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명 '켄츠필드(Kentsfield)'로 불리는 x86 최초의 쿼드코어 프로세서, 코어2 익스트림/쿼드(이후 코어2 쿼드로 통일해 표기)가 선보인 지 3분기 정도가 지났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것은 하나지만 그 내부에는 4개의 CPU 코어가 들어 있는 코어2 쿼드는 고성능 서버 수준의 프로세서 성능을 내세워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7월 말에 코어2 쿼드의 값이 더욱 떨어질 예정인 만큼 그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코어2 쿼드는 현존하는 유일의 쿼드코어 x86 프로세서로서 점차 시장에서 자리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왜 쿼드코어를 써야 하나', '내게 쿼드코어가 진짜 옳은 선택일까' 하는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을 제시한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코어2 쿼드가 좀 살만한 가격이 되었으니 한 번 사볼까 하는 분들이라면 지금의 코어2 쿼드 가격이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지, 진짜 쿼드코어가 좋은 것인지 한 번 살펴보고 최종 구매를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 코어2 쿼드의 가격 딜레마(?)

인터넷 쇼핑몰 아이클럽에 따르면 코어2 쿼드의 보급형 모델인 Q6600의 판매량은 상위 10위권에 드는 정도는 아닙니다. 하지만 조금씩 순위를 올려 7월 통계에서는 10위권 턱밑까지 올라올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렇다 해도 1위 제품의 판매량이 비해 1/6 수준에 불과한 정도인 만큼 시장에서 '불티나게 팔린다' 수준의 인기는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봐도 좋습니다.

사실 코어2 쿼드가 꾸준히(?) 판매 순위를 높이고 있는 이유는 그 가격 '덕분'입니다. 반대로 이 CPU가 당분간(?) 절대 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릴 수 없는 이유도 그 가격 '때문'입니다. 코어2 쿼드의 최근 3개월간 가격 동향을 보면 이해할 수 있는데, 5월까지만 해도 코어2 쿼드의 박스 제품은 40만원 정도의 값에 팔렸습니다. 하지만 지금(7월 중순)에는 그 가격이 28만원선까지 떨어져 '사려고 마음 먹으면 못 살' 정도는 아니게 되었습니다. 7월 말에 인텔이 코어2 쿼드의 가격을 인하할 예정이긴 하지만 CPU 가격 인하분의 상당수가 이미 시장에 반영된 상태입니다. 실제 8월이 되어도 25만원 전후 밑으로는 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미 가격이 저렴해졌으니 시장의 파이가 커지지 않을 이유가 없는 셈입니다.

문제는 20만원대 중후반의 가격은 '대부분의 일반' 소비자에겐 부담스럽다는 점입니다. 이제 단종 상황을 맞은 애슬론 64 X2 3600+를 7만원 전후(그것도 올라서 이 가격입니다.)에 살 수 있는 상황에서 아무리 쿼드 코어라고 하지만 4배 비싼 가격을 주고 코어2 쿼드를 사기엔 부담이 가는 것이 사실입니다. 실제로 코어2 쿼드 가격이면 애슬론 64 X2 3600+로 PC 한 대를 맞출 수 있습니다. 인텔이 메인스트림 프로세서를 코어2 쿼드로 교체하기로 마음을 먹지 않는 한 20만원대 밑으로 가격을 낮출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인텔은 현재의 코어2 듀오(코드명 Conroe)의 후속 모델인 코드명 릿지필드(Ridgefield)까지 듀얼 코어를 메인스트림으로 밀기로 한 만큼 2008년에 나올 차세대 쿼드코어인 코드명 울프데일(Wolfdale)도 역시 메인스트림 시장에 뛰어들 가능성은 낮습니다. 20만원 이상의 준 하이엔드급 가격을 유지하면서 시장을 관망할 가능성이 가장 유력합니다.

코어2 쿼드용 메인보드의 경우 원칙적으로 P35/G33/G35같은 신형 인텔 칩셋 모델이면 다 됩니다. 인텔 965나 945의 경우 전원 회로 규격이 코어2 쿼드에 맞아야 하는데, 메인보드 케이스나 설명서에 쿼드코어 지원 설명이 되어 있는 것을 반드시 골라야 합니다. 이 설명이 없는 경우 전원 공급 부족으로 작동하지 않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요즘은 저가형 메인보드 가운데서도 쿼드코어 지원 모델이 나오고 있습니다.

◆ 코어2 쿼드, 과연 살만한가?

그렇다면 코어2 쿼드를 20만원대 후반(인하 후 20만원대 중반)의 돈을 주고 살만한 가치가 있을까요? 사실 이 문제에 대한 정답은 '그때 그때 다르다'라는 황희식(?) 물타기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는 코어2 쿼드만의 문제가 아니라 AMD 최초의 쿼드코어 CPU가 될 페놈(Phenom, 코드명 Barcelona)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쿼드코어가 지금 또는 올해 안에 살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메리트를 주는가 생각해야 하는 것입니다.

코어 개수가 늘어나면 얻을 수 있는 장점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 처리 성능 향상: x86 프로세서의 코어는 대칭형멀티프로세싱(SMP) 방식을 따르는 만큼 코어가 늘어난다고 작동 속도가 빨라지는 일은 없습니다. 다만 멀티 스레드에 최적화된 작업(Task)는 그 스레드의 분할에 따라서 처리 능력이 올라갑니다. 이런 점에서 쿼드코어는 듀얼코어보다는 매력이 있습니다.

- CPU 부하 경감: 코어 개수가 늘면 CPU 하나가 받는 부하가 줄게 됩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속담이있지만 여러 작업(Task)을 동시에 수행할 때 하나의 CPU가 모든 것을 다 떠맡는 것 보다는 전체적인 CPU 사용량은 줄게 됩니다. 그래서 각각의 작업의 속도가 빨라지기도 하지만 여기에 새로운 작업을 추가할 때도 훨씬 부드러워집니다. 인코딩 작업을 하면서 웹 서핑을 할 때 느껴지는 체감 속도가 달라지게 되는 셈입니다.

이 두 가지 장점은 결국 '멀티 스레드 소프트웨어'를 쓰며 '멀티 태스킹'을 하는 사용자일수록 코어가 많은 것이 좋다는 결론을 내리게 합니다. 반대로 '싱글 스레드 소프트웨어'만 쓰며 그것도 '작업 한 두개'만 하는 사용자에겐 쿼드코어도 무용지물이 된다는 뜻이 됩니다. 그냥 쉽게 표현하면 '인터넷 창 한두개 띄워놓고 마는 사람', '온라인 게임만 주구장창 하는 사람', '영화만 보는 사람'에겐 쿼드코어가 그리 도움이 안된다는 겁니다. 의외로 많은 분들이 찔릴텐데, 실제로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네티즌(?) 들에겐 쿼드코어가 지금은 그리 필요하진 않습니다. 적어도 지금은 그렇습니다.

인터넷 익스플로러나 윈도우 미디어플레이어같은 프로그램은 어느 정도는 멀티 스레드에 맞게 설계가 되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CPU에 주는 부담이 그리 크지 않아 굳이 쿼드코어가 좋다는 느낌이 들지 않게 합니다. 게임 또한 마찬가지인데, 게임은 CPU에 주는 부담은 크지만 지금까지 나온 게임 가운데 상당수가 멀티 스레드가 아닌 싱글 스레드 구조를 따릅니다. 이런 게임은 코어를 하나만 제대로 쓸 수 있어 쿼드코어를 비롯한 멀티 코어에서 효과를 내지 못합니다. 대형 개발사를 중심으로 멀티 스레드 게임에 대한 시도는 꾸준히 이뤄지고 있어 앞으로 몇 년이 지나면 대부분의 게임은 멀티 코어 CPU에서 더 좋은 성능을 낼 것임엔 분명합니다. 다만 지금은 그 효과가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는 것 만은 사실입니다.

만일 이 글을 읽고 있는 분이 멀티 스레드에 최적화 되어 있으면서도 무거운 사진, 동영상 편집을 매우 잦게 하거나, CAD 설계, 디자인, 애니메이션 작업을 하고 있다면 쿼드코어는 '한 번 질러볼' 가치가 있습니다. 한 번에 10개 이상의 어플리케이션을 동시에 실행해야 하는 바쁜(?) 분 또한 쿼드코어가 더 부드러운 작업을 보장해줍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인터넷을 즐기며 리니지2에 바쁜 분들이라면 당분간 쿼드코어를 'Out of 안중' 시키는 것이 더 낫습니다. 여러분이 하고자 하는 작업은 듀얼코어로도 충분합니다.

◆ 덤 정보(?), 코어2 쿼드에 대한 오해를 벗긴다

이건 원래 알려드리지 않으려 했는데 덤으로 적어봅니다. 인텔이 코어2 익스트림과 코어2 쿼드로 쿼드코어 CPU에 침을 바르긴 했는데 출시 초기부터 엉뚱한(?) 루머에 휩싸이게 되었습니다. 그게 '코어2 쿼드는 진짜 쿼드코어가 아니다'라는 소린데 도대체 이런 말이 왜 나오게 되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코어2 쿼드는 '진짜 쿼드코어'입니다. 다만 '싱글다이(Single Die) 쿼드코어'만 아닐 뿐입니다.

'다이' 하면 '다이하드'처럼 '죽다'를 먼저 떠올리기 쉽지만 이건 동사로서의 쓰임새일 뿐입니다. 명사로 쓰일 때는 'Dice'의 약자가 됩니다. Dice는 말 그대로 '주사위'인데 육면체를 가리킬 때도 있습니다. 반도체에서는 웨이퍼에서 잘라낸 완전한 기능을 하는 조각을 가리킵니다. 이 다이를 패키징하면 흔히 보는 반도체 칩이 됩니다.

보통 사람들은 펜티엄 III나 애슬론 XP에서 보던 것 처럼 하나의 CPU 기판 위에 하나의 다이가 올라간 것이 정상인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반드시 싱글 다이가 '정답'은 아닙니다. 자리만 있고 다이 냉각에 문제가 없다면 두 개의 다이를 하나의 기판 위에 올려도 됩니다. 코어2 쿼드는 이런 식으로 코어2 듀오의 다이 두 개를 올려 쿼드 코어를 만들어 낸 것입니다. 그래서 CPU 위의 방열판(히트 스프레더)을 떼면 다이 두 개가 보입니다.

인텔은 펜티엄 D부터 듀얼다이 기술을 쓰기 시작했고 코어2 쿼드는 그 두 번째 작품(?)입니다. 기술적으로 듀얼다이가 싱글다이보다 성능이 크게 떨어지거나 무의미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CPU에 다이는 하나 뿐이어야 한다'는 편견을 버리고 시장이 요구하는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내놓은 인텔에게 칭찬을 해줘야 할 판입니다. 펜티엄 D의 듀얼다이는 기술적으로 뒤쳐진 것을 만회하기 위한 '날림'에 가깝다면 코어2 쿼드는 시장의 요구를 받아들여 만들어낸 '편법'이라고 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물론 듀얼다이는 분명한 단점을 갖고 있습니다. CPU를 만들어내긴 쉽고 가격도 저렴하지만 이미 나와 있는 다이 두 개를 덧붙인 만큼 전력 소비량과 발열량에 문제가 생깁니다. 아무리 스테핑을 바꾸고 속도를 낮추고 전압을 떨어뜨려도 싱글다이보다 전력 소비량은 높고 열은 더 많이 납니다. 실제로 코어2 익스트림 QX6800같은 모델은 코어2 듀오의 정확하게 두 배 많은 TDP를 갖고 있습니다. '전기 덜 먹고 열 덜 나는 코어 아키텍처'의 이름이 무색해지는 셈입니다.

그래서 전력 소비량과 발열은 억제하면서 성능은 높일 수 있는 '싱글다이 쿼드코어'가 기술적으로는 더욱 높은 평가를 받습니다. AMD가 곧 내놓을 쿼드코어 프로세서, '페놈(Phenom)'은 다이 하나에 코어 4개분의 회로를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애슬론 64 X2 두 개 보다는 훨씬 적은 전력 소비량을 갖게 됩니다. 기술적인 면에서 AMD 페놈은 코어2 쿼드보다는 세련되어 있음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 해도 지금의 코어2 쿼드가 가짜 쿼드코어 CPU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은 잊지 말아야 합니다. '세련되지 못함'은 '가짜'라는 말과 같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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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a-keaton
    2007.07.16 15:43 신고

    코어2듀오가 나왔을 때 많은 사람들이 놀랐던 저발열에 쿼드는 한 발 물러설 수밖에 없군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아직은 열보다는 성능에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하므로 충분히 독자시장을 형성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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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mrnoface
    2007.07.16 16:54 신고

    솔직히 사진이나 비디오/오디오 편집하는 사람들한테는 쿼드만한 게 없죠. 심한 경우 싱글코어 대비 동일한 작업 처리 시간이 1/3~1/4밖에 안 걸리니... 그치만 웹 서핑이나 문서 작업, 게임을 주로하는 사람에게는 클럭이 더 빠른 코어2듀오가 나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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