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AMD는 코어2 듀오/쿼드에 시장을 빼앗기고 새로 내놓은 페넘 쿼드코어 프로세서조차 낮은 성능과 버그에 시달리며 끝 없는 추락을 하는 '불쌍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일명 'AMD 빠x이'를 제외하면 마니아 시장에서도 AMD는 외면받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지만 이 시장에서 나름대로 선전하는 모델이 있는데, 일명 '블랙 에디션(Black Edition)'이라고 불리는 CPU입니다.

지금까지 나온 블랙 에디션은 전부 애슬론 64 X2 중고속 모델이었습니다만, 이번에 페넘 9600의 블랙 에디션 모델이 공식으로 나오면서 블랙 에디션의 2라운드를 시작했습니다. 아직 우리나라에 공식적으로 선보인 모델은 아닙니다만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이미 판매를 시작한 만큼 우리나라에서도 곧 이 모델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얼마나 팔릴지는 솔직히 의문이라면 의문입니다.


AMD 블랙 에디션 CPU는 사실 특별한 CPU는 아닙니다. 오직 '배수 고정'만 해제했을 뿐 특별히 고속으로 작동하여 오버클러킹이 잘 되는 모델만 따로 뽑아 놓은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그 배수 고정 해제가 블랙 에디션의 정체성을 결정합니다.

배수(Multiple,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체배기를 가리키는 Multiplier)는 CPU의 속도를 결정하는 요소로서, 원래 CPU의 작동 속도는 이런 공식에 의해 정해집니다.

배수 * 내부 클럭 속도(MHz)

복잡한 전자 장치인 컴퓨터는 각 전자 장치의 신호 주기를 회로에 맞게 맞춰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역할을 하는 장치가 클럭 제너레이터(Clock Generator)입니다. 클럭 제너레이터는 PC에만 쓰이는 것은 아니며, 여러 종류의 클럭 제너레이터가 시계부터 우주선까지 쓰이고 있습니다. CPU 또한 이 클럭 제너레이터가 생성한 신호 주기에 따라서 작동합니다.

하지만 클럭 제너레이터가 CPU와 동일한 작동 속도를 내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수 GHz 수준에 이른 속도를 클럭 제너레이터가 만들어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CPU 제조사들은 클럭 제너레이터의 신호를 '뻥튀기' 하는 방법으로 CPU 작동 속도를 높입니다. 그 뻥튀기를 하는 정도가 배수입니다. 입력 클럭이 그리 빠르지 않아도 이렇게 신호를 몇 배로 증폭해주면 고속 CPU를 만들기 쉬워집니다. 486DX 이후의 x86 프로세서는 이렇게 만듭니다. 페넘 9600 블랙 에디션도 200MHz의 입력 신호를 11.5배로 뻥튀기해 2.3GHz 속도를 냅니다.

CPU 속도를 높이는 오버클러킹은 이 클럭 제너레이터의 속도를 높이거나, 배수를 높이는 방법을 씁니다. 하지만 펜티엄 MMX 및 애슬론 이후의 CPU는 엔지니어링 샘플(ES)를 빼면 배수를 높일 수 없도록 해 놓아 배수 조절 오버클러킹은 사실상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후에는 클럭 속도(또는 시스템 버스 속도)를 높이는 오버클러킹을 할 수 밖에 없었지만, 이 방법은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바로 다른 장치에 주는 영향 때문입니다. 클럭 제너레이터는 CPU 이외에도 그래픽카드, 메모리, 확장카드, 저장장치, 기타 칩셋에도 영향을 줍니다. 그런만큼 이 속도를 높여버리면 다른 장치까지도 원치 않는 오버클러킹이 되고 맙니다. 단순히 PC 부품이 불안해지는 문제를 떠나 고장이 발생하거나 데이터 오염이 생기는 최악의 상황까지 벌어질 수 있습니다. 물론 오버클러킹 기술도 발전해 클럭 속도를 재분할하는 클럭 디바이더 등 클럭 속도 비율을 특정 장치에 맞게 바꾸거나 고정하는 기능이 있어 다른 장치에 주는 문제는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메모리에 주는 영향은 변함이 없습니다. 메인보드에 클럭 디바이더가 없거나 기능이 부실하면 더욱 문제가 커집니다.

그런 만큼 배수만 따로 고칠 수 있다면 CPU 이외의 장치에는 부담을 주지 않고 오버클러킹을 할 수 있으며, 그만큼 오버클러킹의 성공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AMD가 블랙 에디션 모델에 한해 이러한 제한을 푼 것은 사실상 인텔에 성능으로 대항하기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든 풀어보고자 '금단의 문'을 연 셈이지만, 오버클러킹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라면 반가워하고 남을 일입니다.

이번에 발표한 페넘 9600 블랙 에디션은 이 배수 조절 기능을 제외하면 종전 페넘 9600과 다를 것은 전혀 없습니다. 2.3GHz 속도로 작동하는 쿼드코어 모델로서, 코어 당 512KB 2차 캐시 메모리와 통합 2MB 3차 캐시 메모리를 포함하는 것도 같습니다. 대신 블랙 에디션답게 박스가 시커멓고, 쿨러가 없는 것이 다르다면 다릅니다. '어차피 오버클러킹할 것, 쿨러는 좋은 것을 구해 달아라' 하는 말입니다. 어차피 오버클러킹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블랙 에디션에 관심을 갖지 않으니 이 발상은 당연하다고 해야 할까요, 단순 무식하다고 해야 할까요.

그렇지만 다른 블랙 에디션과 달리 페넘 9600 블랙 에디션에 대해서는 지금 시점에서는 매우 부정적입니다. 이미 여러 웹 사이트를 통해 검증(?)을 받았으며 dolf 본인 또한 이것을 직접 체험하였습니다만, 정작 지금의 B 스테핑 페넘 시리즈는 오버클러킹이 거의 이뤄지지 않습니다. 물론 배수 조정 오버클러킹이 클럭 조절보다는 유리한 것은 사실입니다만, 겨우 3% 속도를 높일 수 있는 CPU가 하루 아침에 30% 이상 속도를 높일 수 있는 모델로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30~40% 정도는 '국민 오버클러킹'으로 생각하는 마당에(dolf는 이런 인식 자체가 매우 잘못되었다고 봅니다.) 페넘 9600을 2.4GHz로 한 단계 높일 수 있다고 기뻐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오버클러킹을 노리고 만든 CPU로서 코어 자체의 오버클러킹 능력 부재는 판매에 상당한 악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해외에서 페넘 9600 블랙 에디션은 일반 모델과 같은 값에 팔리고 있습니다.(물론 소매가는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런 만큼 우리나라에 이 모델이 들어 오면 지금의 페넘 9600과 같은 28만원 전후의 가격이 될 것으로 봅니다. 코어2 쿼드 Q6600과 같은 가격에 팔리는 이 CPU의 운명은 사실상 정해진 것과 같습니다만, 그렇다고 해도 AMD CPU를 좋아하며, 오버클러킹을 꼭 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나마 관심을 가져볼만한 아이템인 것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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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2.22 23:09 신고

    요즘 AMD가 하는 짓을 보면, 안타까우면서도 어이가 없습니다.
    ATI 인수하고 터트려준게 없다는.. (그나마 레이디언 38XX 시리즈는 괜찮다는 소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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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너바나
    2007.12.22 23:25 신고

    ATI 를 인수하고 터뜨려준게 없는게 아니라 인수했기때문에 터뜨리기 힘들었다고 봐야겠죠... 인수하자마자 쉽사리 결과물이 나올것 같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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