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반도체 기업, 인텔이 또 다시 인수/합병 시장에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AMD가 ATI 합병이라는 '큰 사건'을 저질렀음에도 인텔은 그리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는데, 이번에 물리 엔진으로 유명한 하복(Havok)사를 인수하면서 본격적인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하복은 겉으로 드러나는 대단한 회사는 아닙니다만, 게임에서의 영향력은 매우 큰 업체입니다. 게임을 개발할 때 필요한 물리 엔진을 개발하는 '미들웨어(Middleware)' 개발사로서 세계적인 업체이며, 요즘 말이 많은 '바이오쇼크'같은 게임에도 하복의 물리 엔진이 들어가 있습니다. 매트릭스 같은 영화에서도 하복의 물리 엔진을 쓰는 만큼 3D 업계에서 하복은 보통 대단한 영향력을 가진 곳이 아닙니다.


인텔은 하복을 인수하는 데 쓴 돈은 1억1천만 달러(약 1천억원)입니다. AMD가 ATI를 사들일 때 대출까지 받아가며 54억 달러(약 5조원)을 쏟은 것에 비해 그리 많은 돈을 들인 것은 아닙니다. 분야도 하드웨어 제조사와 미들웨어(소프트웨어) 제조사로서 차이가 큰 만큼 직접 비교는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두 회사의 생각은 적어도 100마일 정도까지는 떨어진 것은 아닌 듯 합니다.

인텔은 세계 최대의 그래픽 프로세서 제조사(물론 일반 사용자들은 그리 인정하고 싶진 않아 합니다만)의 위치를 갖고 있지만, 내장 그래픽'만' 만드는 만큼 내장 그래픽 성능 향상을 위해 하복을 인수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덤'으로서 내장 그래픽 코어에 최적화된 물리 연산 기술을 넣을 수야 있겠지만 그래픽 코어 개발에 그리 돈을 쓰지 않았던 인텔이 지금 마음을 고쳐 먹었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오히려 인텔은 CPU와 관련된 기술 확보를 위해 하복을 인수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복의 미들웨어를 인텔 프로세서에 맞게 최적화시키면 인텔은 전문 3D 시장에서 더욱 단단한 입지를 다지게 됩니다. 사실 지금의 인텔 프로세서는 3D 렌더링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드림웍스나 페라리를 비롯해 AMD가 이 시장을 뚫고 들어오려 애쓰고 있는 만큼 대응이 필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 시장에서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하복 엔진이 인텔 프로세서에 더욱 최적화되면 인텔 프로세서의 전문가 시장 점유율은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단기적으로는 이러한 전문 시장에서의 영향력 강화가 큰 힘이 되겠지만, 차세대 프로세서 개발면에서도 하복의 기술은 도움이 됩니다. AMD는 ATI를 인수하면서 그래픽 프로세서의 높은 성능을 활용해 실수 연산용 코프로세서를 만들고자 하는 노력을 꾸준히 벌이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HTX(하이퍼트랜스포트 확장) 버스 기술을 만들었고, 코프로세서와 CPU를 통합한 '퓨전' 프로세서 개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인텔도 AMD와 비슷한 생각으로 실수 전용 연산 유닛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는데, 하복의 기술력은 이 CPU 개발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전문가 시장에서 AMD 퓨전 또는 ATI 기술 코프로세서가 실용화된다 해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인텔의 생각입니다.

물론 진실은 '믿거나 말거나'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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