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참으로 컴퓨터 업계와 사용자 모두에게 바쁜 한주였습니다. 두 달 정도에 걸쳐 나올만한 핫 이슈가 한 주에 몰려서 나왔기 때문입니다. CPU 업계에서는 신형 코어2 듀오/쿼드 발표와 AMD 페놈 공식 출하 개시, 그래픽카드 분야에서는 지포스 8800GT의 품귀현상과 그 틈을 노린 AMD 레이디언 HD 3850/3870의 출시가 이뤄졌습니다.

그래픽카드 분야의 핫 이슈는 다음 번에 써보도록 하고, 이번에는 인텔과 AMD의 신형 CPU에 대해서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기술 프리뷰(?)를 해보고자 합니다. 한 CPU는 '발표'만 했고, 다른 하나는 '출하'를 개시한 것이 조금 다르지만 적어도 양사의 신형 CPU가 꿈꾸는 모습을 살펴보는 데, 그리고 이들 CPU를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추신: 이야기가 조금 길어져 인텔편과 AMD편을 분리합니다. 일단 인텔편부터 감상(?)하세요.


■ 코어2 시리즈의 안정화가 목표

인텔의 신형 CPU를 보통 '펜린(Penryn)'이라고 하지만, 사실 이 말은 그리 옳은 말은 아닙니다. 인텔이 데스크탑, 서버, 노트북 PC CPU의 기술을 하나로 통합하긴 했지만 이들 CPU의 코어가 전부 같은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펜린은 어디까지나 노트북 PC용 CPU일 뿐, 데스크탑 및 서버용 CPU는 전혀 다릅니다.

새로운 데스크탑 PC용 코어2 듀오의 코드명은 '울프데일(Wolfdale)', 코어2 쿼드는 '요크필드(Yorkfield)'로 부르는 것이 옳습니다. 물론 이들은 노트북 PC용 모델인 펜린과 기본 기술을 함께 씁니다.

그렇다면 일명 '펜린 삼총사'는 '콘로 삼형제'와 무엇이 다를까요? 사실 코어 아키텍처가 처음 선 보일때처럼 사용자의 입을 180cm 정도 벌리게 만드는 힘은 없습니다. 아무리 돈 많은 인텔이라도 그렇게 새로운 아키텍처 CPU를 팡팡 찍어낼 수는 없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인텔은 새로운 미완성 아키텍처 CPU를 내놓는 대신 잘 만든 아키텍처로 평가 받는 코어 아키텍처를 개량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내부적인 명령 처리 효율성을 한 단계 끌어 올리고, 2차 캐시 메모리 용량을 4MB에서 6MB로 늘려 속도 저하를 줄였습니다. 그밖에 64비트 명령(EM64T)의 효율성을 더욱 높이고, SSE4를 비롯한 멀티미디어 명령어를 더했습니다. 사실 이런 작은 수정은 엄청난 성능 향상의 여지는 주지 않습니다. 기껏해야 펜티엄 III 시절에 코퍼마인 코어를 투알라틴으로, 펜티엄 4 시절의 윌라멧 코어를 노스우드로 바꾼 정도의 차이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인텔은 지금 전혀 다른 아키텍처인 코드명 '네할렘(Nehalem)'에 모든 힘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중간 역할의 CPU에 많은 개량 노력을 기울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런 만큼 이 아키텍처를 본격적으로 쓰는 2009년까지 시장에서 버틸 수 있는 물건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단점만 고치는 수준에서 펜린 삼총사를 만들었다고 보면 될 것입니다. 그만큼 코어 아키텍처가 기본이 잘 되어 있다는 뜻이기도 한 만큼 그리 서운해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아키텍처가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보니 인텔은 펜린 삼총사의 최대 장점으로서 고유전율(High-K) 소재를 쓴 45nm 공정 기술을 내세웁니다. 인텔이 이렇게까지 공정 기술을 자랑한 경우는 드문데, 코어 자체의 기술 향상이 적은 약점을 채우고자 하는 점도 있지만, 45nm High-K 기술이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정도의 반도체 공정 기술을 가진 업체는 인텔과 IBM 정도로서, AMD는 이제 65nm 공정 기술을 안정화시키는 단계로서, 45nm 공정으로 바뀌려면 1년 이상의 시간은 더 필요합니다.

원래 이론적으로 공정 기술이 한 단계 바뀌면 이런 장점이 생기게 됩니다.
- 작동 전압을 70%로 낮출 수 있다.
- 다이 크기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 전력 소비량도 절반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 작동 속도는 최대 1.4(√2)배까지 높일 수 있다.
문제는 이론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실제로는 그 이론이 그대로 적용되지 못합니다. 특히 90nm 및 65nm 공정 기술은 이 이론을 너무나 벗어나 제조사와 소비자 모두를 실망시켰습니다. 90nm 기술의 문제는 프레스콧 코어 펜티엄 4에서 뼈져리게 느꼈을 것이며, 코어 개수를 늘리고 트랜지스터를 크게 줄인 코어 아키텍처조차 65nm 공정에서 3GHz 전후의 안정 속도를 내는 정도에 머물렀습니다.

인텔이 45nm 공정 기술에 가슴을 내밀고 자랑을 하는 이유는 High-K 소재를 연구해 90nm, 65nm 공정에서 발생한 한계를 상당부분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입니다. 공정 기술 이론을 100% 충족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전 두 세대 공정보다 훨씬 나은 수율과 속도 향상, 전력 소비량 감소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돈 많은 인텔이기에 이런 성과를 얻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원래 소재 기술은 들인 돈과 실패의 횟수가 성공을 약속하는 법입니다. AMD도 1, 2년 안에 45nm 공정 기술을 받아들이겠지만, 소재 기술에 그만큼 돈을 들이지 않으면 생각만큼 큰 효과를 얻지 못할 수 있습니다.

■ 새로울 것은 없는 CPU 제품군

인텔이 가장 먼저 발표한 모델은 쿼드코어 모델인 3GHz 속도를 내는 코어2 익스트림 QX9650입니다. 인텔은 요크필드 코어 쿼드코어 CPU를 '듀얼다이 쿼드코어(Dual-Die Quad-Core)'로 만듭니다. 이 부분은 켄츠필드 코어와 같은데, 기술적으로 싱글다이 쿼드코어를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굳이 이렇게 설계를 바꿔 수율을 떨어뜨리고 싶지 않은 것이 인텔의 생각입니다. 새로운 프로세서 설계는 아무래도 수율에 그리 좋지 않은 영향을 줍니다. 더군다나 처음 손을 대는 45nm 공정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2.66GHz부터 시작해 3.16GHz까지 CPU가 나오는 코어2 듀오 E8000 시리즈, 일명 울프데일 코어는 종전 콘로 코어보다 큰 발전을 이루지 않습니다. 코어의 기술 개량과 2차 캐시 메모리가 늘어나는 것을 빼면 시스템 버스 속도나 열 설계 전력(TDP)는 변함이 없습니다. 대신 큰 변화가 없는 만큼 메인보드 호환성은 꽤 좋은데, 시스템 버스 속도가 1,333MHz를 지원하는 메인보드면 웬만하면 BIOS만 바꿔주면 새로운 코어2 듀오를 꽂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보다 보급형 모델은 어떻게 될까요? 당분간 보급형 시장은 65nm 공정을 쓴 콘로 코어에 바탕을 두게 됩니다. 2차 캐시 메모리 용량을 절반으로 줄인 코어2 듀오 E4000 시리즈도 당분간 이어집니다. 시간이 지나면 시스템 버스 속도를 1,066MHz로 높이고 울프데일 코어를 쓴 모델이 나오겠지만, 당분간은 그럴 예정은 없습니다. 펜티엄 DC E2000 시리즈도 이 점은 같습니다.

대신 셀러론 400/500 시리즈는 변화를 겪게 됩니다. 싱글 코어가 아닌 듀얼 코어 모델, 셀러론 E1000 시리즈가 2008년부터 선보이게 되며 값은 종전 셀러론 400과 비슷할 것으로 보입니다. 2차 캐시 메모리 용량이 펜티엄 DC의 절반에 그치는 만큼 성능은 떨어지겠지만, 듀얼 코어가 되는 만큼 성능 향상은 확실할 것입니다.

노트북 PC용 CPU인 펜린은 기함급 이름을 갖고 있지만 가장 주목을 받지 못하는(?) 모델입니다. 그렇지만 펜린 코어 코어2 시리즈도 한 가지 변화가 생기는데, 코어2 쿼드가 공식적으로 노트북 PC에 들어가게 됩니다. 인텔은 노트북 PC의 쿼드코어 시장을 그리 반기는 편은 아닙니다만, 시장 요구가 있는 만큼 워크스테이션급 노트북 PC용 쿼드 코어 CPU를 만들었습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펜린 삼총사는 그리 새로울 것은 없습니다. 조금 더 고칠 것은 고치고, 늘릴 것은 늘렸을 뿐 매우 새로워진 모습을 보이진 않습니다. 대신 너무나 강력했던 코어 아키텍처를 그대로 이어 받은 만큼 성능은 충분히 검증을 받았다고 생각해도 좋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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