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쓰지 말아야 할 좋지 않은 신조어 가운데 ‘된장녀’라는 말이 있습니다. ‘(기본 생활을 궁핍하게 할지언정) 명품 브랜드와 명품 생활을 추구하는 여성’을 가리키는 이 말은 겉모습만 화려하고 지성과 감성이 빈약한 여성들을 비난할 때 곧잘 쓰이는 말입니다.

그렇지만 남성이라고 이런 여성을 비난하고 있을 상황은 못됩니다. 남자의 장난감, 개짓은 여성들이 좋아하는 패션이나 커피 브랜드 그 이상으로 브랜드에 집착하게 만드는 요인이기 때문입니다. 애플, 소니, 그리고 니콘과 캐논… 이 단어들에 환호를 보내는 우리들은 그녀들과 다른 고차원 세상에 살고 있을까요? 사실 주변의 현상을 보면 반드시 그런 것도 아닙니다. 조용한 마니아도 있는 반면, 브랜드의 가치에 현혹되어 다른 브랜드를 짓밟는 ‘브랜드 홍위병’도 적지 않습니다.


■ 브랜드에 지배당한 ‘브랜드의 전사들’


# 본 사진은 특정 브랜드와 상관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브랜드의 가치가 자신의 만족을 넘어 타인의 영역을 침범할 때 불행은 생깁니다. 브랜드의 장점을 알리는 차원을 넘어 그 브랜드를 쓰지 않는 사람들을 멸시하고 강제로 그 브랜드를 알리려 하는 ‘브랜드의 전사들’이 인터넷 세상에는 적지 않습니다. 획일화된 세상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그 집단의 크기를 자신의 힘으로 착각하는 분위기가 강한 우리나라에서 이런 ‘투사’들은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이런 ‘열사’들을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곳이 카메라 분야입니다. 우리나라 최대의 디지털 SLR 카메라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거의 매일같이 전쟁이 벌어집니다. 시장 점유율 절대 1, 2위 브랜드 사용자들이 마이너 브랜드 게시판을 찾아가 이른바 ‘떡밥’을 던지고 브랜드, 그 브랜드 제품 사용자를 모욕하는 일은 드문 일이 아닙니다. 심지어 그 브랜드 사용자 사이에서도 계급을 나눠 자신을 더 위의 계급으로 올려 놓으려 애쓰는 사람도 많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이런 전사들 가운데 정작 비방하는 다른 브랜드 제품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드물다는 것입니다. 모든 이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정작 비난하는 브랜드의 물건은 제대로 써보지도 못한 채 잘못된 자료와 편견에 바탕을 둔 판단을 내세워 말과 글의 화살을 날립니다. 정작 1, 2위 브랜드 제품을 오랫동안 써왔거나 분야에 대한 지식을 가진 사람들은 함부로 다른 브랜드와 그 사용자들을 공격하지 않습니다.

물건을 파는 사람들 사이의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이들이 가장 껄끄러워하는 사람들이 ‘하수도, 중수도 아닌 사람들’입니다. 뭔가 보고 들은 것은 있으니 그 분야에 대해 모든 것을 안다고 ‘착각’하며 알고 있는 정보가 사실 또는 진실인양 강하게 주장하는 그런 ‘중간층’은 잘못 된 것을 지적하는 것도, 설득하는 것도 잘 통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애매모호한 지식층’이 다른 브랜드를 침략하는 전사가 되기 쉽습니다. 자신이 아는 지식이 세상의 전부처럼 느껴지고, 다른 브랜드를 짓밟는 것이 자신의 지위를 높여줄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영웅’으로 생각하겠지만, 다른 사람이 봤을 때는 ‘테러리스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 브랜드는 상하귀천이 없다

높은 브랜드 가치는 사용자의 만족을 높여주고, 더욱 그 제품을 아끼고 잘 쓸 수 있는 힘이 됩니다. 그 만족을 극대화한 사용자가 주변에 좋은 점을 알리거나(부드러운 방법으로), 다시 그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면 브랜드 가치는 더욱 커지게 됩니다. 이런 가치의 선순환은 사용자도, 기업도 이익을 얻는 좋은 방법입니다.

그렇지만 남의 브랜드를 힘으로 꺾어서, 모욕하면서 자기 만족을 얻으려 한다면 브랜드 가치는 폭력의 도구가 됩니다. 당장 자신의 만족은 얻을 수 있겠지만 그 대신 자신의 인격을 그만큼 팔아야 합니다. 흘러간 유행가 가사를 빌리면, 자신의 그런 폭력이 ‘교만이고 편견이고 한계’ 임을 느끼는 순간 자신이 서 있을 곳은 사라지게 됩니다.

브랜드 가치는 상대적인 것이어서 자신에게는 클지 몰라도 다른 사람에게는 자신이 느낀 그 가치가 아무런 의미가 없을 수 있습니다. 가까운 곳에서 A/S를 받길 원하는 사람에게 아이폰의 화려한 모양새와 인터페이스는 아무런 의미가 없을 수 있으며, 싸고 가벼운 카메라를 찾는 이에게 캐논 5D 카메라는 이해할 수 없는 물건이 될 수 있습니다.

브랜드는 상하귀천이 없습니다. 그 가치는 객관적으로 다를지언정 다른 이에게 그 가치를 절대적으로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정말 그 브랜드가 마음에 들고 그 가치를 더욱 크게 하고 싶다면 나와 다른 이의 차이를 인정하고 선을 넘지 않는 ‘브랜드 전도’를 해 보세요. 그리고 다른 브랜드의 가치에 대해 이해하려고 노력해 보세요. 그러면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다른 이의 브랜드 가치로 만들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상냥한 전도사가 될 것인가, 홍위병이 되어 스스로의 인격을 팔 것인가… 선택은 여러분에게 달려 있습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2007.10.25 12:49 신고

    공감가는 글입니다^^

    삭제 답글 댓글주소


FeedCou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