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가 우리나라에서 쿼드코어 프로세서를 발표만 한게 엊그제 일인데, 이제는 듀얼코어와 쿼드코어의 중간형인 '트리플코어(Triple Core)' 이야기를 AMD가 공식적으로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머리 셋 달린 신화의 괴물, 커베로스(Kerberos)가 x86 세상에 나타난 셈입니다. (커베로스라는 말이 나왔다고 모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아이리버 MPlayer 머리'를 한 '케로짱'을 생각했다면 지리산에서 도 닦고 다시 글을 읽어 주시길 바랍니다.^^)

트리플코어가 AMD가 최초로 만든 괴물인 것은 아닙니다. 이미 트리플코어는 우리 주변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데, 바로 빌형기업의 Xbox 360 게임기입니다. 이 안에는 IBM Power5 기술 기반 3.2GHz 트리플코어 CPU가 들어갑니다. 2의 배수로 발전하는 컴퓨터 기술을 생각하면 낯설긴 하지만 트리플코어가 '닌자거북이'처럼 돌연변이로 나타난 것 만은 아닙니다.


일단 AMD의 보도자료를 살펴보면 트리플코어 페놈(Phenom) 프로세서는 최초의 x86 기술 트리플코어로서, 빠르면 2008년 1/4 분기에 나올 예정입니다. AMD측은 '트리플코어는 싱글다이 쿼드코어 기술의 결과'라며, '데스크탑 PC 시장에서 소비자에게 다양한 선택을 하게 해준다'고 주장했습니다. 보도자료에는 그밖에 MS의 페놈 트리플코어 모델의 지원, 페놈 프로세서의 K10 아키텍처에 대한 자랑도 있습니다만 사실상 핵심은 인용한 두 문장입니다.

AMD는 '소비자와 OEM 업체에 다양한 CPU 코어 선택을 하게 해준다'라고 말은 했지만 '쿼드코어 기술의 결과'라는 말과 함께 생각해보면 페놈 트리플코어의 출생의 비밀이 드러납니다. 그렇습니다. 페놈 트리플코어는 페놈 X4의 일종의 '불합격품'인 셈입니다.

싱글코어와 쿼드코어 CPU는 상당한 가격 차이가 있지만, 실제로 제조 원가 차이는 거의 없다고 해도 좋습니다. CPU의 생산 원가는 설계에 들어간 비용, 반도체 수율에 의해 정해지는데, 수율이 같으면 싱글코어나 쿼드코어나 생산 원가 차이가 그리 크지 않게 됩니다. 그래서 같은 상황이면 쿼드코어를 더 많이 만드는 것이 AMD 입장에서 더 유리하며 트리플코어를 만들려 굳이 설계를 바꾸는 노력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쿼드코어가 돈이 더 드는 것도 아니니까요.

문제는 수율(Yield)입니다. 웨이퍼 한 장에서 원하는 속도, 규격으로 제대로 작동하는 반도체의 양을 말하는 수율은 높을수록 좋지만, 항상 높을 수는 없습니다. 특히 생산 초기에는 수율이 낮기 마련입니다. AMD가 x86 기술로 처음 도전하는 싱글다이 쿼드코어라면 더욱 수율이 높기 어렵습니다. 일부 코어가 작동하지 않거나 캐시 메모리가 문제가 생긴 제품이 적지 않게 생길 것입니다. 그렇다고 이들을 다 버리면 CPU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게 됩니다.

그래서 AMD를 비롯한 반도체 업체들은 이런 일부 불량이 생긴 칩을 모아서 문제가 되는 부분을 쓰지 않도록 한 뒤 저가형 CPU를 내놓습니다. 인텔도 예외는 아닌데, 일부러 셀러론 400 시리즈나 펜티엄 DC를 만드는 반도체 공장(Fab)을 갖지는 않습니다. 코어2 듀오의 생산 공정에서 시스템 버스 속도나 캐시 메모리에 문제가 생긴 것을 고쳐 펜티엄 DC로, 코어가 하나 죽어버린 제품은 셀러론 400 시리즈로 내놓습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경제성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페놈 트리플코어도 이런 수율 문제 때문에 페놈 X4 가운데 코어 하나가 죽은 칩을 바탕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이런 형태의 트리플코어는 인텔은 할 수 없는데, 인텔의 쿼드 코어는 듀얼 다이 모델이기 때문에 코어 가운데 하나만 죽어도 전체 다이를 쓰지 못하게 됩니다. 만일 인텔도 싱글다이 쿼드코어를 만들게 되면 이런 트리플코어 CPU를 내놓을지도 모릅니다.

나쁘게 말하면 '불량품'의 재활용이라고 할 수 있는 페놈 트리플코어의 출시에 대해 굳이 부정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을겁니다. 이미 우리는 그런 '불량품'을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기를 모은 펜티엄 D 805도, 9x5 시리즈도, 펜티엄 DC도 다 나쁘게 말하면 불량품을 고쳐 쓰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그 CPU들이 문제를 일으키던가요? 오버클러킹이 잘 안되는 것을 빼면 전혀 문제가 없죠. 지금까지 나온 CPU들이 그랬듯이 페놈 트리플코어도 작동에 그 어떤 문제도 일으키지 않을 것입니다. AMD의 보도자료는 '자기자랑'이 많긴 하지만 '소비자의 선택이 다양해진다'라는 말은 거짓이 아닙니다.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것이긴 하지만 '3배 빠른' CPU도 꿈이 아닙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시나요?

추신: AMD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CPU에 '빨간색'을 칠해주는 것입니다. 그러면 진짜 '3배 빠른' CPU가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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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9.20 11:35 신고

    불량품이 나온 원인을 "젊은 혈기로 인한 과오" 라고 시인해주면 더욱 걸맞을 것 같습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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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olf
      2007.09.20 12:46 신고

      낮은 수율은 공정 초기에 발생하는 것인 만큼 어찌 보면 '젊은 혈기에 의한 과오'라고 해도 좋겠죠. 이왕 나온 김에 페놈 트리플코어 광고 모델을 투구 쓴 아저씨(?)로 하면 어떨까요?^^ 그러면 경쟁사 CPU는 우주 괴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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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7.09.20 11:56 신고

    예전 인텔에서도 486DX 라인업에서 코프로세서가 죽어버린 녀석들을 SX로 내놓곤 했었죠 :) 그때 80487이라 해서 DX 코어를 마치 코프로세서처럼 패키징해서 팔기도 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후에도 오버드라이브라 해서 같은 개념의 대체 프로세스를 아예 패키징해서 팔기도 했었군요.

    여튼간에, 역시 반도체 수율이 문제가 되니 별별 상품이 다 나오는 것 같습니다. :) X3도 왠지 괜찮을것 같네요. 패키징에 명확하게 트리플 코어라는 것을 명기하고, 가격만 착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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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olf
      2007.09.20 12:47 신고

      패키징은 트리플코어를 명시하겠죠. 셀러론도, 펜티엄 DC도 그렇게 마킹하지 않습니까?

      나름대로 가격은 X4보다는 악랄하진 않겠죠. 다만 사람들이 3배에 익숙하지 않으니 성공할지 못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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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ma-keaton
    2007.09.20 12:18 신고

    바느질이 살짝 어긋난 옷을 싸게 사고 모양이 조금 찌그러진 케익을 싸게 사는 것처럼 생각하면 될 듯 하네요. 소비자 입장에서는 결코 손해나 사기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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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olf
      2007.09.20 12:49 신고

      그렇죠. 예를 들어주신 그 말이 딱 맞습니다. 바느질 틀어진 옷을 직영 할인점에서 싸게 사는 셈이니까요. 만드는 쪽도, 사는 쪽도 손해볼 일은 아닐겁니다.

      다만 제조 방식이 그렇다보니 오해할 분이 없길 바라며 조금 부연 설명을 달았을 뿐입니다. 오해해서 안 사는 사람은 없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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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07.09.20 14:40 신고

    샌디에고에 너무 실망을 해서...
    이제 두번다시는 AMD 쓸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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