수록 조금씩 전력 소비량과 발열이 감소합니다. 반대로 그 속도와 전압이 높아질수록 폭발적으로 전기를 많이 쓰고 뜨거워집니다. 그래프를 그려보면 좌측으로 갈수록 완만하게 내려가고 우측으로 갈수록 급격하게 올라가는 형태가 됩니다. 그냥 작동 속도를 올려도 전력 소비량이 그 이상으로 오르는데, 전압까지 올려버리면 그 정도는 감당이 되지 않을 정도가 됩니다. 전원공급장치에 부담을 주고 유지비가 많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 뜨거운 CPU를 식힌다고 쿨러까지 비싼 것을 쓰면 때로는 빠른 CPU를 사는 것이 더 나을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오버클러킹을 하면 전력 소비량이 그 이상으로 늘어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알고 있더라도 비슷하거나 오히려 고속 CPU보다 더 적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CPU는 화면만 뜬다고 만사 OK인 단순한 부품이 아닙니다. 인텔이나 AMD가 그 보다 속도를 높이지 못해서 오버클러킹할 수 있는 속도보다 낮은 작동 속도를 고정하겠습니까? 그 속도까지만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으며, 그 이상은 오류가 있을 수 있기에 오버클러킹 폭보다 낮은 속도를 정규 속도로 고정하는 것입니다. 오버클러킹은 크건 적건 오류를 일으킬 수 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전문가라 할지라도 오류를 줄이거나 오류가 생겼을 때 대처하는 지식만 있을 뿐 오류 자체를 아예 없애는 재주는 없습니다. 폴 오텔리니(인텔 CEO), 헥터 루이즈(AMD CEO), 웬치첸(VIA CEO)을 한 자리에 모아 놓는다 해도 오류가 없을거라고 단정할 수 있는 오버클러킹을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덤으로 빌형(?)과 잡스형(?)도 불러올까요? 아마 그런 '미션 임파서블'한 자리는 처음부터 오려 하지 않겠죠.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점을 알고 있기에 오버클러킹을 할 때 훨씬 신중을 기하며 결코 무리하지 않습니다. 오버클러킹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지식이 있으며 그런 부품을 쓰고 있음에도 표준 상태 그대로 쓰는 경우도 흔합니다. 이 세상에 완전무결한 오버클러킹은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으니까요.

CPU나 그래픽카드같은 PC 부품이 아니더라도 뭔가 손을 댈 수 있는 IT 기기의 수정/해킹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가장 흔한 것이 불법복제 또는 다른 용도로 쓰기 위한 게임기의 개조, PDA의 속도 오버클러킹 및 ROM 해킹, 그밖에 PMP 및 MP3 플레이어의 펌웨어 해킹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PC가 구조가 더 복잡하니까 다른 장치의 해킹이나 개조는 좀 쉬울거라 믿으시는 분 계신가요? 그렇다면 냉장고에서 시원한 물 한 잔 드시고 글을 읽어 주세요. 오히려 이런 장치의 개조가 어 어렵고 더 위험합니다. PC는 구성은 복잡해도 표준 규격이 있어 그나마 낫지만, 다른 IT 기기는 장치마다 개조 방법이 천차만별입니다. PC처럼 BIOS 숫자 고치기로 끝나는 일도 없습니다. 장치를 뜯어내 납땜을 하거나 다른 장치와 연결하는 경우도 흔하며, 그렇지 않더라도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 원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실패하면 BIOS 리셋같이 쉽게 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기 커뮤니티, PDA 커뮤니티에는 이런 기계를 개조하는 방법을 문의하는 초보자들의 글이 넘쳐납니다. 설명 몇 줄만 읽으면 될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용자도 많지만 이런 분들이 가장 무섭습니다. 경고를 무시하고 개조에 도전했다 회복할 수 없는 문제를 일으킨 뒤 남 탓을 하는 사람들도 이런 사람들이니까요. PSP 게임기 같은 경우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개조 방법이 있다보니 정확한 지식 없이 개조에 도전하다 기기를 고장내는 사람이 많고, 그것을 서비스센터에 들고 가는 경우가 너무나 많았습니다. 결국 A/S를 담당하는 소니코리아는 대놓고 'PSP를 개조하다 고장낸 사람은 지나가는 똥개도 그렇게 다루지 않을 정도의 대접을 하겠다(?)'고 공지까지 했습니다.

표준 상태 그대로 쓰는 것은 결코 손해를 보는 일이 아닙니다. 자동차 튜닝 마니아들 사이의 오래된 명언 가운데 '튜닝의 종착점은 순정'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느 한 곳에만 손을 보는 튜닝은 결국 다른 쪽의 문제를 불러 일으키고, 그런 조정을 반복하다보면 결국 지쳐서 표준 상태로 되돌아온다는 뜻입니다. 엉성한 튜닝/개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상태가 안정적이며 성능도 잘 나온다는 뜻도 품고 있습니다.

오버클러킹이나 개조/해킹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장은 좋을지 몰라도 결국 문제를 몇 번 맞다보면 처음 그 상태가 그리워지게 됩니다. 나중에 후회를 하고 싶지 않다면 있는 그대로의 상태를 사랑해주세요. 절대 그런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면 모든 책임과 문제가 본인에게 있음을 마음속으로 납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개조를 하려는 사람의 기본 마음 자세입니다. 오버클러킹과 개조도 알아야 하며, 자세와 지식이 갖춰지지 않은 사람에게 오버클러킹을 권하는 것은 남을 암흑의 구렁텅이에 밀어넣는 일입니다. 아는 것은 힘이지만 너무나 적당히 아는 것은 오히려 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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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1.12 20:49 신고

    솔직히. 펜3 1기가 쯤 부터, 오버할 이유가 없어져서, 그냥 쓰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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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8.01.13 03:41 신고

    저는 데스크탑이든 노트북이든 뭐든 간에 '주작업용'이 되는 순간 매우 빡세게(?) 사용하므로 뭐든지 순정(?) 부품에 노오버로 갑니다. 저번에 바이오스 업데이트한다고 한번 잘못 건드렸다가 한 달 동안 메인보드 AS 보내고 괴로웠던 기억이..-_-;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고도 하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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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08.01.14 00:40 신고

    우헝 구구절절 동감의 말들입니다
    다들 오버오버 하는데, 컴퓨터 조립한지 10년이 됐지만 저는 절대 오버 하지 않고 쓴답니다. 만들어진대로 쓰지 않고 무리를 시키면 절대로 뭔가 문제가 생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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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08.01.14 13:45 신고

    오버 하겠다고 하는 넘들이 보이면 한마디 씩 꼭해주는 말이 있답니다

    너 10분에 한끼 먹는거
    5분에 1.5끼 먹어 볼래?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ㅎ 속이다 시원한 글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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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음.
    2008.01.14 14:08 신고

    어짜피 오버클럭킹을 하지도 못하지만...

    과연 해야 할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요샌 고사양 게임이나 3D업체들이 사용에 필요한것은 얼마나 많은 화면의 처리와 빠른이동속도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어짜피 클럭의 개념은 듀얼코어가 나온이후로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약간의 오버는 확실히 성능의 상승이 있지만 그 이상의 오버는 오히려 기기들의 부담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어찌보면 수치를 따지는 한국이기에 생길수밖에 없는 현상일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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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2008.01.15 13:17 신고

    더욱 문제시 되어야 하는 것은 OC 버전이니 무슨 버전이니 하면서 오버클러킹이 용이한 개체를 따로 고가에 판매하는 하드웨어 제조사들의 경향과 그러한 제품을 선호하는 작금의 세태가 아닐까요? 메인보드와 그래픽카드에서 그러한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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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2008.01.16 18:52 신고

    옳은 지적입니다. 저는 책임 못 질 걸 알기에.. 오버나 개조같은 길로는 눈 돌리지 않는 사용자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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